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지나고 나니 여름 무더위는 가고 이제 조석으로 찬바람에 쌀쌀한 추위까지 느끼게 됩니다. 밤나무에서 밤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는걸 보니 어느덧 가을이 되었음을 느낍니다. 무와 배추를 심는 농가도 조금씩 보이고 일찍 심은 벼는 벌써 수확을 하고 있다고 하네요. 하지만 개인의 힘과 노력만으로는 어쩔 수 없는 여러 재난이 생겨 농심은 시름이 많다고 하니 같은 농민의 한사람으로서 마음이 무겁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고통이 계속되는 가운데 그토록 긴긴 장마와 이번엔 또 태풍으로 인해 피해가 속출하고 있어 모든 국민이 걱정과 시름이 많은 나날이 계속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뉴스를 보면 그저 긴 한숨만 나오는 소식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 감염병 예방법 이라는 새로운 법이 만들어지고 사람과의 접촉이 무서움이 되는, 마치 영화 속에서나 있을법한 일들이 일어나는 현실 속에서도 이것은 분명 무서운 일인데도 무서움을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탓인지 현실감이 무뎌지는 느낌이니 이러한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그나마 함양군은 시골이어서 사람 밀집이 작고 약속해서 만나지 않으면 사람을 만나는 일이 드물다보니 아직은 조금 안심이 되는데 언제까지 안심할 수 있을지 불안함은 항상 존재하고 있답니다. 우연히 어쩌다 만나는 사람일지라도 감염 위험성이 너무나 크다 보니 사람을 만나는 일 자체가 경계와 의심과 두려움이 항상 따라다닌다는 것이 사람에게 대하는 태도로서도 마음 편한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특히 불편하고 마음이 개운치 않은 것은 아이의 친구가 집에 찾아오면 어떻게 대해야 할지 난감할 때가 많답니다. 아이와 아이 친구의 입장과 감염 위험성의 문제 중에 어느 쪽을 딱히 선택하기가 여간 곤란하지가 않네요. 열심히 사는 것 중에서 일을 열심히 하는 것과 사람을 대하는 것 중에 역시 어려운 것은 사람을 대하는 일인가 봅니다. 이럴 땐 남편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되네요. 남편은 일에 소홀한 사람은 절대 아닌데도 사람에게 할애하는 시간이 너무 많다는 느낌이 들곤 하였거든요. 남편은 밥을 먹고 살만한 형편이 되고, 병들지 않은 몸을 가지고 있다면 필요로 하는 곳에 도움이 되려고 노력하여야 한다고 하거든요. 그런 부분이 썩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있지만 마음에 쏙 드는 부분도 있답니다. 가령 저의 고향 네팔 산골 마을에 수도 시설을 해 주고 싶다는 말이라든지 학교를 지어 주고 싶다는 말 등은 저도 일생에 꼭 한번 해 보고 싶은 소망이거든요.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가난이 너무 싫어 무작정 잘 살고 싶고 돈을 많이 벌고 싶었는데 한국은 조금만 열심히 하면 밥은 굶지 않는 나라임을 알게 되었고, 이젠 조금의 여유가 느껴지고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고향에도 뭔가 봉사를 해 보고 싶은 마음이랍니다. 고향 부모님도 뵙고 싶고 하루빨리 코로나가 종식되어야 고향에 갈 텐데 언제쯤 끝이 날지 걱정이네요. 그토록 강하게 불던 바람이 잦아들고 햇볕이 조금씩 비추네요. 눅눅하고 습한 실내를 환기하기 위해 창문을 열고 선풍기를 돌려 봅니다. 머리가 복잡하고 우울감이 들 땐 실내를 환기하고, 머리도 잠시 식혀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주간함양 독자님~~~!!! 또다시 10호 태풍이 온다고 하니 대비 철저히 하셔서 피해 없으시길 바라며,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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