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구팔팔 이삼사! 이삼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건배사로 최고의 히트를 쳤던 유행어이다. 하지만 요즘은 모든 것이 진화하는 세상인지 바이러스도 진화하고 이 유행어도 진화하여 ‘구구팔팔 복상사’라는 새로운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있다. ‘구구팔팔 이삼사’는 ‘99세까지 팔팔하게 살고 2~3일 앓다가 4일 만에 죽자’라는 뜻이며 ‘구구팔팔 복상사’는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복상사한다’는 뜻이다. 한 인터넷 자료에 따르면 ‘구구팔팔 복상사’의 실천사항으로 ‘일십백천만’을 들고 있는데 하루에 한 가지 이상 좋은 일을 하고, 하루에 열 번 이상 웃고, 하루에 백자 이상 글을 쓰고, 하루에 천자 이상 글을 읽고, 하루에 만 보 이상 걷는 것이라고 한다. 여기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전자의 건배사이든 후자의 건배사이든 모두 건강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한다는 것이다. 백세시대라며 장수를 기원하고 원해도 무병장수여야 즐겁고 행복한 것이지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백세시대는 불행하고 피하고 싶은 일이 되고 만다. 며칠 전에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작고했다. 그리고 ‘나의 편지를 읽는 아직은 건강한 그대들에게’로 시작되는, 유서처럼 남긴 그의 편지글이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는 편지에서 사람의 가치는 바로 건강한 몸이 증명해 준다고 한다. 다른 모든 것은 나를 대신해 줄 사람이 있지만 대신 아파줄 사람은 결코 없으며 영원히 되찾을 수 없는 것은 하나뿐인 생명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니 건강을 잃으면 돈이 아무리 많아도, 권력과 지위가 아무리 높아도 쓸모없는 쓰레기에 불과하며 자신을 사랑하고 돌보며 살아가라고 당부한다. 동시대를 살았던 우리나라 최고의 부자가 오랫동안 병상에 누워서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며 쓴 글일까 생각하니 가슴이 찡하고 고개가 끄덕여진다. 소설가 박완서도 ‘일상의 기적’이라는 그의 글에서 건강의 중요성을 말해 준다. “기적은 하늘을 날거나 바다 위를 걷는 것이 아니라 땅에서 걸어 다니는 것이다.”라는 중국 속담을 인용하여 사소해 보이지만 혼자 걸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하고 소중한지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아프면 명성도 재능도 다 소용없는 일이니 건강하면 다 가진 것이라며 욕심을 버리고 일상에서 감사함과 기쁨으로 행복을 누리자고 쓰고 있다. 가을은 묘하다. 가을은 참 숙연해진다. 가을이 점점 깊어가니 사색하게 된다. 누가 죽어가도 나와는 별로 상관이 없으려니 했고 하던 일을 계속하며 그냥 지나치기가 일수였는데, 이건희 회장의 죽음이, 그의 편지가 그냥 지나가는 게 아니라 가슴에 깊이 전해오며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지 또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하니 말이다. 해답은 이미 그의 삶과 글을 통해서 말하고 있으며 다른 많은 인생 선배들이 가르쳐 주고 있지 않은가. 나를 사랑하며 살아야겠다.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본질인 영혼이 거하는 집인 실존, 즉 나의 몸을 보호하고 잘 지키는 게 우선이다. 그래서 나는 남편과 함께 운동을 시작했다. 올해가 가기 전에 건강검진도 받으려고 한다. 아침마다 눈을 뜰 수 있음을 감사하고 빛나는 햇살을 볼 수 있음을, 내 두 발로 걸어 다닐 수 있음을 감사하며. “와, 이기 머꼬? 이기. 살 좀 빼라 살!” 거의 매일 붙어 다니는 단짝인 막내가 나의 옆구리와 아랫배에 손을 대며 한 마디 던지고 도망간다. 이에 질세라 따라붙은 나는 “니도 마찬가지 아이가!” 하며 기어이 동생의 배를 만지며 깔깔거린다. 모든 것 내려놓고 깔깔깔 깔깔깔 큰 소리로 웃으며 오늘도 하루를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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