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게 내려간 수은주에 따뜻한 커피한잔은 우리의 지친 심신을 데워준다. 동네 골목 구석구석 커피숍이 들어서면서 커피 소비량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음료인 커피에 대해서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아프리카의 한 목동은 염소가 붉은 열매를 먹고 흥분해서 날뛰는 모습을 보고 그것을 수도승에게 전달한다. 수도승들이 그 열매를 달여 마시니 머리가 맑아지고, 카페인의 각성작용으로 인해 쏟아지는 잠을 이겨내며 정진할 수 있었으며 수도자들에 의해 주변국가로 퍼져 나간다. 신비한 열매는 아프리카에서 중동으로, 중동에서 유럽으로 전파되었으며, 우리나라는 고종황제가 러시아 공사관에서 처음 접하고 서양에서 들어온 마시는 것이라 하여 양탕국이라 불렀다.커피나무는 서리가 내리지 않고, 기온이 너무 높거나 낮아도 안 되며 강수량과 습도도 적당해야 하는 까다로운 작물이기에 적도 기준으로 남, 북위 20도 이내의 지역(아프리카, 중남미, 아시아 등)에서 자라며 이를 커피벨트라 부른다. 빨갛게 익은 커피 체리 속에 단단한 커피콩이 들어 있고 볶아서 분쇄한 후 물에 우려내면 우리가 마시는 커피가 된다. 진하고 씁쓸한 어른의 입맛으로 각인되었던 커피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면서 커피 향과 맛에 대한 감각은 폭발적으로 증폭되었고 원산지에 따라, 가공하는 방법에 따라, 추출하는 방법에 따라 각기 다른 맛을 내는 것이 사람과 닮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같은 원두라도 가공과정을 거치면서 ‘달지 않은 초콜릿 맛’ ‘시나몬을 넣은 애플파이 향’ ‘구수한 청국장의 향’ 등 신맛과 단맛과 과일 향으로 개성을 드러내며 마치 한 배에서 난 쌍둥이라도 성격과 기질이 다르고 주위 환경에 따라 변화무쌍한 삶으로 살아가는 우리와 비슷하다. 세계로 전파된 커피는 각 나라의 문화와 결합하여 그들의 생활양식에 맞춘 커피가 재탄생 되었다. 고종황제가 마시던 귀한 커피는 시간이 흘러 인스턴트 커피로 출시되었고 기호품이던 커피가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달달한 커피믹스는 휴대가 간편하고 뜨거운 물만 있으면 손쉽게 마실 수 있는 편리함으로 사무실 탕비실에서 빠지지 않는 필수품이 되었고 커피자판기는 동전 몇 개만 있으면 어디든 카페가 되는 공간을 만들었다. 커피, 설탕, 프림의 황금조합비율의 커피믹스는 우리나라를 벗어나 외국인들에게 신선한 맛의 충격을 주었으며 한국에서 꼭 맛 봐야하는 음료로 이젠 수출 효자상품이 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길어지고 집안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야 했던 우리는 수천 번 저어야 마실 수 있는 ‘달고나 커피’를 만들었고 ‘달고나’라는 이름 그대로 인터넷을 타고 K-커피 문화가 또 한 번 세계에 알려졌다. 식사 후 마시는 커피한잔의 여유는 사치가 아니라 우리의 일상이 되었고 저녁 식사 후 카페로 장소를 옮겨 담소를 나누는 또 다른 회식 문화도 정착되고 있다. 까만 커피 한 잔 속에는 커피체리를 손수 따는 노고와 커피콩을 햇살에 말리는 땀방울과 바리스타의 섬세한 로스팅 과정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누구의 손을 거치는지에 따라 제각기 다른 맛을 내는 커피의 세계는 인생의 맛이며 한계 없이 무궁무진하다. 부디 코로나19가 종식되어 마스크 없이 정다운 이들과 카페에서 느긋하게 커피한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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