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양자컴퓨터를 구현하려는 노력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우리에게 친숙한 IBM, 구글, D-WAVE 시스템즈 등이 현재 주도적으로 앞서가고 있다. 작년에 구글사에서 54개의 큐비트로 구성된 칩(chip) ‘시커모어(Sycamore)’를 가지고 특정 연산 작업을 성공시킨 후 발표한 것이다. 그 결과는 매우 놀라운 것이었다. 이 칩으로 ‘난수(random number)’의 정도를 평가하는 작업을 수행했다고 하는데, 기존에 지구에서 가장 빠른 수퍼컴퓨터로 약 1만년의 시간이 필요한 작업을 시커모어는 단 3분20초만에 해치웠다는 것이다. 이에 경쟁사인 IBM은 구글이 기존의 고전적인 수퍼컴퓨터의 성능을 너무 과소평가한 것으로 실제로 1만년이 아닌 이틀 정도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 결과가 발표된 후 여러 곳에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과학계에서는 1903년 라이트 형제가 노스캐롤라이나 주 키티 호크(Kitty Hawk)에서 성공한 최초의 비행에 비유하기도 했다. 첫 비행은 고작 12초 동안 36m에 그쳤지만, 11년 후 1차 세계대전 무렵 최대 시속 200km로 1,000km까지 비행할 수 있게 되었고 1919년엔 정기 여객기가 운항되었다. 아직은 미래의 이야기지만 시커모어를 훨씬 능가하는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는 것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다. 특히 민감한 곳은 ‘비트코인’ 시장이었다고 한다. 양자정보체계는 어떤 보안체계도 뚫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양자정보체계는 결코 뚫을 수 없는 보안체계 또한 구축할 수 있다. 최고 권위의 ‘네이쳐’에서 대서특필한 내용이니 어느 정도 검증의 절차는 이루어졌을 것으로 보이지만 구글의 발표에 대해 여전히 논란은 있다. 그러나 이론으로만 존재했던 양자컴퓨터의 구현 및 상용화는 시간문제일 것은 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필자는 양자컴퓨터의 세상에 대해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는 양자물리학의 본질적인 의문들에 대한 답을 얻을 수도 있고, 월등한 연산능력으로 지금은 풀기 힘든 기후 변화에 대한 예측 등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기여할 것이란 기대도 있지만, 생명의 영역과 관련해서는 매우 우려스럽다.아직 생명현상에 관해서는 미지의 영역이 매우 많은 것이 사실이다. 사실 얼마 전까지 생명현상은 양자역학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되었다. 왜냐하면 양자역학적 특성은 100억분의 1 미터의 원자 수준의 크기와 섭씨 -270도 정도의 극저온의 세계에서 중요해지는 반면 생명의 세계는 이와 같은 크기나 온도와는 한참 떨어진 세계의 일이기 때문이다. 즉 비교적 상식적인 뉴턴 물리학의 영역 안에서 일어나고 이해될 수 있을 것이라 본 것이다. 그러나 『생명이란 무엇인가』를 저술한 슈뢰딩거는 1944년에 이미 생명의 이해에 있어서 양자역학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예를 들어 돌연변이는 DNA 정보 복제 과정에서 일어나는 단순한 실수를 넘어 양자역학적 ‘도약’이 원인이 된다고 본 것이다. 물론 당시에는 검증이 불가능한 가설이었지만 최근 생물학에서 돌연변이 가설을 포함해 많은 현상들이 양자역학을 필요로 하고 있음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식물의 광합성, 새들의 자기장을 이용한 길 찾기 등이 그 사례들이다.특히 양자정보이론과 결합함으로써 인간의 의식과 마음, 감정이 뇌와 신체에서 어떻게 형성되는 지에 대해 조금씩 접근하고 있는데 결국 신경 시스템은 ‘양자컴퓨터’일 것이라는 증거가 나오고 있다. 따라서 시간이 지나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된다면 인간이 생명을 만들어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바둑이나 스타크래프트 게임에서 인간을 앞서는 정도와는 차원이 다른 존재가 등장할 것이 예상된다. 현 단계에서 갈 길이 멀어 보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음을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가 상용화되는 과정이 잘 보여주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마치 세계가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질주하고 있는 지금 인류는 양자컴퓨터가 초래할 미래를 어떻게 예측하고 또 준비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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