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끝난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는 기존에 비해 조사항목이 3배정도 증가했다. 그 가운데 눈에 띠는 것은 ‘반려동물’ 항목이다.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인구는 이미 1,000만을 넘겼다고 한다. 이러다 보니 반려동물 관련 사업이 성행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반려동물 중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동물이 개라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개는 충성심과 친근감이 좋은 동물이다. 이런 개가 인간과 함께 지내기 시작한 시기는 대략 기원전 3만년 전후로 본다. 오랜 세월 인간과 함께한 동물이기에 사람들은 더 친근감을 가지는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개’라는 말은 좋은 의미와 나쁜 의미를 함께 가지고 있다. 한 예로 축사를 위해 초대받은 내빈은 축사의 첫 마디로 “개 같은 사람이 되십시오”라고 말했다. 순간 행사장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축사가 끝난 후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 의미를 이해하고 공감했다. 내빈의 축사는 주인을 향한 사랑과 충성을 개의 습성을 통해 말한 것이다. 필자가 시무하는 교회에 혼자 사는 집사님이 있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개를 키우셨다. 이 개의 이름은 “하얀”이다. 하얀이는 3살 된 개다. 그런데 이 하얀이가 하는 행동이 얼마나 귀엽고 기특한지 사람들을 감탄 시킨다. 하얀이는 교회 승합차 소리와 버스 소리를 기억한다. 교회에서 일요일과 수요일 예배 한 시간 전에 승합차를 운행한다. 집사님을 모시러 갈 때마다 70m의 골목길을 하얀이는 보디가드처럼 집사님 곁을 지키며 함께 걸어온다. 예배가 끝난 후 모셔다 드리기 위해 집 앞에 가면 골목길을 쏜살같이 뛰어나와 펄쩍펄쩍 뛰며 주인을 맞이한다. 또 집사님이 버스를 타고 읍에 나가면 하얀이는 주인이 돌아 올 시간을 기억하고 버스 소리를 듣고 200m가 넘는 골목을 뛰어 나와 꼬리를 치며 펄쩍펄쩍 뛴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모든 사람들은 탄성을 지른다. “어떻게 하얀이가 집사님 오는 걸 알고 뛰어 나올까요!” 이런 일은 매번 반복된다. 이런 하얀이를 보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개가 사람보다 낫다”라고 입을 모았다. 하얀이는 정말 신기할 정도로 똑똑했다. 언제나 주인 곁을 지켰고, 시간이 되면 주인에게 운동가자고 짖었다. 홀로 적적하게 사시는 집사님에게 하얀이는 그냥 개가 아니라, 좋은 친구요, 자식과 같았다. 이런 하얀이가 세상을 떠났다. 이 말을 듣는 순간 필자의 마음도 너무 무거웠다. 신나게 뛰며 꼬리치던 하얀이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 거렸다. 하얀이는 3년이란 시간동안 자기 주인을 뜨겁게 사랑하고 충성을 다하고 떠난 개다.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란 시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 누군가를 사랑하고 섬기는 일에 자기희생이 없이는 불가능함을 하얀이와 연탄을 통해 다시 한 번 배운다. 날은 점점 더 차가워지고,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불안은 더 커지고 있다.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내가 받을 사랑만 생각하지 말고, 누군가에게 작은 사랑과 기쁨과 감사, 그리고 뜨거운 마음을 나눠주는 사람이 되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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