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만들 걸~ 주문은 계속 들어오는데 물건이 없어 아쉽네~” 명절 대목이라 곶감 농가들이 바쁘다. 설날까지 날짜로 꼽아보면 아직 보름이나 남았지만 올해는 예년에 비해 빨리 나간다. 이웃에 곶감 좀 깎는다는 농가 중 마감했다는 곳도 몇 집 있다. “어제는 50박스 오만원짜리 선물용 주문이 들어왔는데 없어서 못 팔았네... 내년에는 좀 더 만들어야겠네~” 나는 연중 곶감을 판매하기 때문에 구정 전까지 대부분 팔고 마감하는 이웃 농가들보다는 훨씬 많이 만들기는 한다. 하지만 감 작황이 지난 가을에는 워낙 안 좋았던 관계로 원료감 수급에 어려움이 컸기에 원하는 만큼은 만들 수는 없었다. “줄여~ 이럴 때는 줄여야해~ 원료감이 곱으로 올랐는데 많이 깎아봤자 힘만 들어~” 하고는 다들 생산량을 줄였는데, 막상 주문이 계속 들어오고 상품이 없으니 아쉬운 것이다. 어쨌든 올해는 귀감 판매도 순조롭다. 항공모함은 아니더라도 큰 배가 순항하는 기분이다. 그런데 올해 귀감을 받은 고객들의 후기 중 “곶감을 먹다가 외할머니 생각이 났다”는 내용이 유달리 많다. 매년 보는 즐거운 후기지만 올해는 이런 내용이 가끔이 아니고 유난히 많아 혹 올해 귀감 맛이 예년과 달라졌나 싶을 정도다. 어제 오늘 받은 후기를 한 개씩 소개하면, 후기1) 어제 택배 잘 도착했어요. 퇴근시간에 택배가 도착해서 정신이 없어서... 근처 사는 조카네랑 좀 줬더니 엄청 맛있다고 난리였어요. 함께 사는 친정어머니도 달고 맛있다고 하시고 저도 맛있게 맛보았어요. 저는 늘 대봉보다 고종시가 예전에 외갓집 처마에 주렁주렁 달려있던 추억이 맛이라 더 좋은것 같아요. 어제 엄마랑 돌아가신 외할머니 얘기하면서 먹었답니다. 오랫동안 맛난 곶감 빚어주세요. 감사합니다. 좋은 저녁 되세요. 후기2) 농부님 곶감 잘 도착 했습니다. 너무너무 맛있습니다. 하늘나라에 가신 부모님 생각납니다. 내 고향 산청읍 오부면입니다. 내가 사는 함양 휴천면 엄천골은 오부면과 가깝다. 그래서 오부 부모님 생각이 나셨던 걸까?하는 억지 생각도 해보았다. 어쨌든 이런 후기를 받으면 나는 단순히 기쁘다기보다 내가 계속 외할머니 곶감을 만들어야겠다는 일종의 사명감 같은 걸 느끼게 된다.(참고로 귀감은 <지리산농부 귀감>의 브랜드다. 어떤 이는 귀감이 고종시나 대봉시같은 감의 종류인가 하고 혼동하기도 하는데 등록상표다. 나는 내가 만든 고종시와 대봉시중 가장 자신있는 상품에 귀감1호 2호... 번호를 부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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