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이 코로나 시국에 말이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부터 젊은 부부 등 20여명이 경매사의 말에 귀를 쫑긋 세우며 손을 번쩍번쩍 든다. 여기는 내가 갖고 싶고, 필요한 것을 내 마음대로 사고 팔수 있는 곳. 지난 6월부터 문을 연 동서만물경매장이다. 함양군청 뒤편 마트 앞 사거리 한쪽에 위치하고 있다. 매주 월, 수, 금 오후 1시부터 만물경매가 열린다. 마치는 시간은 정해진 게 없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중 한쪽만 없으면 끝이 난다. 9월4일 지속적인 장마, 태풍 등으로 미뤄졌던 경매가 다시 열렸다. 경매 시작 30분 전부터 하나 둘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이날은 부산, 천안, 세종, 대구 등에서 물건을 팔려는 사람이 왔다. 경매장에 물건을 팔려고 오는 사람들 역시 수집가 들이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수집한 물건을 생활경매장을 통해 판매하고 의뢰인들의 부탁을 받은 물건도 구입한다. 생활경매장의 매력은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을 팔수도 있고, 가보는 아니지만 애지중지 아끼던 물건의 가치를 평가받을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이 내 놓은 진귀한 것을 경매를 통해 구입할 수도 있다. 오후 1시30분 첫 경매는 부산에서 은박사(이영준 61세) 점포를 운영하는 주화전문가의 진행으로 시작됐다. 천안에서 생활골동품 100여점을 가지고 온 갤러리의 물건은 청자화병, 백자, 주자 등으로 가격은 1만원에서 2만원 가량. 청동조각품, 수 십년 된 가구, 놋그릇, 병풍, 춘화도, 대형 도자기 등이 선보이긴 했지만 인기를 끌진 못했다. 그러다 장내가 시끌하다. 붉은색 LP판 오디오가 등장했다. 콜롬비아산 LP판은 110볼트 콘센트를 사용하며 소리까지 쨍쨍하게 나온다. 5만원에 출발한 가격은 어느새 10만원을 넘겨 11만원에 낙찰됐다. 경매장을 운영하는 김종환 대표는 “경매사들이 갤러리(물건을 파는 사람)들의 물건 값을 어느 정도 알고 있기에 가격을 조정하는 것은 물론 과열 경쟁을 막는 역할까지 한다. 여기서 판매되는 물건은 소비자가 직접 눈으로 보고 가격을 흥정하기 때문에 속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또 “요즘 코로나 등으로 나갈 곳이 별로 없는 어르신이나 관심있는 분들의 놀이터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경비는 판매자가 부담하며 판매 금액의 10%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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