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이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왜 밝음과 어둠, 깨끗함과 더러움, 선과 악과 같이 음陰과 양陽으로 존재해야만 하는지를 필자가 읽은 책들 중에서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한 내용이 스타니슬라프 그로프의 <코스믹 게임>이란 책 속에 있는데, 그 내용을 이 글을 읽는 독자 분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6. 우주의 정말로 악하고 어두운 측면들로는 압제 정치, 전체주의, 대학살, 전쟁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렇다고 이런 측면들을 우주에서 싹 쓸어버린다면, 우리는 인류 역사의 중요한 부분을 잃게 된다. 조국과 동포의 해방과 대의를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했던 역사상의 모든 자유 투사들과 그 영웅적인 행동들이 사라진다. 흉포한 왕국을 이겨낸 기쁨이나 자유를 다시 쟁취한 흥분은 존재할 수 없다. 우리는 모든 시대와 나라 속에 존재했던 요새화된 성들을 제거하고, 무기 제조술과 방어법과 다양한 군복들을 전시해놓은 박물관도 없애야 한다. 우주극에서 폭력성을 제거한다면 예술계의 모습도 크게 바뀔 것이다. 폭력에 대한 저항에서 비롯한 모든 예술 작품을 제거한다면 도서관, 미술관, 음반 수집, 영화 보관소의 규모는 현격히 줄어들 것이다.7. 호적수가 없다면 신의 존재는 당연히 보장된 일상이 될 것이기 때문에, 형이상학적 악이 제거될 때 종교의 필요성도 함께 사라질 것이다. 인류의 영적인 삶과 의식에 관련된 모든 것이 사라질 것이며, 종교에서 기인한 역사적 사건들은 애초부터 발생하지 않은 일이 되어버린다. 우리는 신성과 악마성의 충돌에서 영감을 얻은 최고의 예술작품(문학, 음악, 그림, 조각, 영화 등)들을 모두 잃게 될 것이다. 그런 세상에는 장엄한 고딕 성당, 이슬람교 사원, 시나고그(유대 예배당), 힌두사원과 불교 사원 등의 종교적 건축물들도 존재할 이유가 없다.8. 우주의 그림자를 제거하는 작업을 계속할수록 만물은 그 한없는 깊이와 풍요로움을 잃고, 결국에는 아무런 특징과 재미가 없는 세상만이 남을 것이다. 만약 그런 현실이 할리우드 영화의 배경으로 쓰인다면, 아무도 영화관을 찾지 않을 것이다. 영화 각본을 쓰려는 사람들이 애독하는 안내서에는 흥행 영화의 전제 조건으로 긴장과 갈등, 극적 사건의 중요성이 강조되어 있다. 실제로 그 책은 ‘행복한 마을에서의 삶’을 담은 영화는 흥행 면에서 반드시 참패할 것이라고 꼭 집어서 경고한다. 영화 제작사들이 다양한 주제를 버려두고 단조로운 해피엔딩 이야기를 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들은 이야기 안에 서스펜스, 위험, 고난, 극심한 감정적 대립, 섹스, 폭력, 악행 따위를 포함시킨다. 물론 그들은 관객의 수요와 취향을 철저히 따를 뿐이다. 신이 자신의 모습을 본떠 인간을 창조했다면, 인간의 창조 활동과 오락거리에 적용되는 원리가 우주 만물도 똑같이 다스리고 있다는 것은 그리 놀랄 만한 사실이 아니다.9. 깊은 내적 탐구를 통해, 우리는 현상계의 모든 차원에 양극성이 내재되어 있음을 발견한다. 하지만 절대의식과 공空은 현상계 너머에 있으므로 모든 극성을 초월한다. 절대의식과 공空이라는 태초의 모체로부터 신성의 어두운 측면과 밝은 측면, 곧 분리된 존재로서의 선과 악이 나타나는 것이 바로 창초의 첫 단계다. 이 두 측면은 정반대편에 놓여 서로 반목하지만, 둘 다 창조를 위해서는 불가결한 요소이다. 그리고 선과 악은 복잡하게 얽히는 상호 작용을 통해, 무수한 차원과 세계 속에서 우주극의 역할과 사건들을 끝없이 생산해낸다. 마지막으로 위의 내용과 관련된 또 다른 내용을 간단히 언급하고 마치도록 하겠다. 에크하르트 톨레는 “이 세상에 만약 한 가지 색, 예를 들어 파랑만 있다 하자. 전 세계가 파랑이고 그 안의 모든 것이 다 파랑이라면 그 때 파랑은 존재하지 않는다. 파랑을 파랑으로 인색하려면 파랑이 아닌 무언가가 있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파랑은 드러나지 않을 것이고 파랑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하였고, 장자는 “그릇됨 없는 옳음을, 혼란 없는 질서를 원하는 이는 하늘과 땅의 이치를 이해하지 못한다. 만물이 어떻게 짝을 이루는지 알지 못한다.”라고 하였다. 필자는 “어둠이 있어야 밝음을 알고, 악이 있어야 선을 알듯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왜 음양의 세계로 존재하는 이유를 아는 것도 삶의 중요한 깨달음이다.”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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