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진 자리                               문복주 구질구질 추하게 늙지 말기를자연에의 회귀가 아름다움이라면스러지는 것 모두 꽃이 되겠지돌아오지 않는 죽음이 아름답기를푸른 잎 사철 화려하진 않았지만한 생으로 피워 낸 붉은 꽃 보고서야꽃이 왜 피었는지 아는 사람은 알겠지사는 것 소중했다면앉은 자리 그대로 발밑에 놓아통째로 지는 순절기쁨으로 가는 자연 그대로의회귀였으면 좋겠어 문복주 선생님이 시 ‘동백꽃 진 자리’를 남겨두고 지난 1월18일 영면하셨습니다. 이 시는 꼭 남은 이에게 전하는 말로 선생님의 부재를 담담히 새기고 슬픔은 보태지 말라 미리 일러두신 듯 합니다. 제주도에서 교편생활을 하던 문복주 선생님은 지리산 품에서 살고 싶다며 함양으로 귀촌하였습니다. 병곡면 원산리에 집을 짓고 살던 문복주 선생님과 주간함양이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009년으로 문 선생님이 지리산문학회장을 맡고 있을 때입니다. 지리산문학회 창립 30주년 기념행사와 지리산문학제를 성공적으로 치른 문 선생님은 2010년 주간함양 논설위원으로 위촉, 제1기 지면평가위원으로도 활동하셨습니다. 지역현안에 대한 비판과 대안제시는 물론 주간함양에 애정 어린 조언도 서슴지 않으셨습니다. 2020년 12월 마지막 칼럼을 보내시고 논설위원의 자리를 내려놓으실 때까지 문복주 선생님은 주간함양 지면에서 많은 활동을 하였습니다. 논설위원으로, 시인으로의 활동은 물론 ‘문쌤얼짱한국사탐험’을 통해 독자들에게 한국사를 재미있게 풀어주었으며, ‘문복주 시인의 안녕하세요함양’에서는 선생님이 함양을 얼마나 많이 사랑하는지를 몸소 보여주며 함양예찬을 하였던 시리즈였습니다. 함양사회에서도 지식인으로서 할 수 있는 소명을 다하셨습니다. 특히 그리스로마신화 강의를 통해 역사, 문화, 예술을 망라한 지식을 풀어내었으며 2010년부터 매주 진행한 인문학강의는 문 선생님의 열정 덕분에 제자들은 인생의 참 스승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선물 받았습니다. 마지막 수업이 오리란 걸 미리 알았다면 그 시간, 그 순간을 소중해 하는 제자가 될 수 있었을까요.못난 제자는 그날 이후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됩니다. 아쉬움이 남고 죄송함이 남고 허전함이 남아 어제의 선생님을 떠올리며 시계를 거꾸로 돌려 봅니다. 꿈꾸는 섬, 우주로의 초대, 제주수선화, 식물도 자살한다, 철학자 산들이. 남기신 모든 시집을 뒤적입니다. 넘쳤던 사랑에도 못내 고파서 “처음 보았던 맑고 깨끗하고 아름답던 그대로의 너를 간직하고 가리라” 하신 글 한 소절에 나를 엮으며 선생님을 붙잡습니다. 그 많았던 가르침에는 스승님과의 작별은 없었기에, 시간이 길어질 헤어짐에 부디 선생님, 천천히 가시어요. 하회영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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