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난세가 도래하고 황건 대란을 기점으로 군웅할거와 수많은 영웅들의 쟁패기. 하지만 아쉽게도 역사적으로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분명 개개인의 매력이나 능력은 뛰어나지만 그것이 전체적인 역사에서 어떤 돌출을 만들어 낸다거나 하는 경우는 현저히 적기 때문이다. 삼국시대 창업 군주들만 봐도, 손권은 말할 것도 없고, 유비는 그 일생은 참으로 드라마 같았으나 솔직히 말해서 역사에 대단한 영향력을 미치지는 않았다. 그나마 군사적인 측면에서 상당한 발전을 이룩한 조조 정도가 알아두면 좋은 수준이다. 제갈량, 관우, 조운, 주유, 노숙, 순욱, 곽가, 가후, 하후돈, 조인, 우금, 같은 군재가 뛰어난 책사도 별로 중요하지 않다. 자, 그렇다면 우리가 정말 기억해야 할 인물들은 누구일까. 지금부터 한 명씩 살펴보도록 하자.1. 채옹.채옹은 뛰어난 학자로, 그 인품과 명성이 높아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다. 하지만 동탁 밑에서 일했다는 이유로 왕윤에 의해 옥에 갇혀 죽었고, 많은 사람들이 슬퍼했다고 한다. 여기까지가 보통 삼국지 좀 읽어 본 사람들의 채옹에 대한 지식이다. 하지만 채옹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는 뛰어난 업적이 하나 있다. 바로 영자팔법이라는 서체 연습방식을 고안했다는 것. 서예를 배워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획을 긋는 것을 연습하면서 본 글자인 ‘길 영’ 자를 이용하여 서체의 확립을 간단명료하게 도와주는 아주 뛰어난 연습법이다. 이것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서예를 기존보다 쉽게 배울 수 있었다. 또한 채옹은 비백서라고 하는, 쉽게 말해서 먹을 적게 종이에다 찍어서 흰 부분이 보이게 만드는 독특한 서예 기술을 발명하기도 했으니, 이쯤 되면 가히 중국의 한석봉, 아니 그 이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2. 종요.종요는 위나라의 문신으로, 종요는 삼국지를 읽어 본 사람이라도 대부분이 모를 것이다. 하지만 이 사람도 그 중요성으로 따지면 채옹에 비견된다. 종요의 업적은 바로 일반적으로 쓰이는 한자체인 해서체를 확립했다는 것이다. 고대 중국은 전서체가 대세였고, 그 때문에 해서체는 그 형태나 모습이 시대와 장소에 따라 일정하지 못하고 제각각이었는데, 이를 종요가 사실상 발명하다시피 한 수준으로 통합하고 확립하였다. 그로 인해 현재 한자의 해서체는 통일성을 유지한 채 널리 쓰일 수 있었다.
3. 진군.위나라의 문신 진군. 이 사람의 업적은 교과서에서도 나오니 꼭 알아두도록 하자. 실제로 진군은 교과서에 이름이 나오는 유일한 삼국지 인물이다. 이 사람의 업적은 바로 관직의 품계를 매기고 공정한 인재 선발을 도모한 구품중정제(구품관인법)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과거제가 시행된 이후에도 정 1품, 종 2품 등으로 유지되어 사실상 현대의 공무원 등급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거대한 발명이다. 영향력으로 따지면 엄연히 앞의 두 명을 능가하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겠다.삼국지는 난세의 시대, 군웅할거의 시대였고 그만큼 많은 영웅들이 피고 졌으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의 피와 땀은 현대의 우리들에게 계승되지 못했고, 책이나 읽으며 조용히 일생을 보낸 것 같은 문관들은 현재의 역사에 지대한 공헌을 했으니, 어쩌면 이 또한 수없이 흘러가고 몰아치는 역사 속의 아이러니함이 아닐까.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