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집(後集)48장마음이 흔들리면 활 그림자도 뱀으로 보이고 쓰러진 돌도 엎드린 호랑이로 보이니 이 속에는 모두 살기뿐이다. 생각이 가라앉으면 석호(石虎)도 바다갈매기처럼 되고 개구리 소리도 음악으로 들리니 가는 곳마다 모두 참된 작용을 보게 되리라.<원문原文>)機動的(기동적)은 弓影(궁영)도 疑爲蛇蝎(의위사갈)하고 寢石(침석)도 視爲伏虎(시위복호)하니 此中(차중)에 渾是殺氣(혼시살기)요, 念息的(염식적)은 石虎(석호)도 可作海鷗(가작해구)하고 蛙聲(와성)도 可當鼓吹(가당고취)하니 觸處(촉처)에 俱是眞機(구시진기)니라.<해의解義>마음이 어지럽고 안정되어 있지 못하면 모든 것이 의심스러워져서 활 그림자도 뱀처럼 보이고 바윗돌도 호랑이로 보여서 주위의 온갖 것에 다 자기를 해치려는 듯 느껴진다. 그러나 마음이 침착하게 가라앉으면 사나운 사람도 온순한 사람으로 길들일 수 있고 개구리 소리도 음악처럼 들려서 주위의 모든 것에서 진기(眞機)를 볼 수 있는 것이다.<주註>機(기) : 심기. 的(적) : 명사를 만드는 접미사. 蛇蝎(사갈) : 뱀이나 전갈, 여기서는 뱀만을 가리킴, 진서(晋書) 악광전(樂廣傳)에 나오는 고사, 악광이 하남에서 벼슬살이를 하고 있을 때 어느 날 친구 한 사람에게 술대접을 했다. 그런데 그 친구가 술잔을 들고 보니 술잔 속에 뱀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는 그길로 돌아와 병이 들었다. 그러나 나중에 그것이 문설주 위에 걸어둔 활이 술잔에 비친 그림자였음을 알고 병이 나았다고 한다. 寢石(침석) : 쓰러진 돌, 사기(史記)의 이장군열전(李將軍列傳)에 나오는 고사, 어느 날 이광(李廣)이 산에 사냥하러 나갔다가 풀숲에 쓰러진 바위를 호랑이로 잘못 알고 혼신의 힘을 다해 활을 당겼더니 화살이 돌에 가 박혔다. 달려가 보니 돌이었다. 하도 신기하여 다시 화살을 쏘아 보았으나 하나도 박히지 않고 튕겨져 나왔다는 얘기. 渾(혼) : 모두. 息(식) : 쉬다, 침착하게 가라앉음. 石虎(석호) : 진나라 석록의 조카로 자는 계롱(季籠), 몹시 사나웠다고 함, 이 이야기는 진서(晋書) 불도징전(佛圖澄傳)에 나오는 고사이다. 불도징의 높은 덕이 사나운 석호를 감복시켜 온순한 사람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海鷗(해구) : 바다갈매기, 사람을 몹시 따른다고 함, 열자(列子)에 나오는 고사, 바다갈매기를 몹시 좋아하는 사람이 매일 수백마리의 갈매기와 놀았다. 어느날 그의 아버지가 갈매기를 잡아다 주면 함께 놀겠다고 했다. 그래서 갈매기를 잡으러 바닷가에 나갔으나 갈매기는 공중에서 빙빙 돌 뿐 한 마리도 내려오지 않았다. 鼓吹(고취) : 치고 부는 것, 곧 음악. 남사(南史) 공규전(孔珪傳)에 나오는 고사, 공규는 세상 일에는 관심이 없고 산림에 묻혀 살았다. 어느날 왕안(王晏)이 찾아와 음악을 연주했는데 풀 속에서 개구리가 울었다. 왕안이 귀가 따갑다고 하자 공규는 말했다. “내가 듣기에는 그대의 음악은 저 개구리 소리보다 못하오” 하자 왕안은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 없었다고 한다. 觸處(촉처) : 닿는 곳.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