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세상(우주宇宙, 천지天地, 삼라만상森羅萬象)이 왜 밝음과 어둠, 깨끗함과 더러움, 선과 악과 같이 음陰과 양陽으로 존재해야만 하는지를 필자가 읽은 책들 중에서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한 내용이 스타니슬라프 그로프의 <코스믹 게임>이란 책 속에 있는데, 그 내용을 이 글을 읽는 독자 분들에게 두 번에 걸쳐 소개하고자 한다. 사람에 따라 일부는 아래의 내용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편하게 읽어주기를 바라며, 늘 언급하지만 여기에 소개한 내용은 특정 종교와는 아무 상관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1. 대체 어떤 이유로 수백만의 아이들이 죄를 저지를 만한 나이가 되기도 전에 배고픔, 암, 전염병으로 죽거나 끔찍하게 살해당하는 걸까? 무수한 전쟁에서 자행된 무자비한 학살, 종교 재판을 내세운 대량 살육, 유대인 대학살, 스탈린이 만든 강제노동수용소, 유고슬라비아와 르완다에서 벌어진 대학살 등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 어떤 동물도 이런 정도의 무지막지한 일은 저지르지 않는다. 이들이 자라나 죄인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하느님께서 미리 벌을 내리신다는 설명은 전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많은 종교들은 카르마와 윤회의 개념으로써 이런 일이 왜, 그리고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설명한다. 우리는 운명에 따라 끔찍할 정도로 서로 다른 인생을 살게 된다는 것이다. 2. 악을 철학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마지막 단계는, 악이 중요하거나 필연적인 우주적 역할을 맡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우주는 무에서 창조되었으므로 우주 창조는 대칭적이어야 한다. 존재하게 되는 모든 것은 그 반대편과 평형을 이뤄야 한다. 현상계 창조의 절대적, 필연적 전제 조건으로서 양극성(음과 양)이 존재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런 사실은 물질과 반물질에 대한 일부 현대 물리학자들의 추론과도 유사한데, 그들은 우주의 가장 첫 순간에는 입자와 반입자가 같은 수로 존재했다고 설명한다. 3. 우주의 어두운 면이 빛과 완전한 대비를 이루면서 우주극은 훨씬 깊어지고 풍요로워진다. 모든 차원과 세계 속에서 빚어지는 선과 악의 충들은 매혹적인 이야기들이 탄생하는 재료가 된다. 위대한 견자見者이자 성자, 영적 스승인 스리 라마크리슈나에게 한 제자가 물었다. “스승님, 왜 악이 세상에 존재합니까?” 라마크리슈나는 잠깐 뜸을 들인 후에, 짧게 답했다. “이야기를 풍성하게 하기 위해서지.” 기근과 온갖 질병으로 죽어가는 수백만의 아이들, 역사상의 광기 어린 전쟁들, 고문당하고 제물로 바쳐진 수많은 희생자들, 자연재해가 남긴 폐허 등등 세상 속에서 구체화된 어둠의 본모습과 심각성을 고려한다면, 그 말은 세상물정 모르는 대답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간단한 정신적 실험만으로도 우리는 다른 관점을 얻을 수 있다. 4. 잠깐 동안, 일반적으로 나쁘거나 악하다고 생각되는 모든 것, 즉 우리 삶에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고 느껴지는 모든 요소를 이 우주에서 제거할 수 있다고 상상해보라. 처음에는 참된 낙원, 이상적인 세상이 창조될 것만 같다. 하지만 생각할수록 상황은 훨씬 더 복잡할 것이다. 예컨대, 분명히 우주의 어두운 측면에 속하는 질병이 처음부터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고 생각해보라. 우리가 세상의 악한 측면만을 골라내서 제거하는 것은 그리 홀가분한 일이 아니다. 우리가 매우 소중하게 여기는 존재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5. 우리는 질병과 함께 의학의 역사(의학 지식과 연구 결과, 질병의 원인, 비타민, 항생제, 호르몬을 비롯한 뛰어난 치료법들)를 통째로 지워버릴 수밖에 없다. 생명을 구하는 수술, 장기 이식, 유전공학 등 현대 의학의 기적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피르호(독일의 의학자), 제멜바이스(헝가리의 의학자), 파스퇴르(프랑스의 미생물학자)처럼 의학적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열정적으로 평생을 바친 과학의 영웅들, 위대한 선구자들도 모두 잃게 된다. 의사와 간호사는 물론이고 다수의 착한 사마리아인들에 이르기까지. 병자를 돌보는 이들의 사랑과 연민도 이제는 필요 없게 된다. 테레사 수녀가 존재할 가치도, 그녀에게 노벨상을 줄 이유도 없어진다. 약초를 줄줄 꿰고 있는 원주민 치유사들, 다채로운 의식을 펼치는 샤먼들, 루르드(프랑스 남서부의 지명으로 피레네 신맥의 북쪽 기슭이다. 1858년 한 소녀가 이곳의 동굴에서 18회에 걸쳐 성모마리아를 보았다는 이야기로 유명해졌고, 그 동굴 속의 샘물이 병을 낫게 해준다고 하여 매년 수백만의 순례지가 이곳을 찾는다.)의 기적, 필리핀의 심령 의사들(알 수 없는 심령적 작용을 통해 환자의 몸에 외과 수술을 받은 것과 같은 흔적을 남기는 심령치유사들)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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