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비가 자주 내리는 것 같다. 한 달이 넘는 장마, 연이어 올라오는 태풍 때문일 것이다. 8호 장미, 9호 마이삭, 10호 하이선에 이르기까지 피해 복구를 끝마치기도 전에 올라오는 태풍은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함을 넘어 두렵게 한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태풍이 언제든 또 올라 올 수 있고, 그 위력이 점점 커진다는 것이다. 태풍은 강한 바람과 비로 인해 우리에게 크고 작은 피해를 준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9호 태풍 마이삭이 지나가면서 부산에서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태풍의 강도는 더 강해질 것으로 예측한다. 그 원인을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온과 해수면 상승으로 본다. 지금도 지구의 평균 온도는 계속 올라가고 있다. 그 결과 북극의 얼음은 녹고 해수면은 상승하고 있다. 학창 시절에 배운 세계 각지의 높은 산에 존재하던 만년설은 이제 역사 속의 이야기가 되어 가고 있다. 이런 태풍이 우리에게 피해와 두려움만 주는 필요 없는 존재일까? 태풍은 직접적으로는 크고 작은 피해를 주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태풍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많은 일을 하고 있다. 그중 몇 가지를 생각해 보려고 한다. 첫째, 지구의 열 균형을 잡아 준다. 지구는 구조적으로 온도 차에 의한 순환 구조를 가지고 있다. 적도의 고온, 남극과 북극의 저온으로 인해 해수와 공기는 순환한다. 이것을 우리는 조류와 기류라고 한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로 인해 순환의 균형이 깨지고 말았다. 이런 균형을 맞추기 위한 지구의 몸부림이 태풍이다. 마치 사람이 갑자기 올라간 체온을 내리기 위해 냉수를 마시고, 선풍기나 에어컨을 틀어 시원하게 하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이것을 태양 에너지 분배 또는 지구 열의 불균형 해소라고 말한다. 둘째, 바다에 산소 공급이다. 바다에 산소가 공급되는 원리는 해수면과 공기의 접촉이다. 바다 깊이 들어가면 갈수록 수압은 높고 산소의 농도는 낮다. 태풍은 열과 기압의 차이로 발생하는데, 이런 차이는 공기뿐 아니라 바다 깊은 곳까지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매년 여름마다 발생하는 적조를 막기 위해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하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적조도 태풍이 지나가면 깨끗하게 사라진다. 태풍은 엄청난 양의 바닷물을 휘저어 순환시키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셋째, 대기의 정화다. 태풍은 기압 차로 인해 회전하는 바람을 형성한다. 태풍의 크기를 분류할 때 강풍의 반경을 본다. 300km 미만은 소형, 300~500km는 중형, 500~800km는 대형, 800km 이상은 초대형으로 분류한다. 또 중심 기압으로 태풍의 강도를 표시한다. 태풍의 강도와 반경이 커지면 커질수록 그 위력은 비례한다. 이처럼 태풍은 순간적으로 강한 바람을 통해 대기 중의 오염 물질들을 희석시킨다. 그래서 태풍이 지나간 후의 하늘은 깨끗하다. 모든 것에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존재한다. 태풍도 동일하다. 태풍은 언제나 우리게 두려움을 준다. 그러나 우리의 두려움의 크기는 태풍 스스로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만들고 있다. 우리의 편안함을 위해 발전시킨 산업화는 오랜 지구의 균형을 허물기 시작했다. 이 균형이 무너지면 무너질수록 태풍의 강도는 더 커지고 우리는 더 많은 두려움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오늘 우리가 직면한 태풍의 두려움은 우리가 누리는 편안함과 비례하는 것은 아닌지 우리 삶의 구조와 방법을 돌아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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