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분, 가을의 한 가운데 서 있습니다. 내일이면 낮보다 밤이 조금 길어지고 모레는 조금 더 길어집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단풍잎은 빨개지며 가을의 정취를 더 느끼게 됩니다. 그런데 세상은 모두 좋지만은 않은가 봅니다. 재 확산 되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청정지역 함양에 상륙했습니다. 우한코로나가 우리나라에 잠입한 그 때 그 기분입니다. 끝이 없는 동굴 속 같습니다.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할 어려운 시기입니다. 날씨가 쌀쌀해지면 코로나 바이러스가 더 극성을 부린다 하니 ‘가을 동화’ 여행계획은 접어야 되겠습니다.
함양군은 며칠 사이에 여러 사람이 코로나바이러스가 감염되어 확진자 동선에 해당되는 병원과 전통시장 그리고 식당, 택시사업장, 편의점, 목욕탕 등 여러 곳이 폐쇄되어 사후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마당 한 가운데서 일어난 이 뉴스는 우리를 놀라게 했습니다. 올해 1월 20일 중국 우한시에서 우리나라에 입국한 여성이 처음으로 확진 받은 이후 긴장과 공포 속에 전파되어 귀중한 생명을 앗아갔고 지역 경제침체와 불안한 사회활동은 우리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길어지는 코로나19 사태로 한 쪽에서는 괴질의 공포와 후유증 충격 또 한 쪽에서는 일자리 파탄으로 인한 좌절과 국가지원이 적고 늦어지고 있다는 불만으로 어려워하고 있습니다. 엎친데 더 덮친 격이 되었습니다.
자극과 반응이 민감한 시대에 사는 것 같아 슬프기만 합니다. 이럴 때 일수록 자극과 반응 사이에 우리의 변화된 태도와 의식을 채움으로 전환점이 되어 밝은 미래로 나아가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길이 어둡다고 발걸음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듯이 조상이 물려준 우리의 기질로 그 사이를 채워야 하겠습니다. 우리 함양에는 천혜의 환경과 훌륭한 전통이 있습니다. 이것을 더욱 세상에 빛내야 할 일들을 하나씩 만들어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하겠습니다. 첫째는 천연기념물인 상림과 대봉산을 무대로 장을 펼치는 ‘2020함양항노화산삼엑스포’입니다. 코로나19로 연기되어 힘이 빠진 기분이지만 이 시기를 기회로 삼아 침체된 국민들의 마음을 추스르는 세계적 축제로 승화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집안을 다시 잘 정리 정돈하여 함양을 만방에 알리는 기회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함양은 본시 신라와 백제의 국경지대로 소백산맥의 산악지역입니다. 지리산과 덕유산 줄기에 걸린 바위와 고개 그리고 봉우리 같은 지리를 잘 활용하여 이것을 특징 있게 현대 감각으로 재해석해야 하겠습니다. 그 예로 잘 알려진 백무동부터 천왕봉은 수천 그루의 고사목으로 유명한 제석봉과 원시림 사이로 수십 개의 계곡이 즐비한 한신계곡을 경유하여 많은 산악인들이 경탄하는 지리산의 절경이기에 산행하는 사람들이 쉽고 편하게 찾을 수 있는 로드맵과 휴식처를 감각 있게 추가 정비하고 풍유와 정취를 대표하는 농월정, 동호정, 거연정, 군자정 등은 소백산맥 중턱 육십령으로 향하는 청계옥수인 금천이 흐르는 곳곳에 선비들이 걸었던 정취와 자연의 비경과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곳입니다. 옛 선조들이 이곳에서 누렸던 자연과 여유를 세파에 지친 모든 현대들이 이어 누리는 쉼터요 상처 입은 사람들의 회복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전국은 물론 세계에서 오는 손님을 맞을 준비가 필요합니다. 둘째는 우리 함양의 대표적인 민속놀이 씨름과 줄다리기입니다. 《동국여지승람》에 우리 지역의 기질이 험준한 산세를 닮아 억세어서 씨름과 줄다리기를 즐기는 전통이 있다고 했습니다. 이제는 그 전통을 이어 갈 백년대계를 세워야 할 때입니다. 세계 유일의 씨름 전용 스포츠파크를 조성하는 것은 어떨까 싶습니다. 그곳에서 사계절 내내 젊음과 낭만이 넘치는 남녀장사씨름 초중고대학씨름 지역별나라별씨름 노익장씨름으로 인간애를 넓히고 줄다리기하며 협동심을 키워나가는 장을 만드는 것입니다. 한가위가 다가오면 설레는 것이 있습니다. 읍면 단위로 여러 마을이 참여하던 씨름을 전국 더 나아가서 세계인이 참가하는 씨름올림픽축제를 꿈꾸어 봅니다.
미국의 철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윌리엄 제임스는 그의 저서에서 “인간은 외부의 자극을 받게 될 때 즉각적으로 반응하게 되어 있다. 이것은 일종의 방어체제요 생존본능이다. 그러나 즉각적인 반응 대신 선택적 반응을 하게 될 때에 비로소 소통이 시작되고 행복한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다”라고 하였습니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 우리의 태도를 채움으로 행복 함양의 우월한 역사는 이어질 것입니다. 추분의 밤은 깊어만 갑니다. 날이 저물어 어둡다하여 할 일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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