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면서 라디오를 듣고 있었는데 광고시간에 제 나이 대와 비슷한 목소리의 여자 분이 자기 엄마에게 “엄마의 꿈이 뭐였어요?”라고 물었습니다. 그러다가 나이 드신 어머님이 답을 하시는데 “옛날은 오늘 내일 먹고 살기 힘들었지 꿈이라면 가족이 잘 먹고 살 수 있는 것, 내일 또 잘 살아 남는 것이었지”라는 대화였습니다. 그것을 듣고 저는 부모님에게 또 하나 미안함이 생겼습니다. 엄마가 치매에 걸리시기 전에 엄마가 어렸을 때 청년 때 무슨 꿈이 있었는지 물어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과거의 고생이야기는 몇 번도 들었지만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하신 적이 없었고 제가 물어본 적도 없었습니다. 지금 물어본다 하더라도 이제 저를 알아보시는 것조차 어려우실 텐데 자신에 대한 기억도 거의 없으십니다. 그래서 더 이상 후회는 없어야겠다고 아버지에게 전화를 드리고 물어봤습니다. 아버지 어렸을 때 꿈이 뭐였어요? 아버지는 조금 당황하시다가 “꿈? 음... 왜 갑자기” 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이유를 이야기해드리고 아버지께 다시 물었습니다. “꿈이 뭐였어요?” 아버지는 잠깐 깊은 생각에 빠졌다가 저를 보시더니 “꿈이 있었나?”라고 말씀하셨습니다.(영상통화를 했습니다). 그러시더니 다시 이야기 해주셨습니다. 저의 아버지는 19살 때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고 대만에 가셨습니다. 그때 일본은 군국주의였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받으셨던 모든 교육에는 “나라를 위해서”라는 내용이 들어가 있었답니다. 지금 한국처럼 20세가 되면 자동으로 군에 들어가야 했었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인 꿈을 꾸는 시간이 없었다고 하시며 더 이상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그렇게 끝나기는 제가 너무 아쉬워서 그래도 전쟁 마치면 뭔가를 하고 싶다거나 꿈이 있었진 않는지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그 때는 나라가 이기면 자기의 미래도 있는 줄 알았지 그래서 구체적인 꿈은 특별히 없었어”라고 하셨습니다. 지금이야말로 개성이 필요한 시대이지만 아버지는 “그 때는 개인적인 생각이 있거나 개성이 강하면 안 되는 시대였어. 그 때는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고 하셨습니다. “다 그렇게 살았으니까” 라는 말을 듣고 저는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시대의 희생자 같았고 일본뿐만 아니라 그 때의 모든 젊은이들이 시대의 희생자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희생이 있었기에 지금의 저희들의 삶이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버지께도 큰 고마움을 느꼈습니다. 하나라도 아버지의 꿈이 무엇이었던지 듣고 싶어서 또 물었습니다. “전쟁 마치고 일본에 왔다가 뭔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았던 거 아니에요?”라고 했더니 흰 쌀밥이 먹고 싶었다고 하셨습니다. 전쟁 마치고 일본에 와서는 경제위기로 인해 일을 해도 월급을 못 받을 때도 있었답니다. 26살 때 결혼하셨는데 자신의 꿈을 꿀 틈도 없이 가족을 위해서 열심히 돈을 벌어야 되는 삶이었다고 하셨습니다. 결국 2시간 동안 이야기를 했지만 아버지의 개인적인 꿈을 듣지 못했습니다. 여러분은 부모님께 꿈이 무엇이었는지 물어보신 적이 있습니까? 혹시 부모님께서 자신의 꿈이 있었던 분들이셨다면 그 자제분은 저보다 훨씬 젊으시거나 아니면 부모님께서 그 어려운 시대 속에서도 혁신적인 마인드로 살아오셨던 분인 것 같습니다. 아버지하고의 이야기를 어느 정도 끝낼 때쯤 “아빠, 그 시대를 살아오면서 자신의 개인적인 꿈 하나 없이 청춘시대를 보낸 것에 후회 없어요?”라고 물어보려고 했지만 그냥 삼켰습니다. 이 질문에는 지금 이 시대보다 그 시대가 불쌍하다는 뜻이 있는 것 같아 왠지 그냥 삼켰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왠지 그 시대가 그렇게 불쌍하게 느끼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인 꿈을 가질 수 없었고 물질적인 풍요로움은 없었지만 지금보다 인정이 풍부한 시대였던 것 같았습니다. 아버지께서 결혼하고 집이 힘들었다 하셨지만 우리 집만 힘들었던 게 아니었다고 하셨습니다. 쌀이 없을 때는 옆집에 가서 빌려오고 다른 집이 조미료를 빌려달라고 하면 빌려주고 이웃집이 서로 도우면서 살았다고 합니다. 모두 도우며 열심히 살고 있었기 때문에 이웃집의 가족 구성원을 다 알고 있었고 축하하는 일이 생기면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이 모여왔다고, 옛날에는 다 그렇게 살았다고 하시면서 옛날을 그리워하시는 아버지의 표정이 전혀 불쌍한 시대를 살아왔던 사람의 얼굴이 아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아버지께서는 “이 시대가 오히려 더 힘든 거 아니야? 우리 때는 평범한 인생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지만 지금 젊은 사람들은 각자 꿈을 가질 수는 있어도 그것을 이루기 위해 험난한 경쟁사회를 헤쳐 나가야 하기 때문에 힘들 것 같아. 우리 때가 더 행복했던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지금 태어나는 아기들은 150세까지 살 수 있는 시대가 된다고 하지만 그 시대에는 부디 사람들의 인정이 넘치고 웃음이 많은 시대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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