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해가 간다. 예전엔 가면 가는구나...오면 오는구나... 했는데 요즘은 매년 느낌이 다르다. 우습지만 가는 해를 말리고 싶다. 그래도 가겠다면 붙들고 늘어져 볼까? 새해가 시작되려면 동지가 지나야 하고 크리스마스도 지나야 하지만(그리고 무엇보다 눈이 내려야 하지만) 곶감 농가의 새해는 이것저것 기다릴 것 없이 햇곶감이 나오는 지금이 바로 새해라고 할 수 있다. 며칠 전부터 후숙 중인 고종시 곶감을 매일 한개씩 두 개씩 맛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아내가 탄성을 지르며 “더 말릴 거 없어~ 지금이야~” 라고 해서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포장을 시작했다. 포장하자마자 기다리던 고객에게 배송까지 하고나니 이제 정말 새해가 시작되는구나 싶다.( 첫눈도 아직 내리지 않았는데 말이다) 일찍 깎아 말린 고종시 곶감은 어느새 맛이 들었지만 대봉 곶감을 늦게까지 깎느라 피로가 아직 가시지 않은 터라 고종시 햇곶감도 사실은 좀 천천히 출하하고 싶기는 하다. 하지만 기다리는 사람 마음은 또 그렇지가 않다. 지난 봄 감나무를 포함한 대부분의 과수들이 냉해를 입었고 여름에는 장장마에 태풍까지 겹쳐 감작황이 평년의 30% 밖에 되지못했다. 곶감 깎을 감을 수확하는데 나무에 열매가 띄엄띄엄 달려 있다 보니 이 나무에서 몇 개 수확하고 저 나무에서 또 몇 개 수확하느라 유감스럽게도 인건비가 두 배로 들었다. 감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이웃농가에서 사 가지고 오는데 가격이 평년의 딱 곱이었다. 올해 대부분의 곶감 농가에서는 곶감을 깎아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했을 것이다. 결국 대부분의 곶감농가는 생산량을 줄였다. 올해는 감이 없고 비싸니 내 밭에 난 거만 깎고 만 것이다. 나도 원가 부담에 어쩔 수 없이 생산량을 지난해보다 30% 이상 줄일 수밖에 없었다. 곶감은 원료감 가격이 올랐다고 가격에 반영하기는 어렵다. 사실 곶감만큼 가성비 높은 과일도 흔치않다. 동의보감에 나와 있는 곶감의 일곱 여덟 가지 효능은 차치하고라도 곶감이 인지기능 향상에 효능이 있다는 사실을 최근 과학적으로 증명 했다고 한다. 다들 아는 곶감의 다양한 효능은 오래 전부터 알려져 왔지만, 뇌과학 분야에서 구체적인 효과를 입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과 경상대 허호진 교수팀이 곶감이 인지기능 및 기억력 형성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ACh, acetylcholine)의 감소를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하는데 한마디로 곶감이 기억력과 학습능력을 향상시킨다는 것이다. 곶감은 보통 중년층이 주 고객이다. 어렸을 때 외할머니가 만들어준 곶감을 추억하며 많이 소비하는데 사실은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이 먹어야 할 과일이다. 이번 연구에서 곶감에 항산화 기능과 면역력을 강화시켜 주는 비타민C가 100g당 130mg 함유돼 있는 사실도 새로 규명됐다고 하는데 이는 사과와 시금치보다 2배, 연시(홍시)보다 6배 이상 높은 수치라고 한다.​ 곶감은 학생이 있는 집에서 더 많이 소비가 많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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