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교과서에서 일본의 전쟁범죄 은폐와 피해자 코스프레를 보고 분노하고, 중국의 동북공정 프로젝트를 읽고 어이없어한다. 이렇듯, 역사 왜곡은 사람들에게 분노를 심어주고 왜곡을 일삼는 해당 국가에 대한 증오를 키우는 역할을 한다. 또한, 국가의 역사 인식 수준이 저해되고 발전하지 못한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하지만, 확실하게 알아야 할 건 대한민국 또한 위의 두 나라 못지않은 역사 왜곡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근원지는 당연하게도 조국을 향한 삐뚤어진 애국심에서 나오는 심각한 극단적 민족주의이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불태’라는 옛말에서처럼, 적을 아는 것과 나를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물론 중국과 일본이 적에 지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면도 있기에 적이라고 둘 경우, 현재 대한민국의 역사 교육은 적을 지나치게 알게 하고 나를 지나치게 모르게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상대의 단점을 알고 나의 장점을 아는 것은 다른 점도 같이 알 때 유용하지 저 두 개만 알아가지고서는 다만 자만과 방심에 늪에 빠지는 자충수가 되고 말 뿐이다.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떡하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책이 있다. 바로 ‘환단고기’와 ‘화랑세기’이다. 전자는 단군 시대, 즉 고조선 건국 이전 환웅이 이끄는 부족의 역사와 그 후 고조선의 역사를 다룬 역사서라는 것이 저자와 출판사 측의 주장이지만, 사실 이것은 개인의 치밀한 몽상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어떤 역사서가 해당 책에서 제시하는 시대를 정말 진실되게 보여주는 진품인지를 검증할 때 가장 중요한 판단점은, 책에서 제시하는 시대의 정보들이 여태껏 그 시대에 관해 발견된 다른 사료나 문화재의 기록과 일치하냐는 것인데, 환단고기는 이미 이 부분에서 가짜 역사서임이 탄로난다. 고조선 이전~고조선 시대는 기록이 적은 편인데, 그 적은 기록마저도 일치가 안 된다면 애초에 저자는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자신의 역사 판타지 소설을 역사서라고 사기를 쳤는지 의문이 든다. 화랑세기는 신라 시대를 다룬 역사서를 위장한 가짜 역사서로, 이 역시 환단고기가 위서인 이유과 거의 비슷한 이유로 위서임이 탄로났다. 다만 이 책은 워낙 조작이 뛰어나고 작가가 상상력이 어린아이 같이 창의적으로 풍부한 지라 아직까지도 진짜 역사서라 주장하는 학파나 대학이 소수 있다. 이 외에도 삼국시대 고구려 영토의 과도한 뻥튀기, 환단고기 만큼은 아니지만 고조선의 중원 진출과 한반도 남부 장악을 무슨 대단한 것 마냥 당당하게 써놓는 것도 많다. 심지어 의자왕의 무덤이 중국에 있다는 이유로 백제가 중국까지 지배했다는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는 사람도 있는데, 기억해 두길 바란다. 의자왕은 망국의 군주 신분으로 포로로 중국에 끌려가서 중국에서 죽고, 중국에 무덤이 있는 것이다. 거기다 의자왕 옆의 무덤의 주인이 삼국지의 폭군 손호라는 점을 상기하면 대우 또한 얼마나 개차반이었는지 짐작이 갈 것이다. 이런 사실들을 머릿속에 꾹꾹 눌러 담아 놓길 바라고, 다음 기사에서는 이 주제에 이어서, 우리나라 역사 왜곡과 조작이 범아시아적으로 가장 화두에 오르는 시기, 바로 19세기 말의 조선과 일제강점기에 대해서 다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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