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찬바람을 느끼게 하는 계절입니다. 가까운 앞산과 뒷산에는 단풍이 깊게 물들어가고 있고, 황금 들판은 농부의 바쁜 손길에 의해 본래의 흙색으로 변하고 있네요. 어떤 논에는 무와 배추가 무럭무럭 자라 싱그러움을 뽐을 내고 있고, 또 어떤 논에는 양파가 심겨지면 이번에는 녹색 들판이 될 듯 싶네요. 농촌에서 살다보니 계절이 바뀔때면 주변 풍경이 자연과 함께 각각의 색으로 변하는 걸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는데 계절마다 그 특색있는 그림이 참 아름답게 느껴지네요. 추워지는 계절이 다가오면 또 뭐가 예쁜 색일까요? 노랗게 익어가는 감과 빨갛게 익어가는 사과가 생각나네요. 노란 감은 껍질을 깎아 감말랭이와 곶감을 만드는데 그 맛이 또한 일품이지요. 추위에 단단해진 사과는 그 아삭함이 또 얼마나 맛나던지요. 게르마늄이 풍부하고 일교차가 심한 함양의 지리적 요인으로 인하여 모든 농산물이 맛이 좋고 건강에도 좋아 전국에서도 인기가 많은데 저희 집은 올해도 감을 열심히 깎고 또 전국 소비자님들께 열심히 보내 드려야 할 듯 싶습니다. 해가 거듭될수록 단골 분들이 많아지고, 신뢰도가 높아지니 힘든 농사일 속에서도 보람도 생기고 사는 재미와 미래에 대한 희망과 설계도 긍정적으로 발전되어 가고 있는 느낌입니다.가까운 이웃 시골 어르신들 일하시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되는데 어떤 땐 무심히 지나치다가도 또 어떤 때는 유심히 보면 참 힘들고 또 많이 힘드시겠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농사일에 주름이 깊게 생기고, 햇볕에 노출되어 검은색이 된 피부, 초저녁인데도 농사일에 지쳐 일찍 주무시는 삶의 모습들, 그리고 시간이 허락할 때면 버스를 타고 읍내 병원에 자주 가시는 모습... 도시민이나 시골에서도 좋은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은 휴일이면 휴식과 여가를 즐기고, 저녁이면 가족과 문화를 즐기는 모습을 접하게 됩니다. 농민의 한사람으로서 휴일이 있는 사람들과 문화를 누리고 외식을 비롯한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을 보면 참 부럽게 느껴질 때가 많고 저런 삶을 살지 못하는데 대하여 마음 어느 구석에서는 비교 대상과의 상대적 박탈감과 우울감을 느끼게 될 때가 있더라고요. 그런데 할머니들은 자신의 삶을 운명처럼 여기시는지, 아니면 벗어날 길이 없어서인지는 몰라도 묵묵히 자신의 일에 변함없이 열심히 충실하시더라고요. 비록 검게 그을린 피부색과 깊게 파인 주름이 있어도 마음이 풍족하면 그 모든 게 아름답고 삶의 모든 것이 행복이겠지요. 하지만 인간은 비교를 하게 되면 그 비교대상과 자신의 삶의 격차에 대하여 어떤 불만과 우울을 어떤 형태로든 조금씩은 느끼게 될 것이라고 생각해보는데요. 남편은 요즘 사회복지와 관련된 대학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덕분에 저도 전염되나봐요~^^ 곁에서 보면 공부에만 열심을 하는 게 아니라 어떤 고민이 엿보이고 사회 변화에 대하여 참 진지하고 열심을 다하는 걸 느끼게 된답니다. 사회 복지와 사람들의 삶의 질 향상을 고민하는 남편, 남편은 할머니들의 그 마음속 격차 해소를 “스스로는 도저히 해결하지 못한다면 누군가는 해 주어야 이 사회가 구성되어 있는 요소에 사회적 목적이 형성되는 것이 아닌가”라고 하더군요. 개개인의 능력과는 별개의 “최소한의 인간답게 살 권리 보장”을 국가적 지역적 행정적 노력만으로는 해결되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겠지요. 저와 남편의 생각은 처음에는 너무나 많이 다르게 느꼈었는데 이젠 부부가 닮아 가는지 조금은 남편의 모습에 이해하고 동참하는 자신을 느낀답니다. 한 예를 들어보면요~ 농사철에 한쪽에서는 농민들이 농사일에 힘겨워하는데 또 한쪽 바로 옆 개울가에서는 삼겹살 파티를 하는 관광 놀이 온 이방인들을 보면 저는 단지 부러웠었는데요. 남편은 거친 표현으로 비판한답니다(깊이 생각해보면 이해가 되더군요) 많은 사람이 힘겹게 살아가는 이웃에 함께 동참하고, 진정으로 마음을 나누는 진심이 있다면 국가와 사회가 달라지고, 농사일로 힘든 할머니들의 마음속에도 보람과 행복이 올 것입니다. 부와 명예, 사치, 그리고 남들이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을 누리는 걸 자랑이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자신의 모습이 혹여 다른 이의 마음에 상처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 되돌아보고 부디 쓰임새 있는 새 삶을 사시길 권해 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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