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건 몰라도 건국 이래 종교의 자유만큼은 확실히 보장해온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이 나라에 이런저런 神(신)들의 계시를 받은 선지자들이 혹세무민까지 눈감아주는 포교의 자유?를 누리며 활개를 칠 때 부동산불패敎(교)도 “잘살아보세”를 간절히 염원하던 백성들 속에 깊이 뿌리를 내렸다.
토지공개념 같은 멀쩡한 이론도 빨간 딱지를 붙일 정도로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신봉하는 자유대한민국이 세계 10위권의 부국으로 발돋움하는 동안 재물을 불려준다는 이 종교도 祈福(기복)을 우선하는 우리 민족의 깊은 신앙심과 호응하며 보통사람들은 물론 고위 공무원, 언론인, 법조인, 교수, 정치인을 가리지 않고 교세를 확장하게 되었다.
실제로 부동산불패敎(교)의 物神(물신)은 많은 신도를 부자로 만들어주고 그 기득권의 세습을 가능하게 하는 법적 제도적 시스템까지 마련하는 능력을 보여 주었는데 급기야 서울의 아파트 평균가격을 백만불 가까이 끌어올리는 기적을 행하더니 이 교단을 우습게 보고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는 시대를 끝내겠다”라고 장담하던 소위 진보 정권의 정책을 무력화시키고 최근에는 그 정치적 기반마저 크게 흔들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때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정책”을 과신하고 이미 오를대로 오른 아파트를 산술적으로는 구매할 방법도 없는 신세대들이 선뜻 내 집 마련의 대열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 믿은 얼치기 먹물들이 이런저런 논리로 “수요보다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므로 아파트값은 계속 오를 것”이라는 物神(물신)의 계시를 천박하다고 공격했지만 불패교는 갭투자와 영끌이라는 수학적 교리로 신도들의 동요를 진정시켰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투기와 투자의 구분은 의미가 없고 투기가 불법도 아니다. 항상 공급이 부족하도록 수요는 창출하면 된다는 혁명적 교리에 신도들은 열광했다. 갭투자를 통해 한사람이 수백 채의 아파트를 사재기하고 심지어 해외의 신도들도 국내 아파트를 수십 채씩 보유하고 값
이 오르기를 기다리니 그렇게 열심히 아파트를 지어대도 공급은 더욱 옹색해졌다.
영끌은 “영혼까지 끌어모으다”의 줄임말이지만 영혼까지 팔아 집을 살 돈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다. 보유현금과 아파트를 담보로 한 대출금 그리고 신분에 따른 신용으로 모자라는 자금을 마련한다는 뜻인데 이것도 능력이 되는 사람이나 가능한 일이고 사실 부모의 실력과도 무관하지 않아서 영끌하는 젊은이야말로 物神(물신)으로부터 선택받은 이들이다.
어떤 종교든 모태신앙은 큰 축복이고 은혜일 터인데 오늘날 영끌하는 젊은 신도들이야말로 부동산불패敎(교)를 모태신앙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들 아닌가? 부모가 부동산을 통해 부를 축적하는 것을 보고 들어 왔으며 덕분에 편한 집에 살면서 좋은 학교를 나와 전문직에 종사하거나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에 다니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어쨌거나 초유의 경제적 위기 속에서도 고학력의 능력 있는 젊은이들이 주택마련에 열중한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경제적 미래를 매우 낙관하고 있다는 증좌임은 분명한데…
문제는 신은 자비롭기만 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物神(물신)이 지배하는 시장은 냉정하고 잔인하다. 행여 집값이 더 오를까 봐, 지금 아니면 영영 집을 못 살까 봐 그저 그런 아파트 한 채 장만하려고 카드론 같은 고리채까지 영끌하는 얼치기 신도, 부모덕은 기대하기 어려운 젊은이들이 상처를 받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점포 인수하실 분 연락주세요” 불이 꺼져있는 베트남자매 쌀국수집에 두 달째 붙어 있는 쪽지다. 작년 이맘때 금성홍기와 태극기를 걸어놓고 개업했을 때 이 지면을 통해 “우리가 남이가, 힘양사람 수엔씨, 우리 수엔씨 파이팅”하고 방정을 떨었었는데 대체 우리는 어떤 세상에 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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