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엔 침실 벽에 한 마리, 오늘 아침엔 컴퓨터방 벽에 한 마리, 이것들이 도대체 어디서 들어오는 지 알 수가 없네요. 구석구석 틈새란 틈새는 다 찾아 벽 시멘트로 바른다고 바르고 있는데 지네는 놓친 틈새를 찾아 꾸준히 들어오고 있습니다. 도대체 어쩌자고 들어오는 걸까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내가 이제는 이런 환경에 상당히 적응했다는 것입니다. 어제 휴일 아침 에는 늦잠자고 일어난 아내가 파리채 가지고 오라고 해서 모기가 있나보다 싶었는데 침대 머리 위 벽에 지네가 한 마리 스물스물 기어가고 있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아내가 놀라 고래고래 비명을 질렀을 텐데, 그리고 그 고함 소리에 안방 지붕이 날아갔거나 최소한 지네가 기절을 했을 텐데, 아내는 담담하게 파리채 가져오라며 우아하게 기지개를 켜고는 “한소끔 더 자니 개운하네~”하는 게 다였답니다. 지네는 파리채 대신 집게로 섬세하게 처리했습니다. 파리채로 때리면 벽에 지네흔이 생길까봐 조심스레 집게로 포획하여 마당에서 처리하고 들어오니 아내가 이번에는 한 술 더 떠서 자꾸 들어오는 지네를 말려 약재로 쓰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합니다. 나는 그거 좋지~ 지네는 신경통에 좋다지~ 하며 장단을 맞추기는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지네를 약으로 쓰고 싶지는 않네요. 다리 많은 곤충은 아무리 효능이 뛰어나다해도 내키지 않습니다. 지난해 아내가 지네에 물렸을 때는 큰 소동이 났습니다. 덧신을 신다가 신발 속에 잠복하고 있던 지네에게 발가락을 물렸는데 그리 큰 지네는 아니었지만 아내가 겁을 먹는 바람에 큰 소동이 일어났습니다. 아내는 예전에 보건소에서 받아놓은 말벌 해독제를 즉시 먹고 오소리 기름을 바르고 병원으로 달려가서 안심 주사를 한 방 더 맞았는데 싱겁게도 물린 자리는 며칠 가렵다가 아무렇지도 않았답니다. 이런 경험 덕분인지 지네를 끔찍이 무서워하던 아내가 이번에는 지네를 침대 머리 위에서 보고도 담담합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매사가 그렇습니다. 실제보다 공포가 더 무서운 거지요. 어쨌든 오늘 아침엔 컴퓨터 방 벽에서는 다행히 내가 지네를 먼저 발견하고 아내 몰래 조용히 처리하였습니다. 어제 벽난로 천정 입구에 벌레가 드나들기 좋은 틈새를 발견하고 벽 시멘트를 개어 두텁게 막았기에 (아하~ 이 넘들이 그동안 이리로 들어온 모양이구나~), 이제 더 이상 들어올 틈이 없으리라 믿었는데 이거 참 난감합니다. 틈새는 그래서 틈새인 모양입니다. 완벽히 막는다고 막아보지만 틈새의 틈새까지는 알 수가 없네요. 어쨌든 틈새를 집중 공략해서 끈질기게 들어오는 지네 대비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겠습니다. 눈에 안 보이면 더 바랄 게 없겠지만 그래도 알 수 없는 통로로 꾸역꾸역 들어오면 최후의 수단으로 아내 말대로 지네가 보이는 족족 수집하여 약재로 쓰던지 팔아먹던지 하는 것도 고려해봐야 할 듯합니다. 아님 닭을 키우는 것도 고려해봐야겠습니다. 닭은 땅을 파서까지 지네를 다 먹어치운다는데 그렇게 되면 이거야 말로 꿩 먹고 알 먹고네요. (실제로는 닭과 계란). 이상은 무유황 곶감으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틈새시장을 공략중인 <지리산농부 귀감>의 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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