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을 해보자. 때는 2030년~ 장소는 함양 거리~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제 갈 길이 바쁜 듯 허둥대는 어떤 사람들, 하릴없이 한가함에 젖어 지척대는 어떤 사람들, 손을 잡은 엄마와 아이, 손을 잡은 젊은 남녀, 수줍은 미소들, 수다를 떨면서 웃음이 시끄러운 여학생들, 그리고 자전거를 타거나 스쿠터를 타고 생생거리는 젊은 사람들, 늙은 사람들... 사람들을 태운 사람형 자동차들...
그렇게 물결처럼 오고 가던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생명의 소리들과 몸짓들이 사라져 있다. 적막함으로 가득한, 고요도 평화도 아닌 텅빈 거리.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자는 현수막과 홍보지들은 읽는 이들이 없이 색이 바랜 채 바람이 잠시 나풀거리다 가는 쉼터들이 되어 있다. 학교와 문화관과 같은 건물들은 과거의 문화적 상징물이 되어 있고 카페와 음식점과 같은 가게들은 발길을 끊은 옛 손님들을 그래도 기다림으로 기억하고 있을 문들에 자물쇠가 채워진지 오래이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집밖을 나가는 일이 거의 없다. 집 안에서 사람들은 정보 습득과 학습 활동과 업무 활동들을 진행한다. 바이러스에 비노출로 분류 판정을 받은 가족 구성원들은 하나의 주거 공간을 공유할 수 있으나, 일단 바이러스에 노출로 분류 판정된 가족 구성원들은 가족과 함께 지내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그 바이러스 노출 판정 사람들은 인간 주거지에서 거리가 떨어진 격리 공간에 배치된다. 인간 종족 주거 재배치 서비스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은 인간이 아닌 로봇들이다.
실제 2030년 함양의 거리에는 로봇들과 무인자동차들과 드롬들이 활보를 하면서 중앙 컴퓨터 통제 시스템에 의해 완벽하게 모니터가 되고 있다. 분주함은 이제 자유로운 생명의 활개가 아니라 제어장치에 의해 계산된 완벽한 알고리듬의 프로세스이다.
지지난주에 한국 입국을 감행했다. 자가 격리 2주를 이제 막 벗어났으며 다행히 음성 판정을 받았다. 코로나로 인해 이동제한 조치를 강력하게 이행하는 국가에서 있던 나는 다른 여행자들과 함께 무기한 체류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해외 취업자인 아들 집에 머물면서 몇 차례나 취소되는 비행 일정들에도 한국행 비행 편들을 체크하곤 했었다. 마침 대한항공이 삼성전자에서 초빙하는 해외인력들을 실어 나르는 항공 일정이 나와서 한국 입국이 가능했었다. 공항에서부터 함양 산골 집에까지 공무집행을 담당하는 분들에 의해 철저히 격리되면서 이동되어 격리 생활을 했었다.
격리가 끝나고 함양 거리를 나갔다. 내가 한때 학원에서 내 자식들처럼 가르쳤던 아이들을 만났다. 늘 반갑게 안아주곤 했던 아이들이라, 나도 모르게 양팔을 벌리고 반갑게 달려가다,
움찔 뒤로 물러나야 했다.... 얼굴 볼도 못 만져 주고 어깨도 두드려 주질 못했다. 그저 눈짓으로만 반가움을 털어내는 데 눈물이 찔끔 나왔다.
우리는 이렇게 ‘사회적 거리 두기’를 행하면서 어느 덧 사람과 사람간의 정과 사랑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분리시키고 있는구나. 앞으로 바이러스의 창궐이 지속된다면 지금 자라나는 아이들은 손짓 몸짓의 감촉으로 느끼는 사람의 온정으로부터 점점 분리되고 격리되어 지겠구나. 그렇게 10년이 지난다면 인간, 그리고 사회는 과연 무엇이 되어 있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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