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를 쓴 농부 스물 몇 명이 함양농업기술센터 교육장에서 밤늦게 공부를 하고 있다. 농부학생들이 전문 선생님을 모시고 배우고 있는 것은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에 상품 등록하는 법인데 코로나와 상관없이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기에 그야말로 주경야독을 한다. 그런데 주경은 다들 잘하는데 야독은 문제가 많다. 힘쓰는 건 잘 하는데 머리 쓰는 게 잘 안 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뒤처지지 않으려고 바쁜 아들, 딸까지 데리고 와서 도움을 받기도 한다. 메일 보내는 것도 어려워하는 사람이 우짜든동 자식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자기가 생산한 농산물을 온라인으로 판매하겠다는 열의에 안 그래도 더운 여름밤이 뜨겁다. 뱁새가 황새를 따라갈 수는 없다지만 땀 흘리며 12시간째 야간행군을 해서 다들 스마트 스토어에 상품 등록을 한 두건씩 하긴 했는데 어쩐지 어설프다. 이렇게 허술하게 올려서는 아무래도 주문이 들어올 것 같지가 않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거짓말처럼 한 농부의 스토어에 주문이 들어온 것이다. 지리산 오지 칠선계곡에 사는 허점순 농부의 어설픈 스토어에 옻된장 주문이 한건 터억 들어와 있었는데 정작 본인은 하루 지나 알았다고 한다. 깜짝 놀라 수업 중에 바로 주문자에게 전화를 걸어 여보세요~하고 통화를 하는 바람에 한바탕 웃었는데 그 웃음은 축하와 부러움의 웃음이었다. 지도 선생님도 뿌듯하신 듯 주문 동기를 한번 물어보라고 하시고 농부 동기생들은 다들 혹 내 스토어에도 주문이 들어오지 않았을까 하고 스토어를 열어 보았지만 어느 누구도 앗싸~하고 소리치는 사람이 없었다. 나도 슬그머니 열어보고 닫았다. 칠선계곡 맑은 물로 전통 된장을 만들고 곶감도 만드는 허점순 농부는 나의 친한 이웃이고 페이스북 친구이기도 하다. 허점순 농부가 첫 주문을 받고 페북에 올린 소박한 기쁨을 그대로 옮겨본다. “제가요 지금 배우고 있는데요 (옻된장)주문이 한 건 들어왔는데도 제가 몰랐답니다. 오늘은 잘 보내 드린다 문자는 보냈답니다. (지도 선생님이) 주문 동기를 물어보라했는데 제가 물어보겠습니다” 나는 내가 생산한 곶감을 SNS에서 대부분 팔고 있는데 지난 여름부터 지역 로컬푸드에서도 판매를 하게 되었다. 로컬푸드 판매가 호조를 보여 그만큼 생산량도 늘렸는데 납품과정에서 받은 갑질에 자존감이 상해 납품을 포기하고 소비자와 직접 만날 수 있는 스마트 스토어에 도전해 본다. 하지만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고 이것도 결코 만만찮다. 스토어에 상품을 등록하기 위해 알아야 할 것과 입력해야할 것들이 너무 많다. SNS에서 판매할 때는 상품 사진 올리고 가격 올리고 계좌 올리고 전화번호 올리면 댓글과 문자로 소통하며 쉽게쉽게 되는데 오픈마켓은 솔직히 높은 산이다. 산이 높다고 올라가지 않을 수는 없다.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경험에 의하면 친구랑 여럿이 같이 올라가면 높은 산도 그닥 어렵지 않았다. 더군다나 우리는 유능한 가이드도 있으니까 같이 배우는 함양의 농부들이 모두 정상에서 만나기를 기대해본다. 공부하는 지리산농부들 홧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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