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눈이 내리네요. 설 앞 마지막 눈일 듯 싶네요. 하늘에서 내리는 눈은 꽃처럼 아름답고, 산과 들판에 쌓인 하얀 눈은 참으로 아름답게 보입니다. 하얀 눈밭을 걸으면 세상 처음인 것처럼 발자국이 새겨지고, 무작정 걷다 뒤돌아보면 세월을 기억하듯 걸어온 발자국이 남겨지는 모습들...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도 저와 같을텐데 복잡하고 바쁜 세상 탓인지 뒤돌아볼 여유조차 못 느끼고 훌쩍 세월을 건너온 듯한 느낌일 때가 많네요. 봄이면 산에서 고사리를 끊고, 논에 옥수수를 심고, 여름엔 심어둔 옥수수를 수확하고, 가을이면 무를 심고, 밤을 줍고, 감을 따고, 겨울이면 감을 깎아 곶감을 만들고, 그리고 쉼없이 제철 농산물을 전국의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일들이 해마다 반복되는 나날들. 반복의 연속인 바쁨 속에 삶의 여유가 어딘가로 도망간 느낌이니 해마다 뭔가 서운한 마음이랍니다. 그런데 올해는 곶감을 작게 깎고 판매도 일찍 끝난 탓인지 곶감을 모두 판매하고 나니 이제 조금의 여유가 생겼습니다. 이 여유로움을 아깝게 보내기 싫어 이번 해에는 뭔가 보람 있고 가슴에 남는 일을 해보고 싶은데 갑자기 생각하려니 쉽지가 않네요. 그래서 메모를 해 보려고 생각 중이랍니다. 설 전에 정리를 좀 하고 올해는 꼭 실천해 보고 싶네요. 설이 되면 또 동생과 오빠가 올 듯싶은데 맛난 것도 해주고, 즐겁게 보낼 생각을 하니 설이 기다려지네요. 일하는 것도 바쁘게 지나가지만 노는 것도 참 바쁘게 지나가더라고요.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사람 만나는 일도 내맘대로 안 되고, 어떤 경우엔 죄가 된다고 하니 코로나도 무서운데 사람을 만나는 게 죄가 될 수 있다고 하니 그것이 더 무섭게 느껴지네요. 사람이 어울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인데 사람을 만나는 게 죄가 될 수 있고, 자칫 병이 걸려 죽을 수도 있게 되었으니 앞으로는 세상 인심이 사납게 변할까 싶어 걱정입니다. 한국 속담에 이웃사촌이란 말이 있더군요. 멀리 있는 친척보다 가까이 있는 남이 더 가깝다는 그런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하더군요. 사람은 만나고 밥도 먹고 해야 정이 들고 가까워지는데 사람간의 만남이 무서워지게 생겼으니 행복감이 많이 사라질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드네요. 개나 고양 이같은 동물들도 가만 보면 서로 대화하고, 만나고, 그렇게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이 요즘엔 눈에 자주 들어오네요. 저러한 동물들도 저렇게 서로 간에 만남에서 행복이 있는 듯 보이는데 코로나라는 괴물이 나타나고부터 사람의 행동 방식이 달라지는 뭔가 모르게 달라지고 있는 느낌입니다. 앞으로는 더욱 인간이 평소 적응해보지 못한 세상이 찾아오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랍니다. 영화에서 보면 사람의 상상력이 만들어 낸 무서운 세상이 너무나 많더라고요. 그런데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 낸 달나라에 가는 어떤 영화가 불과 수년이 지나고 현실이 되었다고 하더군요.설이 다가오니 고향 부모님이 더욱 보고 싶네요. 언제나 한번 고향에 갈 수 있을지... 이번 설에는 시골 할머니들이 더욱 외롭게 보낼 듯 싶습니다. 남편의 이야기로는 우리 마을에서는 올 설에도 명절 선물로 마을 전 주민에게 가구당 선물을 드렸다고 하더군요. 어떤 마땅한 취향을 몰라서라는 전제로 그냥 현금 5만원과 떡을 돌렸다는데 할머니들 반응이 꽤 좋다고 합니다. “정의롭고, 마음 쓰임이 예쁜 사람이 지도자 자격이 있다”고 늘 자기 세뇌처럼 말하는 남편의 말에 어느새 저도 세뇌가 된건지 이젠 세상 돌아가는 이치도 조금 알 듯 싶고, 사람 보는 눈도 조금은 트인 듯 느껴질 때가 많답니다 불의에 분노할 줄 알고, 고통을 보면 느낄 줄 아는 사람. 왜 그리 남의 일에 열심이냐고 물어보면 남편은 예전에 그리 살지 못해서 지금은 그리 살고 싶다고 하더군요. 남편은 가끔 “부창부수”라는 말을 하길래 뭔 뜻이냐고 물었더니 부부는 닮는다고 하더군요~^^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