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후면 추석이네요. 한국에서는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있던데 이 말을 곰곰 생각해보면 추석이 되면 먹을 게 풍요롭고 힘든 농사일도 마무리가 되는 때라서인가 봅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다양한 수많은 직업군이 있고, 먹고 사는 방식도 수없이 많아서 추석의 의미가 옛말처럼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겠지만 저의 눈으로 본 한국은 전통을 중시하고, 고유한 옛 문화를 중시하는 느낌이 많았답니다. 조상의 묘에 벌초하는 일, 멀리 있던 가족 친지가 함께 모여 제사를 지내는 일 등등 저의 한국에서의 추석은 어떨까요? 이미 한국 국민이고, 한국 정서가 몸에 가득 배여 있지만 사실 네팔에서도 한국처럼 추석이 있고, 설이 있답니다. 한국처럼 온 가족이 모이고, 일가친척을 비롯 동네 사람들이 모여 음식을 나눠먹고 서로 환담을 나누고 게임을 하고 춤과 노래를 부르고 축제를 하는거지요. 만나면 너무나 반갑고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랍니다. 그래서 명절이면 고향에 가고 싶고 실제로 비싼 항공료가 들어가는데도 불구하고 명절에 고향에 가는 사람이 많답니다. 코로나19가 오기 전까지는 명절이면 항상 항공권은 빨리 예약하지 않으면 좌석이 동이 나 버리기 일쑤였지요. 우리가족은 남편과 두 아이를 합쳐 4명인데 항공권 경비가 오백만원이 넘게 필요하니 코로나19가 아니어도 쉽게 갈 수 없는 일인데 오히려 코로나로 인해 스스로 위안을 느끼네요^^ 그렇지만 코로나가 빨리 종식되어 고향 부모님도 뵙고 싶고 고향의 명절도 보고 싶은 심정이랍니다. 한가위만 같아라. 사실 저에겐 고향의 추석이 더 좋고 그립답니다. 물론 한국에도 동생과 오빠가 있고 조카도 있긴 하지만 부모님이 더 보고 싶은 솔직한 심정이네요. 또 하나 농업이 전부이면서 추석 전에 모든 농사일을 마무리하고 나면 다른 특별히 힘든 일을 하지 않은 성장배경 탓인지 힘들지 않은 추석의 기억이 한국에서의 추석과 비교 된답니다. 한국에서의 저는 농업을 주업으로 하는 남편과 함께 일을 하는데 추석 당일에도 사실 일을 해야 할 형편이거든요. 밤을 줍고 선별을 하고 세척과 포장 등등 일이 끝이 없다보니 돈을 더 버는 건 좋은 일이긴 하지만 정말 힘들 때가 많답니다. 설에도 곶감 일을 하다 보니 명절이면 저희 집은 다른 어떤 집보다 일복이 많네요~^^ 그런데 남편은 항상 생각을 달리하는 걸 느낀답니다. 추석에는 밤을 팔고, 설에는 곶감을 팔아 돈을 벌게 되니 조상이 도와서 명절에 배곯지 않게 된다고 하더군요. 또 있네요. 예전에 시아버지가 남편에게 마을 터가 큰 부자가 나올 터가 아니니 부자로 살고 싶다면 고향을 떠나 살라고 남편에게 그랬다더군요. “마을 터가 조리터(쌀의 돌 가리는)라서 쌀을 채우면 탁 털어 먹는다”라고 했답니다. 그런데 남편은 시아버지께 “참 좋은 터네요. 그렇다면 탁 털어 먹으면 또 채워질테니까요”라고 했다더군요. 그러면서 “채워지면 어차피 털어먹을꺼 좋은데 털어먹겠습니다”라고 했답니다. 12년을 살다보니 보통 사람과는 조금 다른 남편을 느낀답니다. 그렇다고 딱히 싫은 느낌은 아니지만요. 가정과 경영에 충실하고 책임감은 많은데 한국 문화 탓인지 가정 외의 남의 고민에 많은 시간을 빼앗기는 게 조금은 아쉽답니다. 하긴 그것도 시간이 지날수록 이제는 조금 이해를 하게 되더라고요. 사회는 더불어 사는 세상이고 아름다운 세상은 함께 사는 것일테니까요. “코로나19 함께 이겨 냅시다”라는 행정의 문자 메시지처럼 많은 분들이 함께 버텨내고 이겨 내시길 간절히 빕니다. 그리고 하루빨리 코로나가 종식되길 빕니다.네팔댁 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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