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고무줄놀이를 하는 어른, 잔소리 하지 않고 지지해 주는 어른, 돈이 필요할 때 전화할 수 있는 어른, 부모님과 연락이 안될 때 대신 와주는 어른, 어렵지 않고 만만한 어른.백전면에 있는 ‘다함께 사이좋은 마을학교’ 모임의 어른들 모습이다. ‘다함께 사이좋은 마을학교’는 백전초등학교 학부모와 온배움터 학생, 지역민들로 구성된 모임이다. 이들은 백전초등학교 학생들의 주말을 책임져 주는 보안관선생님이라고 할 수 있다. 누가 불러내지 않으면 하루종일 집안에 있어야 하는 시골 아이들, 휴대폰이 없다면 놀 줄 모르는 아이들을 위해 어른들이 나선 것이다. 그 어른들의 중심에 이희정(47) 이사장이 있다. 이희정 이사장은 녹지사(녹색대를 지탱하는 사람들)로 부산에서 풍물패 연구를 하다 2002년 배낭하나 메고 백전면으로 들어왔다. 녹색대 1호 졸업생이던 이희정씨는 이곳에서 만난 남편과 결혼을 하여 가정을 이뤘다. 2009년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백전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 가게 되면서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학교수업을 마치면 여러 학원을 선택할 수 있는 함양읍과 달리 이곳은 돌봄부터 방과후 수업까지 모든 것을 학교에 맡겨야 했다. 아이들의 모든 활동을 학교 안에서 해결해야 했기에 학교에만 그 역할을 일임하기보다 학부모회가 꾸려져 아이들을 돌보는 일에 가담하게 된다. 이러한 활동을 구체화하여 2018년 ‘학교협력형 마을학교’로 공모사업에 선정돼 1000만원의 지원을 받아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시킬 수 있게 됐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모든 선생님들은 학부모와 지역민이다. 하부르타, 애니메이션, 목공, 꼴라쥬아트, 난타 등 다양한 과목을 개설하고 토요일 아이들을 맞이한다. 이날은 노는 게 목적이다. 놀만큼 놀게 한다. 축구를 하려는데 숫자가 부족하면 어른들이 머릿수를 채워주고 재미가 없다는 친구와는 함께 산책도 간다. 어른들은 그저 지켜봐주는 역할, 안전하게 놀 수 있는 보안관이 돼 준다. 이 이사장은 “아이들이 놀 줄 모른다. 평지만 걸으니 새로운 근육을 사용하지도 못하고 친구간의 소통도 원활하지 않았다. 우리는 놀면서 배웠는데 요즘 아이들은 모든 걸 학원에 가야만 배우는 줄 알더라” 아이들과 신나게 놀며 3년째 공모사업을 진행해 온 이희정 이사장에게 한 가지 걸림돌이 생기게 된다. “학교협력형 마을학교이다 보니 백전초등학교 학생들만이 대상이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자라서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된다. 백전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백전에 사는 청소년들과 어떻게 연결고리를 이어갈지 고민됐다” 모든 사업이 백전초등학교에 한정돼 있다보니 지역 청소년들까지 확장하여 그들에게 역할을 주고 함께하기에는 제약이 따랐다. 또한 ‘다함께 사이좋은 마을학교’는 사모임에 불과해 사업비를 개인명의로 받기도 힘들었다. 결국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동조합을 설립하게 되었고 최근 ‘다함께 사이좋은 사회적협동조합’이 만들어졌다. 이 이사장은 “협동조합을 공부하면서 그루경영체의 도움을 받았다. 그루경영체 활동을 2년째 하고 있는데 그동안 조합원들이 숲밧줄놀이 트리클라이밍 1급 자격을 따고 퍼실리테이트 교육을 이수하기도 했다”며 아이들을 위한 여러 프로그램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그들에게 꼭 맞는 사회적협동조합 옷을 입게 된 ‘다함께 사이좋은 사회적협동조합’ 이제 그들의 첫 걸음이 시작됐다. 하고 싶은 사업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았다. “함양에서 나고 자라 함양을 지킬 사람들은 우리 아이들이죠. 이 아이들에게 할 수 있는 역할을 주고 자존감을 높여 줄 필요가 있어요. 아이들에게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준다면 그 위에서 그들은 창의적인 어떤 것도 해낼 수 있을 거라 믿어요. 그 마당을 만들어 주는 게 어른들의 역할이죠” 이희정 이사장은 아이들과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 마음이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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