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가을이 왔습니다. 이따금 파란 하늘에 흰 구름이 상쾌함을 더합니다. 추석날 오후 산청에 있는 백운계곡을 찾았습니다. 흰 구름 하늘을 마주하는 바위들이 이름값을 하는 계곡입니다. 너럭바위에 앉아 땀을 식히고 맑은 물에 발을 담그면 풍성한 가을의 휴식이 찾아옵니다. 백운계곡에서는 큰 폭포 작은 폭포가 어우러져 부서지는 물살을 쉽게 마주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곳에서는 많은 양의 음이온이 나온다고 합니다. 대기 중으로 나온 음이온은 가볍고 빨라서 이동성과 생리활성 작용이 크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우리 몸에 빨리 흡수될 수 있답니다. 숲에서도 광합성을 할 때 화학반응이 일어나 음이온이 나옵니다. 백운계곡은 부서지는 물이 풍부하고 천연의 숲에 싸여 있어 도시환경과 비교할 수 없는 음이온을 낼 것 같은데요.한때 음이온 발생장치 같은 제품들이 인기를 끌었던 모양입니다. 음이온의 효과에 대해서는 많은 것이 알려져 있습니다. 지금도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답니다. 하지만 음이온 효과에 대해 유사과학의 엉터리 주장도 있습니다. 인터넷에 음이온을 검색하면 ‘나무위키’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한림대학교 한강성심병원 홈페이지에서도 시중에서 판매하는 음이온 발생장치의 효과는 미지수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천식이나 호흡기 질환 등에 효과가 있으므로 가까운 숲을 자주 찾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하는군요. 그러니 음이온 그 자체에 대해 관심을 가져볼 필요는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산림치유·환경 분야에서는 자연 발생하는 음이온에 여전히 주목하고 있습니다. 공기 중의 음이온화가 심리‧신체적 건강에 유익하다는 것입니다. 인체의 면역력 증진, 알레르기 비염, 천식, 스트레스, 기분장애, 신체적‧정신적 피로 등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공기의 비타민”으로도 불린답니다. 음이온 치유에 대한 의학적인 실증 연구(독일, 일본 등)도 진행되고 있다는데요. 전라남도보건환경연구원에서 계곡의 산소 음이온 연구를 했습니다. 그 결과 바람이 없는 이른 아침(5~7시)에 계곡 주변을 산책하는 것이 좋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이때 음이온 농도가 가장 높게 나왔다는 것이죠. 음이온의 수명은 아주 짧다고 합니다. 하지만 계곡이나 숲에서는 음이온이 계속해서 생산된다고 하니 걱정할 필요는 없겠네요. 반대로 전기 전자 기계류가 있는 실내환경과 자동차 내부는 음이온 농도가 크게 줄어들고 먼지 입자가 크게 늘어난다고 합니다. 이런 환경은 폐 건강을 해치겠지요. 한마디로 도시환경은 음이온이 고갈되고 먼지가 쌓여 건강에 해롭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주말이면 고속도로가 꽉꽉 막히는 한 이유이기도 하겠죠.자연경관과 식생이 아름다운 백운계곡으로 들어왔습니다. 단속사지 방향 둘레길은 물소리길입니다. 지나가는 사람은 어쩌다 한 명 거의 없습니다. 고요한 사위를 진동하듯 물소리가 발 뒷걸음을 따라옵니다. 이처럼 가지런한 파동으로 다가오는 물소리를 별로 들어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발걸음 따라 물소리를 이어보는 것은 곧 소리 명상이 됩니다. 무시로 끼어드는 풀벌레와 산새들의 하모니가 있어 더욱 좋습니다. 가을은 열매와 꽃, 그리고 색이 바랜 이파리들의 또랑또랑한 눈망울을 보여줍니다. 이별을 준비하는 아름다움과 느긋한 여유가 찾아옵니다. 보랏빛 꽃술이 보슬보슬 부풀어 오른 산꿩의다리, 발그레한 단풍잎의 색감이 다양해서 아름다운 사람주나무, 붉디붉은 열매로 새들을 유혹하는 덜꿩나무, 까만 하늘에 별처럼 빛나는 참취꽃, 누렇게 색이 바랜 애기나리 잎, 삽주, 구절초, 나비나물 등을 봅니다. 이 꽃들을 바라보는 동안 수십 년 동안 산과 들에서 보아 온 꽃인데 어찌 볼 때마다 눈길이 갈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해마다 피는 풀꽃이지만, 볼 때마다 반갑고 흐뭇한 것은 늘 새롭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백운계곡을 찾으면 음이온이 풍부한 자연경관 그리고 늘 새로운 식물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단속사지와 남명 조식 선생님의 유적지를 잇는 지리산 둘레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쉬어가는 둘레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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