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하고 있다는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를 만들고 입점했다. 스마트하지 못한 농부가 스마트한 스토어를 만들기 위해 도움 받아가며 어렵게 만들었기 때문에 내심 뿌듯했다. 들뜬 마음에 내 스토어가 어떻게 보일까 궁금해서 ‘곶감’이라는 단어로 검색을 해보니 헐~ 내 스토어는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나처럼(나보다 먼저) 곶감으로 등록한 사람이 무려 7만 명이 넘는다. 만일 등록 순서대로 보인다면 적어도 3만5000번은 페이지를 넘겨야 내가 등록한 곶감이 보일 것이다. 나도 물건 살 때 검색을 하지만 첫 페이지를 넘겨 두 번째 페이지를 본 기억이 별로 없다. 나는 괜한 헛수고를 한 것일까? 첫 페이지에 나오는 스토어들은 도대체 어떻게 해서 상위 링크되는 건지 궁금해 열어 보았더니 과연 멋지고 화려하게 잘 꾸며 놓았다. 소비자에게 신뢰를 주는 미소 가득한 얼굴 (누가 생산 하나요?), 공해없는 청정 지역에서 (어디서 생산하나요?) 전통방식으로 60일 이상 말렸지만 한결같이 핑크빛으로 먹음직한 곶감 사진 (무엇이 다르나요?), 포장재도 다양하고 참말로 고급지다. 어설픈 내 스토어는 리모델링이 필요하다. 우선 생산자 사진부터 바꿔야 한다. 사진첩에서 미소가 넘치는 밝은 얼굴의 사진을 찾는데 하나도 안 보인다. 이건 정말 유감스런 일이다. 내가 인생을 그렇게 심각하게 살아온 것 같지는 않는데 표정들이 왜 이리 어색하고 심각하고 무뚝뚝하지? 이렇게 지나치게 철학적인 얼굴은 소비자에게 부정적인 영감을 주어 구매결정을 재고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사진을 새로 찍기로 했다. 근데 입을 벌리고 활짝 웃으며 연신 셀카질을 해보지만 어쩐지 2%가 부족해 보인다.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입은 웃고 있는데 눈이 웃고 있지 않다.(포기하고 미소가 아름다운 수리를 홍보대사로 위촉하였다. 수리야~ 귀감을 부탁해~) 상품 사진도 조명 시설이 된 스튜디오 같은 환경에서 제대로 찍어야 하고, 상품 상세 페이지도 소비자의 관심을 한 번에 휘어잡을 수 있는 멘트로 바꿔야 한다. 뭐라고 하지? 지리산 청정지역에서 전통방식으로 유황 훈증을 하지 않고 미세먼지까지 완벽하게 차단된 시설로 위생적으로 말린 엄청 맛있는 곶감이라고 하면 너무 식상할 것이다. 다들 이렇게 말하니까 말이다. 스토어를 정성들여 잘 꾸미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 모든 것보다 중요한 것은 품질이 우수하고 위생적으로 안전한 상품을 만드는 것이다. 품질이 좋지 않으면 아무리 홍보를 잘 해도 소용없다. 먹거리는 한번 구매한 사람이 두 번 세 번 계속해서 주문하지 않으면 망한다. 내가 매년 곶감 생산량을 조금씩 늘리고 있는 것은 고객의 재 주문이 이어지고 나름 품질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다른 건 몰라도 곶감은 잘 만든다. 내가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스마트해서가 아니고 곶감을 말릴 수 있는 설비가 잘 되어있기 때문이다.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곶감은 깎아서 걸어만 놓으면 저절로 잘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제는 기후변화로 겨울이 따뜻하고 비도 잦기 때문에 옛날처럼 하면 무조건 망한다. 위생적이고 품질 좋은 곶감을 만들려면 설비에 투자를 해야만 한다. 그리고 나서 스마트 스토어도 잘 만들어야 하는데 이거 쉽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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