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에는 꼭 꽃이 피어야 할텐데...” 아내가 데크 양지바른 곳에 내어놓았던 화분을 들이며 중얼거린다. 아내는 요즘 몇 년 전 구입한 긴기아난에 공을 들이고 있다. 긴기아난은 그해 봄 우리에게 가슴 설레는 달콤한 향기를 선사한 뒤로 한 번도 꽃을 피우지 못했다. 이런 종류의 식물은 원래 월동처리가 되어야 다음해 꽃을 피우는데 말은 알지만 정작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아내도 나도 경험이 없다. 요즘같은 북극 추위에 월동 처리한다고 바깥에 내어놓으면 얼어 죽어버릴게 뻔하다. 도대체 전문가들은 어떻게 하는 거지? 당연히 시설과 환경이 구비되어야겠지만 일반 가정에서도 가능한 방법은 있을 것이다. 곶감 포장을 하며 FM 음악방송을 들으니 ‘요즘 꽃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한다. 코로나블루 때문에 실내에서 얻을 수 있는 위안꺼리로 꽃을 찾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라넌큘러스, 수선화, 튤립, 프리지어 등등 꽃 이름을 읊는데 이 북극 추위에 그런 꽃을 구할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웃기지만 나는 달콤한 꽃감을 찾는 사람도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슬쩍 들었으니 멍뭉이 눈에는 똥만 보인다고 내가 그런 모양이다. 얼마 전에 페친 한 명이 내가 고양이 사진은 안 올리고 곶감 사진만 올린다며 지겹다는 댓글을 남기고 친삭을 했다. 평소 내가 올린 글에 빠짐없이 좋아요와 댓글을 남겨준 친구여서 당황스러웠다. 사실 나는 그 친구의 글에 댓글을 남긴 기억이 없어 미안하기도 하고 어떤 친구인지 궁금하기도 해서 계정에 들어가 봤더니 정작 본인의 포스팅은 사진 몇 장이 다였다. 어쨌든 이런 일이 있고나면 조심스럽다. 그래서 가능하면 내 업에 관한 글과 사진을 적게 올리게 된다. 한번은 카친이 장문의 글을 보내왔는데 요지는 고양이 사진과 이야기를 올리지 말아달라는 정중한 부탁이었다. 자신을 포함에서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이 50%나 되는데 곶감 이야기는 좋지만 고양이 이야기를 같이 올리면 곶감에 고양이털이 연상되어 사고 싶은 생각이 싹 달아난다는 것이다. 내 생각에 내가 곶감 농사를 하는 것과 고양이 사이에 위생 관련 걱정거리는 없지만 어쨌든 이런 글을 받고나니 아무래도 조심스러워진다. 그래서 요즘 고양이 이야기가 안 올라온다고 궁금하다는 SNS 친구들이 많고 어쩌다 내가 고양이 이야기를 올리면 반가워하는 분들도 있다. 그나저나 이야기 책 <고양이를 모시게 되었습니다>는 언제 나오는 거지?ㅋ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는데 방송을 듣다가 아내가 긴기아난을 거실로 들이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나도 식물을 좀 키워봐야겠다...” 아내가 그 말을 할 때는 코로 들었는데 방송에서 하는 말을 들으니 (아... 그게 코로나블루 때문에 그런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봄만 되면야 정원에 피어날 꽃들이 많이 있지만 겨울에 실내에서 마음의 위안을 얻을만한 식물이 뭐가 있을까? 긴기아난은 아내가 공을 들이고 있으니 어쩌면 꽃이 피고 놀라운 향기를 맡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두어 달 지나봐야 아는 것이고 당장 코로나블루를 이겨낼 꽃이 필요한데 뭐가 있을까? 이런 시시껄렁한 이야기 꽃 말고 그리고 기회만 되면 슬쩍 올리는 꽃감도 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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