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곶감은 크기로 기록을 세우네요. 고종시 곶감 포장하면서 처음 보는 크기에 놀라 “세상에 이럴 수가~”했는데 오늘은 하우스에서 대봉 곶감을 첫 햇볕샤워 시키다 뒤로 넘어갔습니다. 대봉곶감 크기를 말할 때 보통 80그람 내외는 대자로 치고 90그람부터는 왕특으로 분류하는데, 오늘 왕특을 비웃는 엄청 큰 것들이 보였답니다. “우와~” 하며 일부러 저울에 올려보았더니 무려 260그람!!!ㄷㄷㄷㄷ...... 아직 반건시 상태이고 건시로 포장하려면 더 말려야 하지만 만일 곶감 기네스북이 있다면 가장 큰 곶감으로 등재할만한 일입니다. 곶감이 260그람이면 아마 곶감 깎기 전에는 500그람 이상 되는 슈퍼 감이었을 겁니다. 너무 커서 감 자동박피기로 깎지 못하고 절터댁 아지매가 “세상에~세상에~ 멜론만 하네~”하며 손으로 하나하나 깎은 것들입니다. 요즘 후숙 중인 곶감을 매일 한 개씩 시식해 보는 게 일이라 오늘도 대봉 반건시 한개 먹어보니 꿀맛입니다. 반건시는 보통 건시곶감에 비해 당도가 낮은데 이건 건시곶감 못지않게 달콤합니다. 올해 냉해와 장마의 여파로 감이 턱없이 적게 달렸지만 크기 하나는 입이 벌어질 만 합니다. 존비정신으로 끝까지 버티고 살아남은 감이 떨어진 감에게 갈 영양까지 다 흡수하고 큼직하게 몸을 키운 것입니다. 이곳 어르신들은 “곶감은 건시야~ 반건시는 곶감이 아니지~”하며 반건시는 아예 곶감으로 쳐 주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곶감은 으레 건시를 말합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때는 지금처럼 곶감 말리고 숙성시키는 시설이 부족했습니다. 오로지 날씨에만 의존했기에 건시 못지않게 달콤한 반건시를 만들 수가 없었던 겁니다. 해서 “곶감은 오로지 건시야~ 반건시는 곶감이 아니야” 가 된 것입니다. 사실 시중에 반건시가 오래전부터 많이 유통되고 있지만 무슨 맛일까 궁금해서 사 먹어보면 대부분 그냥저냥 감 맛이 날뿐 돈 주고 사 먹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도 곶감 만든 지 십 수 년이 지났지만 반건시 만들지 못했습니다. 중간 중간에 한 번씩 시제품을 만들어보긴 했는데 만족스런 맛이 아니라서 본격적인 상품으로 만들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딱 한번 7~8년 전 의욕적으로 많은 양의 반건시를 만들었다가 실패하여 큰 손해를 본 기억도 있습니다. 어쨌든 실패한 경험까지 이런 저런 경험이 쌓여 이제는 누구보다도 맛난 반건시를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근데 사실 이것도 지난 해 우연히 대봉 반건시를 만들기 시작했고 올해 고종시 반건시도 처음으로 만드는 거네요. 올해 곶감이 특별나게 커서 기네스북에 올릴 만 하다고 했는데 사이즈만 크고 중량만 많이 나간다면 아무 의미가 없지요. 먹거리는 어쨌든 위생적으로 만들고 맛이 특별해야 합니다. 곶감은 기호식품이라 먹어도 그만 안 먹어도 그만인데 맛없는 곶감을 왜 돈 들여 사 먹을 이유가 없습니다. 물론 곶감의 특별한 효능이 널리 알려져 맛을 떠나서도 먹을 필요는 있지만 곶감은 약이 아니고 식품이고 맛으로 먹는 먹거리입니다. 그래서 만일 곶감 기네스가 있다면 크기뿐만 아니라 맛(당도)도 기록으로 남을 특별한 곶감을 만들어서 등재해 보고 싶네요. 만일 곶감 기네스라는 게 있다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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