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림에 千年矯(천년교)가 지어졌을 때 많은 방문객들이 이 다리를 건너 공원으로 입장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다리에서 바라보는 북녘의 모습은 일대 장관이다. 위천을 따라 시선을 옮기면 솔숲과 다리들, 아스라이 펼쳐진 먼 산들이 눈에 담기고 운무라도 피어오를 때면 별천지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는데 이제 상림을 찾는 이들은 여유있게 주차를 하고 천년교를 건너 상림공원을 감상할 수 있게 되는 모양이다. 그야말로 상전벽해가 이루어지고 있다. 작은 산이 읍으로 들어가는 길을 가로 막고 있는 듯해서 답답함을 느끼곤 했는데 중장비가 투입되더니 산이 없어지고 커다란 광장이 만들어 지고 있다. 사업시행을 하는 과정에 아마도 많은 이들의 수고가 있었을 것이지만 디테일에 아쉬움이 남는다. 길고 높은 하얀색 공사 가림막을 보면서 앞에 어린이 공원도 있고 엑스포를 위한 시설인데 차량통행도 제법 있는 편이니 저 가림막에 관련 홍보물을 배치하면 좋을 텐데 싶었다. 공사가 진행되면서 광장에 들어설 시설이 궁금해지고 이런 것이 들어서면 좋겠네 하는 지역민으로서의 기대와 욕심도 생겨났다. 호텔이나 유스호스텔이 들어온다고도 하고 “시설에 대한 분양도 이미 끝났다”라는 정보통도 있어 주의 깊게 주변을 둘러보니 어떤 시설이 들어서는지, 공사기간은 언제까지고 시공업체는 어딘지 알 수 있는 현황판 하나가 보이지 않는다. 물론 위원회를 열고 심의도 하고 의회도 통과한 사업이겠지만 우리 함양에 또 하나의 자랑거리가 될 것은 분명한데 서프라이즈가 목적이 아니라면 행정의 세심한 배려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분은 “그런 공사를 하나요? 제안이나 궁금한 것이 있으면 군에 전화를 해보세요”하고 친절히 알려주는데 그럴 일인가 싶어 입을 닫았다.그러고 보니 돌북교 건설현장도 마찬가지다. 시내 한 가운데에 여기저기 길을 막고 장기간 하는 공사이니 만큼 당연히 공사개요와 시공업체, 공사기간 등 주민들의 편익과 직결되는 정보사항들은 현장에 안내판을 설치해 알려야 할 터인데 작정하고 현장을 둘러보아도 시공업체 전화번호 하나도 확인할 수가 없다. 당연히 주민설명회도 했을테고 잘 알아서 검토하고 주민을 배려하며 공사를 하겠지만 군의 치적을 현장감 있게 홍보할 좋은 기회 아닌가? 더욱이 도시의 외관이 바뀌는 큰 공사이니 “다 지으면 이런 모습입니다”하고 멋진 조감도 하나 걸어 놓지 못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아내의 친구인 출향민 소설가가 한분 계신데 고향을 떠난 한 여성이 어찌어찌 세파를 헤치며 살다가 마침내 귀향하는 자전적 소설을 쓰는 중에 엔딩에 문제가 생겼단다. 주인공은 힘든 타향살이에도 상림숲 연밭을 그리워하며 힘을 얻어 살았고 마침내 그 연밭을 보며 살고자 귀향하려는데 정작 그 연밭이 없어져 버렸단다. 그러고 보니 상림의 연밭이 메밀밭?으로 바뀌어 있었다. 심의도 하고 회의도 하고 생태계보전을 위한 공청회도 거쳤겠지만 함양 상림의 연밭을 기억하여 다시 찾았다가 아쉬워하는 방문객들이 적지 않고 위의 소설가처럼 연밭에 대한 기억을 공유하는 많은 이들은 무슨 연유로 메밀밭으로 바뀌었는지 궁금해 하는 것도 딱하다.우리 군이 군정을 PR(public relations)하는데 힘쓰는 목적은 계획이나 활동, 업적 등을 널리 알려 방문객이나 지역주민의 인식이나 이해 또는 신뢰감을 높이는 것, 그래서 “公衆(공중)”의 이해와 협력을 얻기 위함일 것이고 이는 사실에 관한 정보의 정확한 전달과 불만이나 요구 등을 수집하는 것에서 부터 시작된다. 어차피 민주주의는 비용이 많이 드는 제도고 아마도 弘報(홍보)는 군정의 핵심 업무일 것이다. 산을 광장으로 만들거나 낡은 다리를 새로 놓는 현장에, 유서깊은 공원의 오래된 연밭을 더 좋은 메밀밭으로 조성하는 곳에 現場感(현장감)있는 설명과 그림으로 公衆(공중)과 소통하는 일은 디테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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