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나는 월요일이면 복권을 산다. 쯔-쯔- 혀를 차거나 심지어 비난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로또 복권뿐만 아니라 덧붙여서 이제는 연금복권까지 산다. 복권 사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단돈 이만원으로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기대와 희망으로 기쁨에 찬 생활을 하는 이 복권사기야말로 빼놓을 수 없는 나의 즐거움이다. 편의점을 출입하다 보니 나 같이 복권에 운명을 거는 사람들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 마감일 토요일에는 줄까지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다. 생활이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오락게임과 도박과 복권판매가 증가한다고 하니 요즘 경제가 꽤 어려운 모양이다. 하기야 코로나19로 나라 경제도 거덜 날 판이니 말해 무엇하겠는가. 나의 경제적 난국의 과정과 생활고를 살펴보면 이렇다. 사정이야 어떻든 직장을 떠나고 백수가 되고 나이가 든다. 조금 비축해 놓았던 여유자금을 곶감꼬치에서 빼 먹듯 야금야금 빼먹다 보니 급기야 거덜난다. 수입은 줄거나 없고, 물가는 하늘로 오르고, 세금은 나몰라라 마구 나오고 주범 자동차 할부금, 자동차세, 내려올 줄 모르는 주유비, 심지어 정신만 조금 놓으면 정기적금처럼 나오는 범칙금까지, 너나 할 것 없이 온 가족이 쓰는 고공의 휴대폰 통신비, 또 각종 보험금, 특히 서민에게 더 높다고 여겨지는 의료보험료.., 궁여지책으로 교육비 줄이고, 외식 줄이고, 여행 줄이고, 사람 만나는 것 줄이고, 관혼상제 축의금 줄이고, 품위유지비 줄이고 이제 남은 것은 집에서 가만히 앉아 숨 쉬는 거 외에는 하는 일이 없게 되었다. 더욱이 코로나19로 세상은 험악하고 위험하여 집안에서 장좌불와 도 닦는 일이 주업이 되었다. 여유자금이 끝나면 생활비를 줄이고 그다음엔 그래도 먹고 살아야 하니 적금 깨고, 마이너스 통장을 쓰고, 그것도 미터기 올라가듯 꽉 차고 입원이나 어떤 큰일이 생길 때 방법이 있나 주변에 손까지 내밀어 빚을 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어찌 내가 복권을 사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다른 사람의 경우도 오십보 백보일 것이다. “제발, 로또야 맞아라! 하느님 아버지, 할아버지에 할아버지님, 제발 로또를 한번만 맞게 해주셔요!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이것 밖에 없습니다” 내가 월요일날 로또를 사는 것은 일주일간의 기대와 희망과 기쁨을 길게 최대치로 가지려는 알량한 산 경험에서 나온 지혜다. 로또 만원, 연금복권 만원, 절대 이만원을 넘지 않는다는 각오까지 세워 놓았다. 이 험한 세상에서 인생을 바꾸려면 이 정도 투자는 해야 한다. 어떤 사람은 복권당첨을 부인에게 알리지 않고 독식하여 배반에 찬 아내가 이혼소송을 걸고 가정파탄이 났다는데, 많은 복권 당첨자들이 대부분 불행의 인생을 마쳤다는데, 다 조작이라 일반 사람은 평생 맞을 리 없다는데. 하지만 나는 꿈을 꾼다. 오늘 산 이 로또가 맞는다면 나는 무엇을 할까? 당첨금이 40억쯤이라면 아내한테 얼마를 줄까? 아픈 사람이나 어려운 사람에게 얼마나 줄까? 말까? 1억을 기부해 아너 소사이어티 클럽에 가입해야지. 빌딩을 사서 일 안 하고 평생 임대료 받고 살아야지. 그럴 필요 있나. 놀면서 그 돈 다 쓰고 죽기도 바쁜데 앞으로 바빠지겠네. 멋진 SUV차 사서 세계일주 다녀야지. 그것도 귀찮아. 비행기 타고 하늘을 날면서 1억을 뿌려봐야지. 돈 쓰는 것도 참 어렵다. 많이 생각하고 공부해야 돼. 무한 상상인지 망상인지를 하며 즐거움과 행복에 젖어 나는 둥둥 꿈에 빠져 일주일간을 산다. 이만원을 주고 이만한 즐거움을 어디에서 찾을까. “여봇! 이 음식물 쓰레기 봉투 버리고 오라고 몇 번을 말하는데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예욧!” 나는 반쯤 눈감고 침을 질질 흘리며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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