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턱 밑으로 성큼 다가와 초록의 들판은 황금색으로 물들고 있다. 곧 추석이다. 동국세시기에 기록된 오래된 추석 풍경은 이렇게 전해진다. ‘신라인들은 8월 보름에 크게 잔치를 베풀고 관리들은 모여서 활을 쏘았으며 여자들은 길쌈을 하여 이긴 편에게 음식을 대접하고 노래와 춤을 추었다.’ 농경시대의 추석은 한해 농사의 결실을 맺는 추수를 하고 앞으로 다가올 추운 겨울을 대비하기 위해 의복을 장만하던 중요한 세시풍속이었던 것이다. 이후 농경시대였던 고려, 조선시대를 거쳐 산업화된 현재까지 추석 명절의 위상은 그대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젠 가족 친지들과 성묘를 하고 차례를 지내는 의미로 자리 잡고 있다. 조상의 묘를 가꾸고 차례를 지내기 위해선 뿔뿔이 흩어졌던 이들의 대이동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우리의 명절 문화가 바뀌고 있으며 달라져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는 추석 연휴 기간이 방역관리에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기 때문에 고향방문과 여행 등으로 인한 이동을 최소화 해줄 것을 적극 호소하고 있으며 함양군에서도 벌초는 가족끼리, 고향방문은 자제해 달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지난 14일 함양지역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함양군의 시계는 멈춰 버렸다. 의료기관이 문을 닫고, 재래시장과 식당들도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없었으며 아이들은 집 안에 갇혔고 생필품을 사기 위해선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슈퍼마켓을 방문해야 했다. 그리고 같은 생활권인 인근지역으로 출.퇴근을 하거나 방문할 때 함양사람인 것을 떳떳이 밝힐 수 없는 민심을 느끼기도 하였다. 마침 확산세가 꺾여서 조금씩 예전의 생활로 돌아가고 있지만 추석명절로 인한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다시 지역경제가 얼어붙고 민심이 흉흉해지지는 않을까 노심초사이다. 함양군은 65세 이상 노인들이 인구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화 지역이다. 타지에 나간 가족들을 보기 위해 손꼽아 명절을 기다리던 어르신들에게 이번 추석은 너무 가혹하게 다가오고 있다. ‘먼 사촌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 는 속담이 있다. 이웃이란 담장을 사이에 놓고 있는 옆 집을 일컬었으나 요즘은 범위가 넓어져 같은 동네 주민을 이웃사촌이라 한다. 주거양식이 철저히 개인 생활공간으로 분리되는 아파트로 옮겨가고, 맞벌이부부가 생기면서 그나마 이웃과의 매개체였던 집안의 여성들이 집을 비우게 되면서 이웃과의 관계는 예전보다 많이 멀어졌다. 그렇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고장은 놀이터에서, 노인정에서 누구누구네 아이, 어머니, 아버지를 정겹게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이러한 장점을 살려 모두에게 힘겹고 답답한 명절이지만 타 지역 이동을 자제하고 주위에 어려운 이웃과 함께 이 시간을 보내는 것은 어떨까? 가족들과 음식을 해서 홀로 사시는 어르신, 멀리 갈 수 없는 이웃들과 나누면서 서로를 챙기고 코로나19로 인해 생긴 뉴노멀 시대의 새로운 방식으로 우리의 명절을 따뜻하게 즐기는 것이다. 이래저래 싱숭생숭한 명절을 기다리고 있는 우리에게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 23일 함양군의회에서 함양군내 주소를 둔 주민 총 3만 9,236명에게 1인당 10만원의 긴급재난기본소득 지원을 빠르게 의결했다. 군민 한 명당 현금 5만원, 함양사랑상품권 5만원을 각 읍면사무소에서 지급할 예정이이라고 밝혔다. 경기침체로 인해 판로가 어려운 농가들, 장사를 못해 어려움을 겪었던 상인들, 소득이 줄어든 근로자들 모두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경제 활동을 하기에 앞서 마스크 쓰기와 거리두기, 개인위생을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전의 생활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은 매우 힘들다고 한다. 달라진 생활방식은 사회, 경제 뿐만 아니라 우리의 문화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언제 마스크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사회적 거리두기는 언제까지 해야 할지 모르지만 우리는 언제나 그래왔듯이 새로운 생활방식와 환경, 문화에 적응해 나갈 것이다. 커다란 보름달이 우리를 비추는 추석엔 소외받는 이웃이 없도록 작은 정성을 안전하고 건강하게 나누는 따뜻한 명절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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