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어머니는 2019년 5월에 길을 가다가 넘어지는 사고를 당하셨다. 그 바람에 인공 고관절 수술을 받으시고 긴 병원 생활을 하셔야 했다. 인천에 계시는 어머니를 돌봐드릴 수 없었던 필자는 어머니를 창원에 있는 요양병원으로 모셨다. 그러나 어머니께서 병원생활을 하시는 동안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병원 면회조차 불가능해졌다. 어머니께서 입원 중인 요양병원에서는 혹시라도 낙상사고가 발생할까봐 화장실도 못 가시게 했다. 모든 용변을 기저귀에 의존해야 했기에 그러다가 병원에서 돌아가시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생겼다. 필자의 아내 또한 2018년 3월, 뇌출혈 발병으로 아직도 의식도 없이 창원 소재 모 요양병원에 입원 중이어서 어머니의 병원비까지 부담하는 것도 힘겨운 현실이었다. 그러나 어떤 핑계로도 어머니를 모른 채 할 수는 없었다. 어머니의 병원 생활이 길어지면서 어머니께서 살고 계시던 인천 아파트도 빈 집이 되고 말았다. 필자는 주인 없이 비어있던 인천 어머니의 낡고 작은 아파트를 처분해서 창원에 열다섯 평짜리 작은 아파트로 이사를 해 드렸다. 산청과 창원을 오가면서 생활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어머니께 다하지 못한 효도를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여겼다. 그러나 그렇게 시작된 주부생활(主婦生活)은 만만치 않았다. 아들 삼형제 중 장남인 필자는 신혼 초까지는 어머니를 모시고 같이 살았었다. 그런데 목회를 한답시고 거의 20년을 따로 살고 있었다. 그러다가 선택의 여지없이 마지막 효도의 기회라는 생각으로 어머니와의 동거를 시작한 것이다. 자식들을 위해서 청춘을 다 바치시고 팔순을 넘기신 어머니이기 때문에 만분의 일이라도 은혜를 갚아보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몸은 불편하시지만 차로 모시고 다닐 수 있으니까 괜찮았다. 그런데 가끔씩 뜬금없는 말씀을 하실 때면 나도 모르게 화가 났다. 툭하면 뭐가 없어졌다고 하시고, 뭐가 안 보인다고 하셨다. 그럴 때마다 그러실 분이 아니신데 왜 그러시나 싶어서 화가 난 거였다.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있고, 요양보호사 자격증도 있어서 생의 주기에 따른 특징들이 있다는 것을 다 알면서도 내 어머니에 대해서는 용납 되지 않는 일들이 많았다. 한 번은 난 데 없이 호미를 찾으시는 거다. 호미가 있었는데 없어졌다는 거다. 아파트에 살면서 호미가 뭔 필요가 있다고 호미를 찾으실까 싶어서 또 버럭 화를 내고 말았다. 그 이후로도 무슨 그릇이 안 보인다는 둥 옷이 없어졌다는 둥 어머니의 이상 행동은 간헐적으로 계속되었다. 한동안 어머니와 마찰을 빚던 필자는 지쳐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터득한 것이 있다.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살기로 한 거였다. 다행히 국을 끓여 드리고 반찬을 챙겨 드리면 연신 맛있다면서 식사를 잘 하시니 정말 다행이다. 그런 와중에서도 인공고관절 수술 부위가 아프다며 쩔쩔매시는 모습은 정말 안타까웠다. 뼈가 아픈 것도 아니고, 수술 부위가 아프다고 하셨다. 옷만 스쳐도 아프다고 하시니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필자는 어머니의 증상을 여기저기에 소문을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안 가서 비슷한 증상을 경험했다는 분을 만나게 되었다. 그래서 병은 자랑하라고 했나 보다. 어머니가 자꾸 아프다고 하신 이유가 있었다. CRPS(Complex regional pain syndrome, 복합부위통증증후군)였다. 큰 수술을 받고 난 뒤에 봉합하는 과정에서 단순히 살을 꿰매는 방식으로는 근육 조직의 미세한 혈관들이나 신경들을 이어줄 수 없기 때문에 CRPS가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장기적으로 환부에 반창고를 붙여 놓으면 피부 트러블이 생기게 된다. 다행히 외국에서 직수입한 특수 테이프를 구해서 붙여 드렸더니, 이젠 통증이 사라지셨다고 하신다. 본의 아니게 살림하랴, 어머니 모시랴, 아내 병원 챙기랴, 졸지에 주부가 된 필자는 날마다 조주부전(趙主婦傳)을 써야 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 사이에 조주부에게도 2021년 새해가 열렸다. 그런데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해마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갖게 되는 부푼 희망은 대부분 한 달도 채 안 돼서 다 무너지고 말기 때문이다. 다이어트도 그렇고, 금연이나 금주도 그렇고, 공부나 운동도 마찬가지다. 한 달은커녕 작심삼일이 되어서 그렇게 뜨거웠던 각오가 1주일도 채 가지 않아서 물거품이 되고 마는 것을 수도 없이 많이 보아왔다. 아니나 다를까, 2020년도 그렇게 다 지나가고 말았다. 살아보니까 58년 세월이 지나는 동안 늘 그래왔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마음을 다잡는 것은 실패한 내 인생까지도 우리 하나님께서는 포기하지 않으시고 끝까지 붙들고 계신다는 사실을 믿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언제나 새 시대의 새 일꾼들이 되어야 하는 사명이 있다. 아무리 지난 세월이 우리의 발목을 잡고 늘어진다고 해도 더 이상 과거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 그저 앞만 보고 묵묵히 나가는 새 시대 새 일꾼의 모습으로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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