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사라졌다. 매일 밥 달라고 보채던 고양이 세 마리 중 한 마리가 사라졌다. 언제부턴가 제 이름처럼 꼬리를 감추었다. 꼬리는 서리의 꼬리를 잡고 늦게 왔다고 해서 붙여준 이름인데 이름처럼 사라지니 묘(猫)하다. 요즘 날씨가 보통 추운 게 아닌데 도대체 어디서 무얼하고 있을까? 하는 걱정은 차라리 사치스럽다. 왜냐하면 혹 어디서 불의의 사고를 당해서 오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길고양이의 가장 큰 위협은 차가 달리는 도로다. 시골 마을엔 어디나 고양이가 있기 때문에 나는 마을로 접어들면 일단 속도를 늦추고 주변을 살핀다. 언제 어디서 길냥이가 튀어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어제 밤에는 아내가 문득 꼬리 생각이 났던지 “꼬리가 사라진 지 한 달 정도 되었나?” 한다. 내 기억엔 그렇게까지 되지는 않았고 열흘 정도는 지난 것 같다. 길냥이 꼬리는 밥은 얻어먹지만 살갑게 다가와 곁을 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수리랑 절친이어서 아내가 간식도 잘 챙겨주고 은근히 예뻐했다. 비록 그 녀석은 가끔 하악질을 하며 눈을 부라렸지만 악의로 그러는 것은 아니다. 녀석은 단지 자신의 용맹성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꼬리는 이소룡이 아옷~하며 눈을 부라리듯 멋진 연기를 하는 것이다. 아내는 꼬리가 잘못되었다고 단정을 하고는 낙담했다. 하지만 나는 꼬리가 이제 성묘가 되어 신혼여행을 간 거라고 애써 믿고 싶었다. 왜냐면 지난 해 한 때 서리가 2주정도 사라졌다가 얼굴은 피투성이가 되고 등뼈가 앙상할 지경으로 여윈 모습으로 나타난 적이 있기 때문에 꼬리에게도 그런 기대를 한 것이다. 비록 눈으로 본 것은 아니지만 서리는 짝짓기를 하기 위해 굶어가며 경쟁자와 싸우느라 반쪽이 되어 나타났다. 처음에는 그 때의 서리가 워낙 여위어서 병이 난 줄 알았다. 하지만 다시 열심히 먹더니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원래의 체격으로 돌아왔고 지금은 돼지가 되어있다. 고양이는 언젠가는 집을 나가기 때문에 정을 줄 게 못된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알기로 고양이가 집을 나가는 것은 짝짓기를 하기 위해서 그러는 것이 아닌가 싶다. 중성화 시킨 수리는 우리 집에 온지 2년이 넘었고 마당에서 뒷산을 오가며 자유롭게 살고 있지만 한 번도 가출한 적이 없다. 서론이 길었는데 사실은 사라졌던 꼬리가 오늘 나타났다. 꼬리는 오늘 아침 멀쩡한 얼굴로 다시 나타났다. 오늘 저녁 식탁에서의 화제는 단연 꼬리다. 녀석은 못 먹어서 여윈 흔적이 없고 얼굴도 깨끗하다. 그런데 다시 나타난 꼬리가 어쩐지 달라졌다. 그동안 꼬리는 우리 집에서 밥 먹는 세냥이 중 서열이 꼴찌였는데 아내의 말에 의하면 꼬리의 서열이 수리랑 바뀐 것처럼 보인다고 한다. 아내의 말에 나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았는데 어쩐지 수리가 꼬리의 눈치를 보는 것 같다. 밥그릇 앞에서도 그렇고 잠자리에서도 수리가 꼬리를 슬슬 피하고 있다. (뭐지? 꼬리가 상투 틀었다고 행세하나? 설마?) 어쨌든 꼬리가 다시 나타나 반갑다. 더군다나 건강한 모습을 보니 기쁘다. 오늘 저녁 식탁에서 아내는 꼬리가 수리보다 서열이 높아졌다고 불평을 하면서도 생글생글 웃는다. “꼬리 저 녀석 그동안 수리에게 치대고 온갖 애교를 떨더니 완전 상전이 되어 나타났네....” 하며 큭큭 웃는다. 꼬리에게 정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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