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 앞에서 겪는 고통에는 누구에게나 차이가 없다. 그러나 “그 시련에 어떻게 반응하며 살아가는가?”는 각기 다르다. 김난도 교수(서울대)를 중심으로 몇 년 전부터 해마다 나오고 있는 「트랜드 코리아」는 2021년 키워드를 “카우보이 히어로(Cowboy Hero)”로 정하였다. “팬데믹 속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고 현실을 직시하되 희망을 잃지 말자”는 의미를 담았다. 백신(Vaccine)의 어원인 소(Vacca)의 해에 날 뛰는 소를 길들이는 카우보이처럼 상황에 맞는 전략으로 위기를 헤쳐 나가자는 의미다. 한자성어 역풍역수(逆風逆水) 즉, 바람을 안고 물결을 거슬러 산다는 말이 머릿속을 맴돈다. 2020년 마지막 달력을 넘기며 매서운 칼바람이 부는 겨울이라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19(COVID-19) 바이러스는 우리 일상 속에서 사회적 가치와 삶의 양태(樣態)를 흔들어 놓았다. 온 나라가 경제, 정치, 문화, 가치 판단의 기준이 달라지는 현상들을 경험하고 있다. 도농(都農), 남녀노소(男女老少) 모두가 같은 시대에 같은 경험을 하고 있는 셈이다. “선제적 대응”과 “역사의 책임의 자리”를 실천하고 있음에도 코로나19는 이제 우리 삶의 일부가 되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불어오는 코로나 바람을 피하기 위해 비대면(Untact), 집콕, 마스크, 온라인으로 적응해 가는 중이다. 일상의 역설(逆說)이다. 발전이라는 미명(美名)아래 우리는 자연과 생태계를 생각하지 않았다. 온실 효과, 에어로졸의 증가, 토지 피복의 변화, 삼림 파괴는 기후 변화의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 “욕심의 역풍(逆風)”을 고스란히 온 몸으로 맞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폴 마이어(Meyer Paul)는 “바람을 멈출 수 있는가? 없다. 하지만 풍차를 만들 수는 있다. 파도를 멈출 수 있는가? 없다. 하지만 배의 돛을 조종할 수는 있다. 상처 받지 않을 수 있는가? 없다. 하지만 용서하는 법을 배울 수는 있다“고 하였다. 우리는 불어오는 바람을 피하고 멈추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바람을 이용해서 풍차를 만들고, 몰려오는 파도를 이용해서 돛을 조정해 또 한 걸음 나갈 수 있는 힘을 얻고, 상처를 받지만 그럼에도 용서하는 법을 배울 수는 있다. 바람의 역풍(逆風)이다. 바람을 멈출 수는 없지만 그 바람은 우리 삶을 더 아름답고, 더 긍정적이고, 더 친밀함으로 이끌어가는 도구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내 힘을 넘어서는 한계적 상황을 안고 일어설 때 비로소 내 삶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 알게 된다. 어제, 오늘, 내일이 똑같은 일상이 아니라 마주한 한계를 통해 “하루의 가치, 생명의 가치”를 꿰뚫어 보게 된다. “나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이고 나에게 의미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있는가?”, “나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에 따라 삶의 방향이 달라지고, 평범한 일상생활, 주어진 시간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한계를 안는다는 것은 곧 껍데기 안에 감춰진 자신의 알맹이를 찾는 것이다. 한계의 역변(逆變)이다. 어쩌면 우리는 알맹이보다 껍데기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껍데기로 평가하고, 껍데기로 평가받는 세상 속에 살아가고 있다. 문제는 시대의 회오리 같은 광풍(狂風) 속에서 나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게 되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스스로 선택하지 못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흐르는 역사의 물결을 막을 수 없고, 불어오는 바람을 피할 수 없다면 “역풍역수의 길”은 이미 희망을 가득 품은 자리에 나를 되돌려 세운다. 삶의 역수(逆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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