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점심은 중화요리 어때?” 하고 결정하면 또 한 번 고민에 빠진다. 짜장이냐, 짬뽕이냐. 메뉴를 결정하지 못한 채 수동면 연화루에 문을 열고 들어선다. 짜장, 짬뽕이 머릿속에서 가위바위보를 하는 동안 옆 테이블에 나온 음식을 보면 볶음밥, 아니 탕수육까지 머릿속 메뉴에 추가된다. 연화루에서는 메뉴 선택에 고민이 깊어진다. 연화루는 20여년 간 손발을 맞춰 온 김희선(63)·정현화(56) 부부가 운영한다. 부부는 함양군 수동면이 고향으로 오빠 친구 “오빠야~”가 남편이 되었고 막내 동생 같던 7살 어린 그녀가 아내가 되었다. 김희선씨는 서울에서 중화요리를 배웠다. 그는 서울에서 10년, 해외에서 2년, 대구에서 10여년을 일한 후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는 “40대가 되면 고향으로 오겠다고 다짐했는데 꼭 42살 수동에서 연화루를 오픈했죠” 그때부터 남편 희선씨는 주방을, 아내 현화씨는 홀을 맡아 서로 합을 맞추며 연화루를 키워온 지 22년째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예전같지 않지만 점심시간 1시간~1시간30분 동안 60~70명의 손님이 몰리면 정신이 없다. 현화씨는 “전화 받고 서빙하고 테이블 치우고 주방보조까지 하려면 힘들기도 하죠. 하지만 수동에서 아르바이트생을 구하기도 힘들어요. 남편과 둘이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려고 해요” 자신을 “생긴 것처럼 성질이 드럽다”는 김희선씨는 “음식 만드는데도 내 스타일이 있죠. 재료 크기도 내가 원하는 사이즈에 맞아야 하고 음식도 내 입에 맞아야 해요. 싱싱하고 신선한 재료가 음식에서 가장 중요해요. 내가 먹고 내 자식, 내 형제가 먹는다고 생각하면 음식재료 선택부터 까다로울 수 밖에 없어요” 야채도 꼭 눈으로 보고 사야하고 고추, 마늘은 무조건 국내산이어야 하며 직접 농사지어 담근 김장김치로 1년 장사를 한다. 그의 고집으로 아무리 바빠도 미리 만들어놓는 음식은 없다. 탕수육도, 짬뽕국물도 무조건 주문이 들어와야 만든다. 그래서 손님이 많은 점심시간에는 식사류만 가능, 요리류는 예약이 필수다.요리할 때 매일매일 갈아입는 가운도 10여벌이 넘을 만큼 식당 위생에 철저한 김희선씨. 쉼 없이 바닥청소를 하고 주방에는 물기하나 없다. 식당 환풍기까지 매일 청소하는 ‘깔끔하고 까다로운’ 희선씨다. 식당 일로 턱없이 부족한 시간을 쪼개서도 부부가 함께 하는 것은 봉사활동이다. 수동면의용소방대장을 6년째 맡아하고 있는 김희선씨와 의성의용소방대, 여성청년회 등에서 활동하는 정현화씨. 희선씨는 “나는 늘 부족하다는 생각으로 살아가며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간다” 40여년을 한 우물만 파며 요리사로 일해 온 희선씨가 “아직도 부족하다”니. 그의 겸손함이 음식에 대한 열정으로 승화되고 감사한 마음은 이웃에 대한 관심과 봉사로 나타난다. 부부가 한 공간에서 일하다 보니 “맨날 싸웠죠. 주방에서 싸우고 홀에 나오면 웃고, 바빠서 싸워요” 하지만 이 부부는 수동면 아니 함양읍에서도 잉꼬부부로 통한다. 지난해 처음으로 수동면 주민자치센터에서 함께 스포츠댄스를 배우고 무대에도 섰다. 내친 김에 함양군보건소에서 운영하는 스포츠댄스 수업을 신청해 “부부 맞냐”는 의심을 받으며 신나게 했건만 코로나로 수업이 취소돼 아쉬워하고 있다. 현화씨는 “부부가 함께 같은 취미생활을 하는 건 참 좋은 것 같아요. 따로 시간 맞출 필요가 없잖아요. 일도 같이하고 취미생활도 같이하고. 쉬는 날엔 산으로 계곡으로 함께 다녀요” 두 사람의 진짜 취미는 다름 아닌 볼링이다. 부부가 함께 볼링을 친 게 대구에서 살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30년째란다. 김희선 정현화 부부는 일도 함께, 취미도 함께, 거기다 둘은 데이트도 해야 한다. 지난달, 3년 할부로 구입한 애마를 타고 식자재 구입을 핑계로 드라이브에 나선다. 부부의 데이트 코스 목적지는 식자재 마트. 24시간 365일 깨가 쏟아지는 부부가 만드는 연화루 음식은 그래서 더 맛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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