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꼬리를 감추고 사라졌던 꼬리가 짠하고 나타나더니 어느 날 또 다시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었다. 2차 신혼여행을 갔을 거라는 판단에 다시 돌아올 거라는 믿음은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요즘 날씨가 워낙 추워서 은근히 걱정도 되었다.(이 녀석아~ 이 추위에 도대체 잠은 어디서 자냐? 그래 밥은 먹고 다니냐?) 아내는 혹시 밤에 몰래 집에 와서 잘 지도 모른다며 현관에 직접 지어준 고양이 3층 주택을 한밤중에 슬쩍 살펴보기도 하는 모양이었다. 여기는 경상도지만 전라북도와 경계선에 있는 지리산 북사면 골짝 마을이라 일기예보는 전라도를 봐야 맞아 떨어진다. 최근 서해 전라지방에 폭설이 내렸는데 여기도 눈이 제법 내리고 길이 빙판이 되는 바람에 차가 움직이지 못해 며칠째 고립이 되었다. 마을 아래 엄천강 건너 큰 도로는 제설차가 다니기 때문에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산 아래 첫 집인 우리 집에서 큰 도로까지 차가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학교에 나가는 아내는 부득이 하루 결근을 하게 되었고, 택배가 올라오지 못해 나도 곶감 배송에 어려움을 겪었다. 다행스럽게 지금은 길이 뚫렸다. 어제는 길이 열리자마자 읍에 나가서 장을 잔뜩 봐가지고 왔다. 평소에 장을 보면 보통 일주일치 먹거리를 사오는데 이번 장 본 걸로 한 달은 날 거 같다. 나는 꼬리가 2차 신혼여행을 간 거라고 믿었지만 아내가 고양이를 키우는 동료교사에게 들은 정보는 달랐다. 고양이는 지금 짝짓기 할 시기가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겨울에 출산을 하면 추위에 새끼가 살아남지 못하기 때문에 날씨가 풀리는 봄에 맞춰 짝을 짓는다는 것이다. 그럴 듯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사람의 생각이지 한낱 고양이가 과연 그럴까? 어쨌든 신축년 새해가 되자 어디서 뭘 하고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꼬리가 반갑 소~하고 다시 나타났다. 이번에는 몸이 좀 축이 난 것처럼 보였다. 반가운 마음에 사료를 주니 요즘 가수가 리듬을 넣어 랩을 하듯 양양 소리를 내며 먹는데 먹고 또 먹고 평소 먹던 그릇으로 4그릇을 뚝딱 먹어치웠다. 배고픈 고양이가 밥을 먹을 때 내는 양양 소리를 들으면 언제나 미소가 지어진다. 2년 전 길에서 만난 길냥이 수리를 데려와서 개 사료를 주었을 때도 그랬다. 어린 녀석이 아앙아앙 소리를 내며 밥을 먹는데 처음 듣는 소리라 신기했다. 사람이 맛난 음식을 냠냠 먹을 때 이 냠냠은 의태어지만 고양이의 양양은 의태어가 아니고 울림이 있는 의성어다. 배고픈 꼬리가 양양거리며 어찌나 먹어대는지 수리와 서리 밥그릇까지 비운다. 제 밥그릇을 순식간에 비우고 수리와 서리 밥그릇에 머리를 들이밀면 수리와 서리가 슬그머니 양보를 한다. 서열 꼴찌인 꼬리가 상투를 틀더니 머리가 된 것 같다. 꼬리가 다시 나타난 지 사흘째 아내가 천재고양이가 나타났다고 한다. 아내가 간식까지 다 먹으려고 덤비는 꼬리를 잠시 현관에서 내보내고 펫도어를 조작했다고 한다. (참고로 이 펫도어는 4가지 방식의 문열림을 지원한다. 출입 불가/ 나가기만 가능/ 들어오기만 가능/자유로운 출입 가능) 그러니까 안에서 바깥으로 나갈 수는 있지만 바깥에 있는 꼬리가 안으로 들어올 수는 없는 모드로 조작을 하고는 수리에게 따로 간식을 부어줬다고 한다. 수리야~ 어서 먹어~하고는 나중에 보니 어떻게 된 건지 꼬리가 들어와서 수리 간식을 먹고 있더란다. 펫도어 조작을 잘못했나보다 싶어 확인을 하니 분명 바깥에서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잘 되어 있더란다. 거참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하고 다시 꼬리를 내보내고 수리에게 간식을 부어준 뒤 현관 중문 틈으로 몰래 지켜보니... 세상에~ 꼬리가 앞발로 도어를 당겨들고 머리를 먼저 밀어 넣고 그냥 쑤욱 들어오더라고 한다. 그래서 아내와 나는 “히야~ 저넘 천재다~ 지능을 가진 고양이네~” 하고 동영상으로 찍어 자랑하려고 상황을 다시 재연하는데... 유감스럽게도 이 넘이 한사코 촬영을 거부한다. 잘 하다가도 카메라만 들이대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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