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온다. 입동(立冬)을 지척(咫尺)에 두고 우리 농부들의 노곤한 일상으로 가을걷이를 대신한다. 황금들판으로 불리던 벼 이삭은 어느새 수확을 마치고, 다시 부지런한 손(客)은 내년을 준비하며 땅을 경작하고 겨울나기 씨앗을 한 톨 한 톨 땅에 꽂고 있다. 우리 속담에 “가을에는 부지깽이도 덤빈다”는 말이 있다. 가을에는 바빠서 아무 쓸모없던 것까지도 일하러 나선다는 뜻이다. 들을 정리한 후 이제는 쉴 법도 한데 다시 얇았던 이부자리와 옷가지를 두툼한 것으로 교체하여 장롱을 채워둔다. 월동준비(preparations for the winter)를 한 것이다. 24절기의 열여덟 번째인 상강(霜降)은 서리가 내리는 때를 말한다. 상강이 지나면 겨울잠을 위해 벌레들도 땅 속으로 숨어든다. 이 놈들은 사람만큼이나 영특한 놈들이 아닌가! 자연의 이치(理致)를 꿰뚫고 있는걸 보니 “어쩌면 사람보다 영특한 게 아닌가?”싶다. 한국은 지금 저출산으로 지난 십여년 동안 100조라는 예산을 투자하고, 정책 개수도 200개가 넘는다. 그럼에도 효과는 미미하다. 하여 인구학 통계를 전제(前提)로 하여 “2030년의 한국은 2015년의 일본보다 암울하다”, “정해진 미래”라는 평가를 심심찮게 듣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저성장과 고령화 사회는 다음세대가 어깨에 지고 가야할 당면과제다. 우리나라는 지리적으로 땅에 품고 있는 부존자원(賦存資源)이 마땅히 없다. 그럼에도 특유의 부지런함과 지식으로 경제, 사회, 정치 각 분야에서 기적들을 일구어 냈다. 그러나 저출산으로 인구가 줄어들면서 그 기적의 원천도 줄어들고 있다. 한국사회는 이미 거시적 월동준비에 실패한 것 같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기서 새로운 기회를 긍정적으로 창출해 낼 수 있어야 한다. 우리 함양은 4만의 군민이 함께 의지하며 살아가는 지리산 청정지역이다. 수년 전부터 4만선을 지키기 위해 인구 유입을 위한 여러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현실의 벽은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인구감소의 주요 원인은 여러 요인(要因)들이 있겠지만 노령인구 증가로 인한 자연적 감소현상이 가장 크다. 그러나 비단 함양지역만의 문제인가? 경남 서부지역의 문제인가? 아니다. 한국사회의 문제이기도 하다. 인구가 줄어든다고 걱정이 많다. 그러나 더 정확히 말하면 출산율이 낮아진 것이다. 순전히 산술적 계산에 의하면 말이다. 그러나 어디 우리 인생이 산술적 계산법으로 맞아 떨어지던가? 사자성어에 유비무환(有備無患)이란 말이 있다. “준비가 있으면 근심할 것이 없다”는 뜻이다. 무슨 일이든지 미래를 대비하면 걱정할 일이 없다는 말이다. 대비책을 강조한 말이다. 한국사회는 2019년 합계출산율은 0.918명을 기록했고, 초혼 연령은 30.6세가 되었다. 이제 3대가 함께 사는 가족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4인 가족을 찾아보기 어려운 시대를 향해 가고 있다. 그러나 이는 “초저출산 시대”에 전략적 출구를 보여주는 키워드가 된다. 가정이 변하고 있으니, 지역도 변해야 한다. 변화는 영향력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유비무환을 영어권에서는 “Better safe than sorry”, 또는 “Better late than never”로서 “나중에 후회하는 것보다 안전한 것이 낫다”, “안하는 것보다 늦더라도 하는 것이 낫다”는 의미를 가진다. 이미 2021년을 위한 정책결정과 예산편성의 시기가 마무리되고 있다. 관례적(慣例的) 사고가 필요한 때가 아니라 유비무환적 사고가 절실하게 필요한 때이다. 그리하여 월동준비(?)를 하는 인생과 가정, 우리 공동체가 생존전략 앞에서 지혜롭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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