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Nature)”의 2019년 10월24일 지면을 장식한 과학계 소식이 있었다. 이세돌과의 바둑 대결로 화제가 되었던 인공지능 알파고를 제작한 구글 인공지능(Google AI) 팀의 연구진이 기존의 ‘고전적인 컴퓨터’보다 훨씬 빨리 계산을 수행할 수 있는 ‘양자컴퓨터 칩(chip)’을 개발함으로써 ‘양자 우위(quantum supremacy)’를 입증했다는 내용이었다. 다소 복잡하고 낯선 말들로 채워질 수밖에 없는 내용지만 분명 미래의 우리의 삶을 크게 바꿔놓을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두 차례에 걸쳐 양자 컴퓨터의 개념과 현실화 가능성과 그 영향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지금 사용되고 있는 컴퓨터는 모두 고전적인 컴퓨터에 속한다. 이것은 연속적인 수가 아닌 불연속적인 수치, 즉 이진수 0 혹은 1을 사용하여 연산을 처리하는 디지털 방식을 사용한다. 이 아이디어는 1936년 비운의 천재 수학자이자 컴퓨터 이론의 창시자인 튜링이 제안한 ‘튜링 기계’를 현실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을 통해 알려졌다.) 모든 숫자뿐 아니라 어떠한 문자도 이진수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의 디지털 방식으로 모든 연산 작업들을 수행해왔다. 그런데 1982년 물리학자인 파인만은 양자 시스템에 대해 계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개념의 컴퓨터, 즉 양자컴퓨터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했다. 물질세계에 대해 기술하는 방식에 있어서 고전물리학과 양자물리학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한 입자(알갱이)가 아주 좁은 2개의 틈새를 지난다고 했을 때 고전물리학적 입자는 둘 중 하나의 틈새를 통과한다. 두 틈새를 동시에 통과할 수는 없다. 돌멩이나 야구공처럼 일상적인 세계에서는 당연한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입자들은 가능한 상태 가운데 하나의 상태에만 존재한다. 이 특성을 이용한 컴퓨터가 기존의 디지털 컴퓨터인 것이다. 켜고 끄는 것이 가능한 스위치가 0 혹은 1의 2진수를 암호화할 수 있으며 이 하나의 정보 단위를 ‘비트(bit)’라 부른다. 그러나 원자 수준의 미시 입자들은 그렇지 않다. 관측 장치를 설치해 입자가 어느 틈새를 통과하는지 관측하지 않는다면 입자는 두 틈새를 동시에 통과한다. 믿기지 않겠지만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말해 양자 입자들은 여러 상태를 동시에 가질 수 있다. 이를 ‘중첩(superposition) 상태’라고 한다. 파인만은 이 특성을 적용하여 새로운 컴퓨터를 만들자는 이야기이다. ‘0 혹은 1’이 아닌 ‘0과 1’ 의 중첩상태를 기본으로 갖는 기본 단위를 ‘큐비트(qubit)’라고 부르고 있다. 만일 큐비트를 이용해 컴퓨터를 만든다면 상상할 수 없는 연산속도를 가질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디지털 방식의 고전 컴퓨터는 순차적(serial)으로 처리하는 반면 큐비트를 이용한 양자컴퓨터는 동시에 병렬적(parallel)으로 처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방정식의 답이 0과 7사이의 어떤 값이라고 할 때 고전 컴퓨터는 0에서 7까지를 모두 확인해야 하므로 최대 8번의 연산이 필요하다. 운이 좋으면 한 번에 찾을 수도 있지만. 그러나 양자컴퓨터는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 파인만의 주장에 대해 1985년 도이치가 이론적으로 구체화하여 그 효용을 입증하기는 했지만, 아무도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벨(Bell) 연구소의 쇼어(1995년), 그리고 그로버(1996년)가 각각 특정 작업에 대한 양자 알고리즘(algorithm)을 만들어 고전 컴퓨터에 대한 엄청난 우월성을 입증했다. 물론 실제 컴퓨터가 개발된 것은 아니지만 알고리즘 상에서 가능함이 입증된 것이다. 이후로 수많은 학자들이 달려들어 20세기 과학계의 가장 뜨거운 주제가 되었다. 양자컴퓨터를 포함한 양자물리학을 기반으로 하는 정보과학 관련 논문이 1년에 수 만 편이 쏟아져 나왔다. 이제 연구 결과들이 쌓이며 조금씩 그 ‘위험스런’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