사람을 한자로 나타낸 ‘人’은 두 사람이 서로를 지탱해주고 있는 모양으로 사람이 어떠한 존재인가를 잘 표현해주고 있는 정말 멋진 한자이다. 사람이 성장하여 사랑하는 이성을 만나면 결혼하여 부모를 떠나 둘이 한 몸이 되는 부부가 된다. 그 중에서도 함께 잔다는 것은 부부의 친밀감을 나타내는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독거생활이 늘어나고 있는 현대에는 밤에 잘 때 방을 따로 쓰는 부부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며칠 전 아내가 지인에게 남편인 나의 잠버릇에 대해 이야기 했더니 화들짝 놀라며 ‘아직까지 함께 자느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한바탕 웃음으로 넘겼지만 좋은 이야기 주제라는 생각에 정리하여 펜을 들었다. 현대 가정의학을 전공한 한 의사는 남편과 아내가 각방을 쓰면 절대로 안 되는 경우가 있다고 조언한다. 그는 성격 차이나 애정 문제를 떠나 서로의 건강을 지켜주기 위해서는 반드시 같이 자야 한다고 말했다. 왜 그럴까? 의학적으로 검증된 자료를 토대로 부부가 따로 자면 안 되는 경우를 지면의 제약 상 2가지만 들어본다. 첫 번째는 요즘 급증하고 있는 극단적 선택의 주범인 우울증이다. 우울증은 자살과 함께 폭력을 동반하게 된다. 자살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죽음을 선택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우울증은 뇌의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으로 인해 생기는 ‘매우 위험한’ 질병이다. 세로토닌(Serotonin)이라는 뇌 속의 신경전달물질이 저하되면 우울증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우울증 환자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처방에 따라 항우울제 등을 복용하는 등 꼭 치료를 받아야 하는 정신과 질환이다. 우울증이 ‘매우 위험한’ 병인 이유는 단순한 우울감, 의욕저하, 불면증 등을 넘어 자살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의 70-80%가 우울증 영향 때문이다. 전날 쾌활하게 일상생활을 했던 사람이 자살하는 것은 급성 우울증이나 잠재된 우울증이 있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의 자료에 따르면 우울증이 심해지면 전반적인 정신기능이 저하되면서 정상적인 사고를 못 할 수 있다. 건강할 때는 똑똑한 두뇌 덕분에 합리적인 선택을 하던 사람도 어처구니없는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최악의 선택이 바로 자살이다. 우울증 치료에는 항우울제 복용과 함께 가족이나 친구 등의 이해와 공감, 격려가 큰 도움이 된다. 그 중에서도 평생을 함께 하는 남편과 아내 그리고 함께 사는 가족들의 따뜻한 위로는 절대적이다. 우울증으로 자살하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잠들기 직전이나 새벽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부부라면 같이 자야 남편이나 아내의 잘못된 선택을 막을 수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자료에 의하면 자살자들이 선택한 장소는 집과 그 주변이 57.4%이다. 목숨을 끊는 그 순간에도 누군가 자신의 자살을 말려 주기를 원하는 심리적 표현으로 볼 수 있다. 또 선택을 실행하기 전 자살자의 약 75%가 주변에 자신의 계획을 말하는 등 도움을 청하는 경우가 많다. 부부가 서로 공감을 나누고 위로를 하는 시기는 배우자가 가장 어려운 상황에 빠져있을 때이다. 따라서 가족 중에 심각한 우울증 환자가 있다면 집안에 비상을 걸어야 한다. 형제, 자매 등도 한방에서 함께 잠을 자며 위로를 하고 극단적 선택을 ‘감시’해야 한다. 부부가 같이 자야 하는 이유 중 두 번째도 최근 급증하는 돌연사의 위험 때문이다. 중년 가운데 밤사이에 혈압이 많이 오르거나 내리는 등 변화가 심한 사람이 있다. 밤중에 혈압이 20% 이상 떨어지는 경우에는 뇌졸중 위험이 2배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평소 심장 건강이 좋지 않았던 사람은 급성 심근경색을 일으킬 수 있다. 수면 중 갑자기 사망하는 사람은 이와 관련이 있는 경우가 많다. 돌연사는 또한 사망 전 가슴통증이나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극심한 가슴통증으로 인해 큰 소리를 칠 수 없는 사례도 있다. 심장병이나 뇌졸중은 위급한 상황을 알아채 빨리 병원으로 옮기는 게 가장 중요하다. 거의 대부분 이러한 환자들은 혼자 있을 때 변을 당한다. 누군가 옆에 있었다면 화를 면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부부는 함께 자야한다. 서로의 따뜻한 체온을 가장 깊이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낮에는 다툴지언정 밤에는 함께 자야 한다. 그 때 용서와 화해가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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