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난히 긴 장마에 전국적으로 많은 피해가 생겼다. 오래전부터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가 매우 심각하여 큰 재앙이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한 반면, 일반 시민들에게는 좀 더워질 뿐 먼 이야기로 생각되어왔던 게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올해의 장마로 인한 피해는 기후 위기를 많은 이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이런 상황에서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의 대표를 비롯하여 몇몇 의원들은 4대강 사업 덕택으로 그나마 더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느니, 섬진강에서의 제방 붕괴는 4대강 사업에서 섬진강이 제외되었기 때문에 발생했다느니 하면서 난데없이 4대강 사업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는 매우 황당한 주장이다. 실제로 4대강 사업은 ‘4대강 살리기’라는 허울 좋은 핑계를 내세워 ‘대운하 사업’을 추진한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당시 MB 정부는 대운하 사업이 반대에 부딪치자 언론과 전문가들을 동원하여 죽어가는 4대강을 살리는 사업을 통해 곳곳에 보를 설치하여 가뭄과 홍수를 예방할 수 있다고 홍보하면서 22조원이란 혈세를 들여 강을 파내고 많은 보를 설치했다. 사업이 종료된 이후 강의 수질은 형편없이 떨어져 ‘녹조라떼’라는 말이 생겼고 많은 환경운동가들과 학자들은 보를 완전 개방하거나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 시작했다. 실제로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이며 홍보하는 내용 중 곳곳에서 거짓말이 드러났는데 가장 중요한 거짓말 중 하나가 바로 홍수 예방에 대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도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홍수는 4대강의 본류 지역이 아닌 지류에서 발생해 왔다. 따라서 홍수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강의 본류가 아닌 지류의 여러 지역을 제대로 보완하고 관리해야 하는 것이 상식임에도 이러한 의견은 묵살되었던 것이다. 이번에 섬진강 유역인 남원에서 발생한 제방붕괴는 4대강에 섬진강을 포함시키지 않아서가 아니라 제방의 일부가 모래만으로 만들어져 불어나는 강물에 의한 압력을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낙동강 제방 붕괴는 오히려 보의 존재가 불어난 물의 흐름을 방해하여 보 상류의 제방에 압력을 증가시켰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 어느 면으로 보나 합리적이다. 실제로 보는 물의 흐름을 방해하는 존재일 뿐 홍수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전혀 없다. 그럼에도 제1야당은 이번 기회를 통해 자신들이 집권했을 때 밀어붙였던 사업이 사기극이었음을 감추고 정당성을 확보하여 4대강의 ‘재자연화’를 막아보려는 속셈처럼 보인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은 홍수와 가뭄 예방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을 뿐 아니라 극심한 수질 오염을 낳은 망국적 사업으로 판명되었으며 이 일에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자들이 바로 미래통합당이다. 4대강 사업과 관련한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 당시 사업의 필요성을 홍보하는데 앞장섰던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입을 닫고 있다. 이들에게 책임을 묻지 못하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 4대강 사업이 종료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났고 그동안 사업의 수많은 문제점이 드러난 상황에서 현 문재인 정부는 4대강의 재자연화를 공약으로 내세웠었다. 즉 기존의 많은 보를 철거하거나 상시 개방을 통해 모든 강을 원래대로 되돌려놓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 정권 후반기에 이르고 있는 지금까지 그 공약이 지켜지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특히 반정부 정서가 강한 낙동강 지역의 상황은 재자연화와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미래통합당이 홍수와 4대강 사업에 대한 황당한 주장을 제기하는 상황에서 아직도 보와 홍수의 관련성을 분석해보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답답할 노릇이다. 과학이 분명히 말하고 있다. 대운하 사업을 하지 않겠다면 4대강의 보는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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