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20일,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근국가로 퍼져 우리나라에 첫 감염자가 발생한 날이다. 딱 1년 전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로 인해 예기치 않은 위기는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으며 사회 전반에 많은 변화의 바람이 불었고 아이들의 교육현장도 마찬가지였다.
학기의 시작을 알리는 작년 3월은 잿빛이었다. 아이들의 방학은 좀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설레는 입학식은 미루어졌다. 첫 등교를 앞둔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은 새로 산 가방을 뽐낼 곳이 없어 거실에서 메고 다닌다는 귀엽고도 슬픈 얘기가 전해졌다. 학교를 가지 못한 학생들은 집에서 친구들을 그리워했으며 텅 빈 학교에서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만나고 싶어 ‘보고 싶다’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개학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던 교육부는 한 달 후 온라인 개학을 결정하였고 부랴부랴 디지털기기를 준비하고 수업콘텐츠를 제작하면서 낯설고 어색한 온라인 학교생활이 시작 되었다.
집안에서 학생들은 학교 시간표에 맞춰 공부를 시작했다. 먼저 코로나19 자가진단 후 온라인으로 출석체크를 하고, 시간에 맞춰 과목별 선생님을 화면으로 만나고 메일이나 카톡으로 숙제를 제출하는 새로운 학교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집에 있다 보니 출석시간에 미처 일어나지 못한 학생들은 교사와 학부모가 전화통화를 하면서 아이들을 챙겼고, 형제가 있는 아이들은 졸업한 학교의 선생님을 동생이 공부하는 컴퓨터 화면으로 반갑게 만나는 일도 생겼다. 저학년일수록 온라인 수업에 대한 어려움이 컸지만 교사와 학부모의 고군분투 속에 차차 적응해 나갔다.
바이러스의 기세가 한풀 꺾이고 등교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방역지침으로 인해 줄을 서서 열 체크 및 손 소독을 한 후 교문을 들어설 수 있었으며 마스크를 낀 채로 선생님과 친구를 만나야 했고, 친구와의 대화로 더욱 맛있고 즐겁던 점심시간은 적막감이 흘렀다. 학교생활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현장학습, 수학여행, 학교축제는 생각할 수도 없었고 교내 모든 행사들은 비대면으로 힘겹게 마무리 지었다.
갑작스레 바뀐 교육 환경 속에서도 학생과 교사 학부모들은 차차 적응해 갔으며 위기 속에 다양한 교육방식에 대한 기회를 열었다. 온라인 수업은 학교로의 접근이 어려운 학습약자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였으며, 등교수업과 병행하면 탄력적이고 유연한 학사운영이 가능함을 알게 하였다. 물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교육당국과 선생님들의 노고가 있었다.
하늘아래 영원한 것이 없듯 잔인했던 2020년이 지나고 숨 가쁘게 달려온 한해를 정리하는 겨울방학이 시작되었고 곧 졸업식이다. 안전을 위해 졸업식 또한 온라인으로 간소하게 진행되겠지만 축하와 감사하는 마음은 변함없을 것이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선생님들의 가르침 속에 추억 가득해야 할 학교가 고요 속에 잠겼다. 예상치 못했던 비대면 교육 환경을 물려준 어른으로서 아이들에게 더없이 미안하다. 그동안 무심결에 한 우리의 행동들은 새로운 전염병을 만들었고 어른들의 어리석음 속에 아이들이 감내해야 할 고통은 너무 컸기 때문이다. 2021년에는 보다 나은 교육환경 속에서 아이들이 꿈을 펼치고 행복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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