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변(事變)이란 “사람의 힘으로는 피할 수 없는 천재(天災)나 그 밖의 큰 사건”을 말합니다. “격동의 현대사” 속에서 “60 평생(平生)” 제법 많은 사변을 겪었지만, 코로나 팬데믹 같은 재난은 정말 처음인 것 같습니다. 보이지 않는 적과 기약 없는 전쟁을 하는데 피난 갈 곳도 없습니다. 드디어 백신이 개발되어 접종을 앞두고 있지만, 자꾸 변종이 발생한다니 불안은 여전합니다.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한국의 “방역”에 세계가 주목하고 우리 또한 이 사변이 하나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되어버린 신생 독립국이 오늘날의 번영을 이루기까지 수많은 사변을 극복하고 오히려 도약의 기회로 만들어 온 성공한 현대사(現代史)의 주인공이 대한민국이기 때문입니다. 1961년 일어난 5.16 군사정변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의 삶과 사고를 지배하는 시대적 사변입니다. 그 공과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뜨겁지만, 필자 생각에는 5.16은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성공한 쿠데타고 박 대통령은 운명적인 독재자입니다. 그가 통치하는 동안 국가번영의 토대가 마련되었고 비슷한 과정을 겪은 많은 나라 중에 오늘날 정치, 경제 어느 하나라도 한국을 능가하는 나라가 없기 때문입니다. 20여 년에 걸친 군사독재는 결국 1979년 10.26이라는 정치적 사변으로 막을 내립니다. 혼란과 위기가 반복되고 많은 희생이 따랐지만 국민의 끈질긴 민주화 투쟁은 마침내 권위주의를 청산하고 5년마다 평화적으로 정권이 바뀌는 민주주의를 쟁취합니다. 민주화는 경제를 희생시키지도 않았고 정치가 잘못되면 국민이 직접 촛불을 들고 통치자는 승복하는 전통도 만들어졌습니다. 많은 나라에서 민주화 투쟁이 있었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민주화를 이룬 나라는 찾을 수가 없습니다. 민주화와 경제성장의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던 한국에게 1997년 일어난 IMF 사태는 쓰디쓴 약과 같은 것이었지만 “구조조정”으로 수많은 기업이 도산하고 많은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은 경제적 사변이었습니다. 우물 안 개구리에게 "Global Standard"가 강요된 것인데 이를 극복하는 데는 3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기업회계는 투명해지고 건강해진 기업들은 세계화에 집중했습니다. 삼성전자가 소니를 현대차가 도요타를 추월하더니 K-Pop 같은 우리의 문화가 세계인의 귀와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지금 우리는 코로나라는 미증유의 사태와 싸우고 있습니다. 우리가 키운 일도 아니고 우리만 겪는 것도 아닌 최초의 환란입니다. 그동안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강대국들의 참견과 감독을 받았지만, 이번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우리 정부의 방역대책이 정쟁화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k-방역”이 국제사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면 그것은 축적된 국가적 역량과 성숙한 시민의식의 결과입니다. 역대 정부가 노력하여 선진국을 능가하는 의료체계와 방역시스템을 갖춘 덕분에 오늘날 이런 대응이 가능한 것입니다. 굳이 이스라엘이나 싱가포르 같은 작은 나라와 비교할 일도 아닙니다. 경쟁상대인 일본이나 영국보다 나으면 잘하는 것입니다. 아마도 “k-방역”은 새 시대의 귀한 자산이 될 것입니다. 상상하는 일이 언젠가 현실이 되고 걱정하는 일은 생각보다 빨리 닥쳐오는 것이 세상 이치인 것 같습니다. 20년을 주기로 우리는 큰 사변을 겪어온 셈인데 그러면 앞으로 20년 후에는 어떤 사변(事變)이 일어날까요?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에 따른 전(全) 지구적 위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고되고 잦은 자연재해로 경고되고 있습니다. 1인당 쓰레기 배출량이 세계 1위인 나라가 한국입니다. 아마도 세계에서 제일 많은 물과 전기를 쓰고 있습니다. 늦기 전에 지구를, 그리고 우리 공동체를 생각해 보아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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