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군 백전면에서 밤이 생산되기 시작한 것은 벌써 50년이 넘었다. 논농사, 밭농사 이외에 농가의 부수입으로 자리를 잡은 밤농사를 통해 주민들은 수시로 닥쳐오는 경제 위기를 그럭저럭 넘길 수 있었다. 밤을 팔아 자식들의 대학 등록금도 보태고, 수입이 거의 없는 겨울도 견뎌 왔던 셈이다. 그런데 최근 몇 년 동안 이상 기후로 인해 밤의 생산량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함양농협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함양농협 백전지점에서 2016년에 매입한 밤은 360톤에 달하지만, 2020년에는 104톤에 불과하다. 밤 생산량이 5년 사이에 1/3 수준으로 감소한 것이다. 백전면에는 양파를 대량 생산하는 대농들과 오미자 같은 특용 작물을 재배하는 젊은 농부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자본이 없는 소농들과 오래된 농부들에게 양파나 오미자 같은 작물은 그림의 떡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그들에게 밤은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수입원이다. 그래서 2020년 6월, 백전면에 위치한 음천마을, 양천마을, 내천마을의 주민들이 모여 ‘지리산의식주연구회(대표 노일영)’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밤 생산량 감소와 그로 인한 농가 소득 저하에 대비한 공동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2020년 백전면의 밤 생산량은 처참한 수준이었다. 사실 밤의 출하 가격은 중간업자들에 의해서 결정된다. 밤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늘 가격 결정 과정에서 제외되었다. 농부들은 밤을 산에서 주워 중간업자에게 운반하는 수단적 존재에 불과한 것이다. 한 마을 전체의 경제적, 내면적 삶의 질이 몇몇 중간업자들의 손에서 결정된다는 것은 부조리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밤농사를 짓는 세 마을의 주민들과 지리산의식주연구회는 보다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조직하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밤 생산지를 공동 관리하고, 생산된 밤을 스스로 판매하며, 보다 높은 가치를 발생시키기 위해 밤을 가공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이다. 지리산의식주연구회 회원들은 수차례 토론과 회의를 이어갔다. 어떻게 하면 함께 잘살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까? 결론은 협동조합을 만들어서 마을기업을 설립하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2021년 경상남도 마을기업 육성사업의 예비 마을기업 모집에 도전하기로 뜻을 모았다. 차근차근 준비를 했지만, 마을 주민들의 마을기업에 대한 열망을 서류에 모두 담아내기에는 부족함이 많았다. 서류를 접수하고 지리산의식주연구회는 첫 사업으로 마을의 가로수로 심겨진 500여 그루의 산수유나무에서 열매를 수확했다. 코로나 3차 대유행이 시작되기 전에, 일부는 씨를 빼고 말려서 판매를 하고 있고, 일부는 산수유 식초를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산수유 식초는 2021년 4월에 판매가 시작될 예정이다. 산수유 작업이 끝이 나고, 지리산의식주연구회가 예비 마을기업으로 선정되었다고 통보받았다. 이제 곧 지리산의식주연구회는 ‘지리산의식주연구협동조합’이라는 법인으로 전환될 것이다. 그리고 서두르지 않고 한 단계 한 단계씩 순서를 밟아, 세 마을 주민들의 염원인 밤을 이용한 가공식품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자료제공 : 지리산의식주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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