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특수를 보낸 뒤 시장은 조용하기 마련이다. 대목을 지냈으니 한번 쉬어가는 때, 명절연휴가 끝난 첫 장날 지리산인의 주인공을 만나기 위해 지리산함양시장에 있는 영호수산을 찾았다. 서상면에 사는 한 고객이 딸과 함께 영호수산을 찾아 물건을 사고 있다. “여기 주인이 서상 장날에도 오시거든요, 사장님이 너무 친절하고 물건도 좋아 단골이 됐죠. 오늘은 사장님 얼굴보러 일부러 왔어요”라고 한다. 생선이라고 다 같은 생선처럼 보이지만 물건에 따라 천차만별. 좋은 물건은 역시 음식을 해보면 맛도 다르다. “이 집 생선이 맛있어요, 물건이 좋은가봐” 시장을 이용하는 주부고객도 말을 거든다. 좋은 물건을 싸게 판다는 영호수산 대표 이영호(53)씨가 배달오토바이를 타고 시장 안으로 들어선다. 호탕한 웃음으로 인사하는 이영호씨의 모습이 단골의 말을 증명해 보인다. 영호씨가 영호수산을 개업한 때가 2007년이니 올해로 13년째다. 하지만 그는 그 전부터 어머니를 도와 장에서 일을 했다. 4년제 대학 전자계산학과를 졸업한 영호씨는 함양에서 컴퓨터학원을 운영했다. 잘 나가던 컴퓨터교육이 점차 사양길에 접어들자 주말엔 어머니가 일하는 시장에 나왔다. 영호씨의 어머니 하금옥 여사는 장에서 50여년의 세월을 보냈다. 이것저것 안판 것이 없다. 어묵, 풀빵을 팔았던지라 지금도 ‘오뎅할매’로 불린다. 주말에만 어머니를 돕다가 영호씨가 본격적으로 장사를 시작하면서 수산물을 취급하게 됐다. 내성적인 성격의 영호씨는 처음 시장에서 일할 때 손님에게 물건을 권하기도 힘들었다. 부끄럽기도 하고 아는 얼굴을 만날까 사람을 피해 다니기도 했다. 하지만 이왕 시작한 일, 이래서는 안되겠구나 싶어 마음을 고쳐먹고 제일 먼저 진주로 향했다. 무작정 부딪히며 물건을 떼 왔다. 진주도 물건은 부산에서 받는다. 그는 부산으로 갔다. 그리고 지금은 1차 업자와 거래를 터 싸고 좋은 물건을 가져올 수 있게 됐다. 생갈치는 제주도에서 바로 받는다. 다른 시장에서 장사하는 사람에게도 도매로 납품을 하고 식당이나 가게에도 판매한다. 아무것도 모른 채 부딪혀 얻어낸 거래처로 그는 유통마진을 줄이고 좋은 물건을 싸게 많이 구입해서 고객들에게 판매한다. 영호수산은 영호씨와 그의 아내, 채소와 각종 품목을 파는 어머니와 한 세트로 운영된다. 한 사람이라도 빠지면 안된다. 이들은 한 팀이 되어 함양, 인월, 마천, 서상, 산청, 거창 등 5일장을 돈다. 영호씨는 그런 자신을 ‘장돌뱅이’라 칭했다. 특히 4일, 9일 열리는 서상장날에는 영호씨네가 없으면 장이 설 수 없다. 채소부터 두부, 콩나물, 모종, 수산품 등 그들이 도맡아 물건을 가져간다. 고객이 구해달라는 물건도 구해간다. “그래도 아직 시장 인심이 좋아요. 물건이 싸고 싱싱하죠. 물건 회전율이 상당히 빠르니까요” 영호수산은 5일에 3번 물건이 온다. 그러니 신선도도 뛰어나다. 도매로 받아오니 고객에게도 싸게 팔 수 있고 덤으로 주는 인심도 후하게 베풀 수 있다. 시장에는 모름지기 사람이 끌어야 한다. 어르신들이 주로 이용하는 시장에 젊은 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해 영호씨는 제로페이, 카드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가게 문을 연 후 지금까지 매일 매입매출을 기록하는 이영호씨. 그의 노트에는 수입을 나타내는 숫자와 함께 물건을 사 준 고객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빼곡히 적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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