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동짓날이다. 이제 또 모두 공평하게 한 살씩을 더 먹어야 하는 한해를 마무리 짓는 시점이다. 동지 팥죽이 액막이 효험이 있어 제발 코로나가 퇴치되었으면 좋겠다. 나이만큼 먹는다는 새알심을 다 먹을 수 없는 나이가 되어 동지가 반가울리 없지만 행여 동지가 지나면 세상이 좀 밝아지려나 하는 기대감으로 동지를 맞는다.
이 긴 밤이 지나면 낮이 길어지기 시작하니 답답한 마음에 밝은 세상을 기대해 보는 것이다. 연초부터 안고 살아온 코로나 불안감이 한해가 다 저물어 가는데도 그칠 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모두가 힘든 세월이다.
함양지리산고속버스 회사에 입사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7년하고도 반이다. 입사할 때도 어려웠던 회사가 퇴사하는 지금 코로나 여파로 더 큰 어려움에 처해있다. 찬바람을 안고 떠나지만 등이 더 시리다.
근무하면서 자주 주고받던 말이 회사경영에 유리한 조건은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었다. 한바탕 홍역을 치른 노사문제, 인구감소, 급격하게 올린 최저임금, 지리산국립공원의 규제 일변도정책으로 줄어든 등산객, 코로나사태, 주말에 자주 찔끔거렸던 비에다 시행 유예중인 주52시간제 등 눈 씻고 찾아보아도 유리한 조건은 단 하나도 없었다.
그동안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회사는 활로를 찾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왔다. 서울 남부터미널, 안양부천, 인천공항, 지리산 노고단 성삼재까지 4개 노선을 개척 신설했다. 신규노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많은 어려운 조건들을 충족시켜야 한다. 통과할 각 시도마다 동의를 얻어야하고 국토교통부 조정위원회의 심의 통과와 경남도지사의 인가에다 관련지역 주민들의 저항도 견뎌내야 한다.
운행노선이 늘어나면 군민들의 활동영역이 넓어지고 함양의 위상과 긍지도 높아지지만 수입이 불투명한 모험적인 도전이다.
우리가 지켜내야 할 것들이 아름답고 청정한 자연환경 미풍양속 선조들로부터 물려받은 문화재 이런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함양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우리고장을 널리 알리고 교통편의 제공과 경제활동을 원활하게 해 주는 함양지리산고속버스 회사도 함양인들이 사랑으로 지켜내야 할 소중한 자산이라 생각된다. 전국에 수많은 시군이 있지만 자기 고장의 이름을 가지고 운행하는 버스회사가 몇이나 되는지 생각해 보면 그 가치의 크기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대중교통버스회사의 일과 시간은 24시간이지만 사무실 근무는 완행 막차가 돌아오는 시간에 끝이 난다. 떠나는 막차와 들어오는 막차가 주는 느낌은 사뭇 다르다. 떠나는 막차는 이별이라는 분위기가 담겨 있어 허전함과 쓸쓸함으로 대중가요의 단골 소재가 되기도 하지만 돌아오는 막차는 만남과 희망 같은 기대감을 싣고 온다. 어부의 아내가 만선으로 귀항할 남편을 기다리는 마음과 같은 것이다.
희망으로 가득한 신록의 6월에 왔다가 춥고 어두운 겨울에 떠나면서 가슴에 간절한 소망하나를 담는다. 매일 매일 함양지리산고속버스가 만차로 안전하게 운행되어 회사 운영이 원활하게 되는 것이다.
수많은 역경을 헤치고 달려온 양기환 사장의 버스사랑 외줄타기 같은 삶과 용기와 결단력 기업인으로서의 탁월한 역량에 존경을 보내며 친구의 부족함을 참아내며 따뜻하게 감싸준 우정에도 감사한다.
새벽부터 늦은밤까지 힘든 일터에서 회사를 지켜내기 위해 묵묵히 직분을 다하는 사랑하는 동료들에게도 응원으로 작별의 인사를 대신한다.
2020년이 저무는 저녁 희망을 싣고 돌아올 막차를 기다리며.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