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란 무엇인지 부모님의 현재 삶을 보면서 생각하게 됩니다. 현재 부모님이 계시는 곳은 자기 주변의 간단한 일은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 혼자서 모든 삶을 살기는 어려운 노인이 함께 지내는 공동주택에 아버지는 들어가셨고 어머니는 치매 환자를 받아주시는 노인센터에 가셨습니다. 처음은 같이 공동 주택에 들어가시는 예정이었지만 어머니가 한밤중에 동네를 배회하는 증상을 보고 심사한 결과 일반 공동주택에는 못 들어가게 됐습니다. 같이 갈 수 있다고 말씀드렸을 때는 아버지도 아주 안심하고 기분이 좋으셨지만 어머니와 같이 못 가게 되자 많이 실망하셨고 기분이 다운 되셨습니다. 부모님이 이렇게 따로 시설에 들어가게 되는 것을 보고 저도 마음이 많이 힘들었습니다. 가장 가까이 살고 있었던 오빠가 타계했던 것을 계기로 어머니의 알츠하이머가 심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도 벌써 주제와 줄거리 없는 이야기를 하고 밤중을 배회하는 일도 있었지만 아버지께서 아직 봐줄 수 있다고 안고 살고 있었습니다. 오빠는 투병하면서도 부모님께 많이 신경을 썼지만 타계하기 1년 전 정도부터는 부모님께 신경을 못 쓰게 됐습니다. 어머니가 알츠하이머에 걸리신 후부터 시작한 삶의 변화는 솔직히 자신의 자유로운 삶을 포기하지 않고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멀리 떨어져있는 저는 그래도 삶의 일부만 어머님을 위해서 신경을 쓰면 되었지만 아버지는 자기 삶보다 먼저 어머니를 신경 써야 되는 하루하루로 바뀌었습니다. 오빠가 타계하고 저의 큰딸이 1년 동안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효도를 한다고 일본에서 알바를 하면서 모시고 살았지만 2월에 한국에 오면서 이 코로나가 세계적으로 확장됐습니다. 갑자기 노인 둘만의 삶이 되면서 코로나까지 겹쳐 자유롭게 밖에 나갈 수도 없고 매일매일 들리는 부정적인 보도 때문에 정신적으로 많이 약해졌다고 합니다. 지금도 아버지께서는 이 코로나만 없었으면 아직 어머니를 봐주면서 집에서 살 수 있었는데 코로나가 밉다고 하십니다. 아마 안타까움에 그렇게 말씀하시지만 우리는 이제 아버지 혼자 어머니를 봐주기에는 한계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을 때는 아버님께 전화를 드리면 “힘들다, 힘들다, 이제 센터에 가서 살아야 된다”고 하셔서 올케가 수고해주고 이번에 아버지는 공동주택에 들어가고 어머니는 노인센터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믿고 싶지만 아버님께서 너무 심심하다고 합니다. 갑자기 어머니를 돌봐주는 일도 집안일도 안 해도 되는 삶이 되니 재미없다는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다. 행복은 자기의 욕망이 이뤄질 때 느끼게 된다고 하지만 잘 생각해보니 자기의 진정한 욕망이 무엇인지를 모른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순간적인 불쾌함이나 일시적인 손익으로 판단하는 욕구가 진정한 욕망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지금 아버지는 그만큼 힘들다고 했던 어머니를 그리워합니다. 배회 증상만 없으면 다른 것은 자기가 봐주고 같이 이 공동주택에서 살고 싶다고 합니다. 오히려 어머니는 갑자기 모르는 사람들 속에서 살게 되어도 그 환경을 그냥 받아줄 수 있으십니다. 받아준다기보다 그 속에서 변함없이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신이 멀쩡하신 아버지는 힘들 때 자신이 원했던 조건이 다 있는데도 불구하고 행복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행복은 자기의 욕망이 이뤄질 때 느끼게 되지만 그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진정한 욕망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 욕망을 잘못 생각하면 소중한 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부모님을 통해서 행복은 단수로서는 느끼기 어려운 것을 알았습니다. 꼭 상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봤습니다. 상대가 있으면서 생기는 일들이 원하지 않는 것이라 해도 행복을 알기 위한 과정으로, 함께 넘어가는 공동체의 제일 작은 단위가 부부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이상 기상 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앞서 말한 가장 작은 부부라는 공동체가 든든하다면 그 다음 단계인 가정이라는 공동체도 든든하게 되어 꼭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의 아버지도 지금 아침, 저녁 영상통화를 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 스마트폰이라는 현대기술을 통해 아버지의 취미생활을 넓혀보려는 생각입니다. 인생 끝까지 도전하며 살다보면 기쁨을 찾을 수 있다고, 아버지가 용기와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저 또한 노력하겠습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