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선배가 올린 짧은 동영상을 보았다. 제목은 “아버지의 길” 이었고 4분 정도로 편집되어 있었다. 너무나 감동이 되어 자세히 살펴보니 이 동영상은 KBS 파노라마로써, 2014년에 히말라야 잔스카 학교가는 길, 차다(chaddar: 얼음담요)라는 제목으로 방영된 다큐멘타리 영화였다. 이 영화는 히말라야의 고립된 마을 ‘차’와 ‘파룸’의 아이들이 겨울에만 열리는 얼음 길 ‘차다’를 아버지의 희생적인 사랑과 보호를 통해 건너 학교에 가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지구의 지붕인 히말라야의 ‘학교 가는 길’은 상상 이상으로 혹독하다. 지구온난화로 점점 녹아가는 빙하를 건너기 위해 아버지는 몇 번이고 맨다리를 차디찬 얼음물에 담근다. 한낮에도 영하 20도를 밑도는 추위와 위험, 부족한 음식과 고된 짐, 길가의 잠을 감당해야하는 고행 길을 왕복 20일 동안이나 걸어야한다니, 부성애가 없다면 결코 할 수 없는 일이다. 10살이 채 안 된 아이들이 학교에 가기 위해 매년 2월이면 30kg에 육박하는 짐을 짊어진 아버지들이 자식의 손을 잡고 차다로 나선다. 일 년이면 서넛은 목숨을 잃는 가혹한 길도 아이의 미래를 막는 것보다 두렵지는 않기 때문이다. 영화 속 아버지 노르부는 “춥고 힘들지만 아이를 생각하면 집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며 “학교에 보내지 않으면 나처럼 살 수 밖에 없다”고 자조한다. 자식에게 더 나은 미래를 주고 싶은 부정 끝에는 소처럼 열심히 일해도 가능성을 찾을 수 없는 히말라야 사람들의 절망이 따라붙는다. ‘차’마을의 아이들은 그저 배움을 계속하기 위해 열흘 동안 얼음길을 건넌다. 아이는 “학교에 갈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한다. 이 세상 모든 부모의 마음이 이와 같을 것이다. 한 남자가 세상을 떠날 때 제일 생각나고 보고 싶은 사람이 ‘자녀’라는 말은 죽음같이 강한 부성애 때문일 것이다. 오지의 아이들은 의사나 엔지니어를 꿈꾼다. 아버지가 목숨을 걸고 도시의 학교로 보낸 이유는 자식이 ‘자신과는 다른’ 삶을 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힘겨운 여정을 마무리하고 아들을 학교에 들여보내며 아버지는 아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얼마나 힘들게 왔는지 기억하지?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아버지는 눈물을 뚝뚝 흘린다. 영화 속 아버지의 눈물은 아버지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이 세상의 모든 남자들의 삶의 여정을 담고 있다. 차디찬 겨울 얼음물을 내딛는 맨살을 보면서 필자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리며 그 다리가 아버지의 다리는 아닐까 하는 생각에 왈칵 눈물이 났다. 자녀들을 위해 우는 아빠는 연약한 남자가 아니라 위대한 영웅이다. 추운 겨울 공기층물이 얼어서 만들어진 눈은 땅에 내려 온 지면을 하얗게 덮는 것처럼 아빠의 눈물은 자녀를 위해서라면 헌신하고 희생하는 것쯤은 두렵지 않으며 아깝지 않다는 부성애으로 만들어져 자녀의 마음에 뿌려져 생명과 평안으로 덮는다. 참으로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물은 바로 부모들이 자녀를 위해 흘리는 눈물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물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내는 치유의 물이다. 너무나 많은 고통과 아픔이 넘쳐나는 이 세대에 어쩌면 눈물이 신음하고 있는 우리마음을 고치는 치료약이 될 것이다. 눈물은 불쌍히 여기는 마음에서 나오는 감정의 표현이고 이 때 우리의 감정은 정화가 되며 원상태로 돌아온다. 아이들은 도시 학교에 들어가고 아버지는 다시 차가운 차다를 열흘 동안 걸어 홀로 고향에 돌아온다. 그 발걸음은 갈 때보다 더 무거웠을 것이다. 어쩌면 아이들은 학교를 졸업해도 마을로 돌아오지 않을지 모른다. 아니 목숨을 걸고 함께 빙하를 걸었던 아버지 역시 그걸 바랄지도 모르겠다. 참사랑은 자기유익을 구하지 아니하고 상대방이 행복해 지기를 바란다. 부성애가 모성애에 가려 잘 드러나지 않으며 또한 잘못된 아버지 권위로 인해 자녀의 마음속에 지워지고 흐려져 있는 아버지 마음이 우리 남자들이 다시 만들어가야 한다. 아버지는 자녀 마음속에 있는 눈물과 꿈을 볼 수 있어야 하며 자녀 또한 아버지에게 있는 눈물을 보고 서로 하나 되는 관계로 회복되어야 한다. 아빠는 자녀에게 성만 물러줄 것이 아니라 마음도 함께 물러주어야 한다. 성씨는 쉽게 줄 수 있지만, 마음은 눈물이 필요하다. 권위가 상실된 이 시대에 꼭 필요한 것은 코로나19를 극복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아버지 마음을 가진 참된 권위의 회복이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