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거대한 나무는 사람과 하늘을 이어주는 연결고리였습니다. 그래서 수목 신앙이 생겨나 전 세계에 퍼져왔습니다. 민족이나 국가의 상징이 될 만큼 신성을 가진 나무를 우주목 또는 세계수라 합니다. 이런 곳은 신단(神壇)이나 신전(神殿)의 역할을 했습니다. 이런 장소는 지역이나 민족, 종교에 따라 다양한 의미와 상징을 지니게 됩니다. 우리 건국신화에서 하늘 사람(환인)이 내려오는 신단수도, 삼국유사에서 해가 뜨는 동쪽을 일컫는 부상목도, 인도의 우주와 생명의 부활을 상징하는 아스바타 나무도, 노르웨이의 신화에 나오는 거대한 물푸레나무 이그드러실도 모두 생성과 신성을 강조하는 우주목입니다. 우주목은 공동체의 중심이 되기 마련입니다. 신단수라는 산정의 우주목이 오랜 세월을 두고 분화하여 산의 정기를 타고 당산나무로 이어져왔습니다. 이것이 하늘과 함께 하는 우리 농촌의 마을숲이었습니다. 큰 나무는 그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나무는 움직이지 못하는 대신 파동을 집약하여 민감하게 교류할 수 있다고 합니다. 파동의 세계에선 물질세계보다 강력한 힘의 작용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큰 나무 아래서는 어떤 영향력이 나타나게 됩니다. 우주와 통하는 큰 나무의 역할은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나무는 보드가야 마하보디사원의 보리수(菩提樹, 피팔라나무)입니다. 이곳저곳 장소를 옮겨 우주의 기운이 안테나처럼 작용하는 나무를 골라서 앉으신 게 아닌가 싶습니다. 영성을 강조하는 정신세계사의 책인 『장미의 부름』에는 큰 나무의 에너지장에 관한 내용이 나옵니다. “큰 나무들은 강력한 파장들을 지니고서 우주의 에너지와 교류해요. 부처가 나무 아래서 깨달음을 얻었다고 전해지는 것은 우연이 아니에요. 우리가 그 큰 나무들을 보존하지 않으면 지구의 에너지는 파괴되고 말거예요. 우주로부터 특별한 에너지들을 받는다는 것이죠” 자연 상태에서 자랐지만, 너무나 거대해서 예로부터 신성하게 여긴 나무도 있습니다. 미국삼나무인 레드우드입니다. 키가 100m를 넘게 자라고 2,000살이 넘게 삽니다. 캘리포니아 원주민 인디언들은 이 거대한 나무를 ‘할아버지 나무’라고 불렀답니다. 인디언들은 크고 오래된 레드우드 숲이 자연의 기억을 간직한 신성한 존재임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개척자들에게 이 나무들도 수난을 당하게 됩니다. 레드우드는 공룡시대부터 지구상에 퍼져 있었지만, 빙하기를 지나면서 캘리포니아 북부 해안으로 밀려났습니다. 지금은 레드우드 국립공원이 되었습니다. 남해 창선에 있는 왕후박나무는 500살쯤 됩니다. 마을 사람들이 무더위를 피하는 정자나무이기도 하고,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비는 당산나무이기도 합니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왜병을 물리치고 나서 이 나무 아래 쉬어갔다고 하는군요. 거대한 몸통에 빛나는 잎을 달항아리처럼 달고 있습니다. 그 자태도 고울뿐더러 신성한 힘마저 느껴지는 그런 나무입니다. 고향에서 가까워 가끔 어머니와 함께 이 나무를 찾아가곤 합니다. 이 나무 주변을 둘러보고 있으면 까닭모를 편안함을 느끼곤 합니다. 500년을 한 자리에서 꿈쩍도 없이 앉아 있었으니 그 수련의 세월에 얼마만한 힘과 지혜를 지녔겠습니까? 큰 나무 하나가 한 장소에 자리를 잡기까지는 많은 조건이 들어맞아야 가능한 일입니다. 어릴 때 꺾이지 않도록 보호받아야 하고, 물과 햇빛을 잘 받아서 무럭무럭 자라야 합니다. 사람들의 눈길을 받을 만큼 늠름하고 멋진 모습으로 거듭나려면 하늘과 땅의 기운이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결국 좋은 바탕에서 월등함이 원만한 조화를 이룰 때 별처럼 큰 나무가 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연예인이나 장군처럼 별이 되는 것이 평범한 일은 아니니까요. 과학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한 『치유하는 나무 위로하는 숲』이라는 책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수백 년 된 나무로 자랄 수 있는 것은 장소의 전자기적 상태, 특히 유익한 영향을 담은 발생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나무가 있는 곳은 우리에게 훌륭한 생체 에너지를 제공한다. 신성한 나무를 숭배하는 오래된 전통과 이런 나무를 향한 깊은 존경심은 사람들이 이 나무들이 방사하는 전자기장을 느끼고, 그것을 신비로운 힘으로 해석하고, 결국에는 그것을 신의 힘이라고 생각한 것에 기초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2007년부터 의미의 소나무를 찾아 전국으로 길을 떠난 뒤로 큰 나무에 많은 관심을 두게 되었습니다. 제가 별이 된 큰 나무를 가까이 하는 것은 성인군자를 만나는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여유도 생기고 덩달아 마음도 넓어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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