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션에 오신 손님이 체크아웃 하며 곶감을 사가지고 가시겠단다. 일행 8명이 객실 4개에 이틀 묵어가시며 귀감도 사가지고 가신다니 내 입이 열개라도 다 벌어지겠다. 근데 갑자기 사가는 건 아니고 사전 작업이 있었다. 첫날 손님이 곶감 덕장을 보고선 곶감도 만드냐고 살 수 있느냐고 물어보셔서 대봉곶감 8과팩을 시식용으로 드리고 일단 맛부터 보시라고 했다. 다음 날 손님 중 가장 연장자이신 할머니께서 곶감이 엄청 맛있다고 칭찬을 해주셔서 기분이 좋아 고종시 10과들이 팩을 또 드렸다. 이게 얼마짜린데 자꾸 주느냐고 부담스러워 하셔서 드시고 가는 거는 다 공짜라고 나는 너스레를 떨었고 손님은 유쾌하게 웃었다. 손님 8명은 미루어 짐작컨대 할머니와 아들 내외 딸 내외 손주 셋인 것 같았고 고양이보다 작은 푸들 한 마리가 따라 왔다. 손님 일행이 퇴실하기 전 냉동 창고 앞에서 내가 추천하는 곶감 상품을 고르고 있는데 수리가 불쑥 끼어들었다. 비록 내가 수리를 귀감홍보 대사로 일찍이 위촉하였고 자기도 나름 열심히 활동하고 있지만 이 자리에는 홍보대사의 등장이 별로 필요한 것 같지 않아 보였다. (사전에 맛보기도 돌리고 상품 설명도 내가 다 했는데 도대체 뭐 하겠다는 거지?) 나는 손님이 성가셔 할까봐 수리를 발로 슬쩍 밀어내었다. 그런데 어렵쇼~ 이 녀석이 오히려 내 발목에 착 달라붙는다. 그리고 한 술 더 떠서 할머니에게 다가가더니 다리에 목덜미를 비빈다. 다행히 처음 보는 고양이에게 할머니가 호의를 베풀어 머리를 쓰담 쓰담하고 목을 간질여주니 기분이 잔뜩 좋아진 수리는 고개를 치켜들고 가르릉 거린다. 수리가 기분 좋게 가르릉 거리는 소리는 무반주 첼로묘음곡 이다. 화성이 풍부한 이 연주는 귀감을 보고 있는 사람이 한 개 살 거 두 개 담게 만드는 마법이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나도 사전에 작업을 하긴 했지만 수리수리 마수리 홍보대사 수리의 마법 때문인지 손님들이 각자의 집(3군데)으로 가져갈 곶감 상자가 의외로 많아졌다. 선물로 돌릴 거라는 할머니 댁에 갈 곶감이 특히 많아서 얼음팩이 거의 반 박스나 비었다. 그리고 이건 곶감을 많이 사 가셔서 하는 립서비스가 절대 아닌데 할머니께서는 그냥 평범하게 차려 입으셨는데도 기품이 있어 보였다. 굳이 떠올리면 드라마에서 보던 대왕대비마마가 평상복을 입으신 거 같았다. 처음 보는 고양이가 느닷없이 다가와 목덜미를 비벼대는데도 여름철이라 냥이 털이 묻을 수도 있는데도 목덜미를 들이미는 귀감 홍보대사와 격의 없는 순수한 우정을 나누었다. 수리 목을 살살 간질여 주다가 심지어는 가슴에 안으려고 하셔서 내가 털이 묻는다며 만류했다. 말리지 않았으면 이탈리아식으로 볼을 비비며 만나서 반가워~ 이쁘구나~이름이 뭐니? 하며 친교의 시간을 이어갔을 것이다. 손님이 가고 나서 수리는 고등어 캔과 템테이션을 보상받았다. 개와 고양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우리 집 사랑이와 오디는 손님이 오면 버릇없이 짖어대는데 수리는 처음 보는 손님에게도 진정한 우정으로 다가가니 이는 결코 편견이 아니다. 사랑아 오디야~ 너네들은 제발 손님에게 예의 좀 지키렴~ 그리고 수리야~ 귀감을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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